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6호선 황금라인의 빛과 그림자

공유숙박인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 ‘지하철 6호선’을 중심으로 둥지를 틀었다. 합정역, 이태원역, 한강진역, 신당역, 동묘앞역이 외국인 관광객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그렇다면 ‘6호선 황금라인’ 주변은 에어비앤비와 외국인 관광객의 수혜를 누렸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동산이 들썩이면서 ‘보이지 않는 피해’를 본 것도 적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에어비앤비가 지하철 6호선에 유독 많은 까닭과 그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취재했다. 

2013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에어비앤비 수도 급격히 늘었다.[사진=뉴시스]
2013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에어비앤비 수도 급격히 늘었다.[사진=뉴시스]

2013년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빈집을 내주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집주인들이 관심을 보였고, ‘살아보는’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이 응답했다. 동네에서 살아보듯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서울 내 에어비앤비 수는 2013년 이후 7년 만에 1만개 이상으로 훌쩍 늘었다.

그렇다면 에어비앤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어디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인기 있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18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를 확인해봤더니,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명동ㆍ남대문ㆍ북창동(88.2%)이었다. 

2위와 3위는 각각 동대문 패션타운(61.0%), 종로ㆍ청계(37.6%)였다. 이런 조사 결과를 따져보면, 에어비앤비의 수는 종로에서 가장 많이 늘어났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 에어비앤비는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6호선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 에어비앤비는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6호선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한국도시설계학회지는 최근 ‘서울시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입지 특성에 관한 연구(박소민)’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6호선을 중심으로 에어비앤비가 펼쳐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서울로 들어와야 하는 외국인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공항버스를 타지 않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지하철이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은 대중교통 중 지하철을 가장 많이 탄다. 2017년 서울 외국인 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하철을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전체의 79.3%에 이른다. 

공항철도를 타고 들어오다가 만나는 강북 지역의 첫번째 지하철 노선은 6호선(디지털미디어시티)이다. 이 역에서 환승하면 합정역, 이태원역, 한강진역, 신당역, 동묘앞역이 나온다. 합정역(6호선)은 신촌ㆍ홍대와의 거리가 가까워 외국인이 선호한다.

이태원역ㆍ한강진역(6호선)은 이태원 관광이 편하다. 신당역ㆍ동묘앞역(6호선)은 두 번째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동대문 패션타운을 걸어서 갈 수 있다. [※ 참고: 물론 디지털미디어시티역보다 앞선 환승역인 김포공항역(5호선)과 마곡나루역(9호선)도 있지만 두 호선 모두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비중이 높은 고궁이나 신촌ㆍ홍대와는 거리가 있다. 관광객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6호선에서 숙소를 찾는 이유다.] 

그렇다면 에어비앤비는 지하철 6호선을 축으로 둥지를 틀었을까. ‘서울시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입지 특성에 관한 연구’는 서울의 지하철 노선과 에어비앤비 수가 늘어난 지역을 확인했다. 서울 전역을 0.25㎢ 크기의 사각형 권역으로 구분해 에어비앤비가 늘어난 지역과 지하철 노선을 겹쳐보는 방식을 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항철도의 경우, 서울 내 5개역 모두가 에어비앤비 증가 지역과 겹쳤다. 경의중앙선은 20개역 중 8개역, 6호선은 38개역 중 12개역이 에어비앤비 증가 지역과 맞물렸다. 비중으로 따지면 공항철도와 경의중앙선이 앞서지만, 역 개수로 따지자면 에어비앤비의 증가 양상은 6호선과 맞닿는다. 에어비앤비 수가 증가한 곳이 마포구청역~상수ㆍ광흥창, 이태원ㆍ한강진, 신당ㆍ동묘앞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6호선 라인이 외국인 관광객의 수혜만 입었느냐는 거다. 그렇지 않다. 임대료 상승이란 불청객도 이곳에 찾아왔다. 2018년을 기준으로 서울(동 단위)에서 가장 에어비앤비 숙소가 많은 곳은 공항철도ㆍ6호선과 가까운 마포구 동교동이었다. 해당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아 가봤다. 에어비앤비로 사용할 수 있는 매물이 있냐고 묻자 “원룸, 투룸, 스리룸 중 원하는 매물이 있느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여전히 에어비앤비 용도로 물건을 내놓는 집주인이 많다는 거다. 

방 3개가 있는 에어비앤비용 주택의 시세를 물으니 “보증금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월 임대료는 100만원에서 150만원”이라고 답변했다. 해당 지역에서 같은 조건의 일반 주택은 보증금 2000만원, 최고 임대료 100만원 수준이었다. 

대부분 에어비앤비는 아파트보다 가격이 낮은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으로 관광객이 접근하기 편리한 역세권에 있다. 실제 주민들이 선호하는 집과 동일한 조건을 갖춘다는 거다. 에어비앤비 매물이 늘어날수록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 안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주인 입장에서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을 마다할 까닭이 없어서다. 

사실 에어비앤비가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부추기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뉴올리언스도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던 곳이었지만 ‘살아보는’ 관광객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을 위한 상점 대신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 늘어나 생활 인프라가 사라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오래 거주하는 주민보다도 하룻밤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관광객이 늘어나니 집주인으로서는 에어비앤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투어리피케이션(관광객 증가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ㆍTourification)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공유숙박, 꼭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비슷한 문제를 겪은 나라들은 공유숙박을 합법화하되 용도변경을 금지하는 식으로 부작용을 막았다. 도시 내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내국인을 받는 것은 합법이지만, 평범한 주택이었던 건물을 공유 숙박용도로는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은 무정부 지대나 다름없다. 2019년 1월 정부가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숙박’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에어비엔비 호스트가 해당 숙소에 직접 거주해야 하거나, 180일 이상으로는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조건 등이 담겨 있다. 에어비앤비의 성장세는 그대로이지만 1년째 해결책은 묵묵부답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