온라인에 등장한 50·60대
신선식품 온라인서 구매하는
50·60대 가파르게 늘어나

코로나19가 국내 쇼핑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가 온라인에 몰리면서다. 흥미로운 건 그동안 ‘눈으로 보고 사야 직성이 풀리던’ 50대 이상 소비자까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연령대 온라인 쇼핑 시대’가 열릴까.

코로나19 사태가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가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주부 한영애(58)씨는 최근 딸에게 온라인으로 장보는 방법을 배웠다. 그동안 모바일 메신저는 곧잘 사용했지만, 온라인 쇼핑은 어려워 엄두를 못 냈던 그였다. 한씨를 온라인 쇼핑 세계로 끌어들인 건 ‘코로나19’였다. “처음엔 딸이 주문해준 물건을 배송받아 썼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데다, 결혼한 딸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직접 배우기로 했죠.” 스마트폰 앱을 뒤척이던 그는 “배우고도 돌아서면 까먹는다”며 웃었다. 

# 또다른 주부 오미정(62)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씨는 ‘신선식품은 눈으로 확인하고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해준 신선식품을 받아보곤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장보러 나가기가 꺼려지던 차에 아들이 반찬거리를 주문해줬다”면서 “전날 밤에 주문한 게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고, 제품 상태도 나쁘지 않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쇼핑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면서 쇼핑시장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더욱더 옮겨갈 거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던 50대 이상의 소비자까지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알아차린 게 가장 큰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방의 50~60대 등장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뜻밖의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염병 불안감에 발이 꽁꽁 묶인 소비자가 온라인 채널로 몰렸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칸타(KANTAR)에 따르면 올 1~2월 온라인 구매액 신장률은 식품 75.7%(이하 전년 동기 대비), 비식품 8.1%에 달했다. 반면 오프라인 구매액 신장률은 같은 기간 15.5%, -16.0%에 그쳤다. 

카드결제도 온라인에 집중됐다. 지난 2월 8개 주요 카드사의 온라인 카드결제 승인액(여신금융협회)은 9조462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3%(7조500억원)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카드결제 승인액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에 몰린 건 20~40대 젊은층만이 아니었다. 변방邊方에 있던 50대 이상 소비자가 새로운 온라인 소비층으로 등장했다. 온라인 식료품 업체 마켓컬리(컬리)에선 2월 19일~3월 22일 50대 이상 신규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4%가량 증가했다. 이들 연령대의 주문 건수는 같은 기간 90% 이상 뛰었다. 컬리 관계자는 “50대 이상 고객 비중은 10% 후반대로 다른 연령대 대비 높은 편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 이후 신규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월 11번가의 연령대별 신규 가입자 수 증가율은 전년 동월비 50대 16%, 60대 17%, 70대 10%였다.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걸 소비의 정석으로 여기던, 50대 이상 세대의 식품 온라인 구매가 급증했다는 자료도 있다. 이커머스 업체 티몬이 최근 한달(2월 23일~3월 23일)간 품목별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소비자는 돼지고기·채소·과일을 전년 동기비 각각 458%, 214%, 99% 더 구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그동안 ‘오프라인 온리(offline only)’ 고객이던 50~60대에게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장년층 소비자도 온라인 쇼핑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연령이 높은 세대에게 ‘품질이 중요한 신선식품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쇼핑 패러다임을 극적으로 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예컨대 중국에선 지난 2002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쇼핑의 판도를 바꿨다는 분석이 많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분석했다.

5060세대가 온라인 채널을 지속적으로 찾게 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사진=뉴시스]
5060세대가 온라인 채널을 지속적으로 찾게 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사진=뉴시스]

“사스 발생 당시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10%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쇼핑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알리바바, 타오바오(알리바바 운영 쇼핑몰), 징동 등 중국 굴지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 시기에 크게 도약했다. 코로나19 역시 국내 소비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딸이 엄마에게’ 주문 급증 

그렇다면 국내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시장에 발을 내디딘 중장년층 소비자를 잡을 수 있을까.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 풀어야 할 과제가 숱해서다. 무엇보다 결제나 환불절차 등을 조작하기 어려워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 

부모님을 위해 온라인 쇼핑을 ‘대행’하는 자녀들이 많은 이유다. 직장인 김나현(32)씨는 “대구에 사시는 부모님께 모바일로 주문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고 왔는데 혼자서는 어려워하시더라”면서 “그냥 일주일에 한번씩 필요한 물건을 주문해서 보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50~60대 소비자 중 일부는 오프라인 채널로 돌아가고 일부는 온·오프라인을 모두 이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면서 “이들이 온라인 채널을 지속적으로 찾도록 만들기 위해선 서비스 이용을 안내하는 콜센터 등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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