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특집 제4막 자영업자
총선 앞두고 쏟아지는 자영업자 공약
20대 국회 법안 성적표는 어땠나
자영업자 살릴 주요 법안은 낮잠

644만5000명. 국내 자영업자 수(올 2월 기준)다. 전체 취업자의 24%가 자영업에 종사하는 셈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 후보들에겐 놓칠 수 없는 유권자들이다. 각 정당이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각종 공약을 쏟아내는 이유다. 그렇다면 20대 국회 땐 어땠을까. 금배지들이 제출한 자영업자 관련 법안은 자영업자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만들었을까. 더스쿠프(The SCOOP) 21대 총선특집 잘 뽑자 제4막 ‘자영업자’ 편이다. 

2016년 이후 국회에선 자영업자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가결률은 기대에 못 미쳤다.[사진=연합뉴스]
2016년 이후 국회에선 자영업자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가결률은 기대에 못 미쳤다.[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잘사는 나라(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 사회안전망을 늘리겠다(미래통합당)” “자영업자를 지키고 골목경제를 살리겠다(정의당)”….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자영업자 표심을 잡기 위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되살리겠다는 거다. 익숙한 모습이다. 4년 전에도 총선을 앞둔 정당들은 자영업자를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임기를 2달 남겨둔 20대 국회는 약속을 얼마나 지켰을까. 

‘법안 성적표’를 보면, 일부 성과는 있었다. 소상공인의 숙원사업이던 ‘소상공인기본법(2021년 1월 시행 예정)’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대표적 사례다. 이로써 소상공인이 법적 경제주체로 인정을 받았고, 이들을 보호ㆍ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졌다. 자영업자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ㆍ둥지 내몰림 현상)’으로부터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임차 자영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기한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018년 9월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절벽 끝에 선 자영업자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영업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줄 법안들이 잠만 자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자영업자 관련 법안의 가결률(이하 4월 1일 기준)은 기대치를 밑돈다.

법안별 가결률을 살펴보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2.4%(총 42건 중 1건ㆍ이하 대안반영폐기 포함),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43.7%(총 16건 중 7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24.0%(총 75건 중 18건)에 머물렀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가결률 0%(총 3건 중 0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 회장은 이렇게 꼬집었다.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법안들은 정작 입법되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이 조속한 입법을 원하는 주요 법안들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가결률이 제로인 ‘지역사랑상품권 의 발행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각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해당 지자체 내 식당ㆍ도소매점ㆍ병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지역화폐로, 현재로선 지역 골목상권을 살릴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 참고: 지난해 177개 지자체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했고, 발행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 발행 규모를 223개 지자체, 6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이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불법 환전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3건의 법안(추혜선 의원ㆍ소병훈 의원ㆍ이진복 의원)은 모두 법안심사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유통산업발전법’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 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지역상권 침탈을 막기 위해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 임기 중 발의된 42건의 법안 중 1건만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20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21대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은 자영업자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사진=뉴시스 · 연합뉴스]
20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21대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은 자영업자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사진=뉴시스 · 연합뉴스]

계류 법안 중 대표적인 건 홍익표(더불어민주당) 의원 안(2018년 1월)이다. 홍 의원 은 당시 “대형 유통 기업의 복합쇼핑몰 진출로 지역 상권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복합쇼핑몰도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하고, 대규모 점포 입지를 사전에 검토해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대규모 점포 입지 제한 ▲복합 쇼핑몰 의무 휴업일 지정 ▲상권영향평가 업종 확대 ▲인접 지자체 의견수렴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10대 우선 입법과제’에 포함됐던 만큼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야당과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폐기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졌다. 

‘남양유업 방지법’이라 불리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개정도 지지부진하다. 2016년 12월 대리점법이 시행되면서 ‘갑질’에 시달리던 대리점주를 보호할 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불공정 거래 행위는 근절되지 않았다. 공급업자의 지위가 여전히 우월한 데다, 대리점주가 단체를 설립하고, 교섭할 수 있는 권리가 법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혜선ㆍ전재수ㆍ우원식ㆍ이학영ㆍ심상정 의원 등이 대리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내용은 ▲대리점주 단체 교섭권 보장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갱신 거절 금지 ▲정보공개서 등록 의무화 등이었다. 하지만 5건 모두 소관위 계류 중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미투(Me too) 브랜드’ 난립을 막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직영점 운영 경험이나 영업 노하우가 없이도 가맹사업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수는 5157개(이하 공정위), 브랜드 수는 6535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 중 59.0%는 직영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12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골자는 ‘2개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경우 가맹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법 개정을 통해 제윤경 의원 안을 완화한 ‘1+1제도(1개 이상 직영점 1년 이상 운영)’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야당과 업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야당은 업체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프랜차이즈 산업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임기는 아직 2달여가 남았다. 하지만 금배지들의 눈은 이미 4월 15일 총선에 쏠려 있다. 지난 4년간 쏟아진 자영업자를 위한 법안들은 ‘자영업자를 위한 총선 공약’으로 슬그머니 옷을 갈아입었다. 4년 후엔 달라질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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