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금 지원의 함정

코로나19로 골목상권부터 기업까지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없다. 정부는 급전急錢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부터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조건은 있다. 더 급하고, 더 필요한 사업체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반음식점으로 위장한 유흥업소를 솎아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나19 자금 지원의 또다른 함정을 취재했다. 

코로나19가 3개월째 기승을 부리면서 문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문 닫은 가게가 늘었다.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두달여, 소비는 위축되고 경기는 더 가라앉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0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로 낮췄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역성장을 예견했다.

전망은 현실로 다가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2000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3.5%)으로 떨어졌고, 전산업생산지수(2월 농림어업 제외) 역시 같은 기간 3.5% 고꾸라졌다. 코로나19가 번진 지 2개월 만에 점포정리를 하는 가게들도 숱하게 생겼다. 소상공인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중견기업 중에서도 감원하거나 임금을 삭감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나선 이유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이 3월 24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지원 자금을 위한 법적 발판이 마련되면서 소상공인ㆍ중소기업 등 코로나19로 직ㆍ간접적 손해를 입은 사업장에 긴급수혈이 가능해졌다. 중소기업육성기금과 시중은행 협력자금을 통해서다. 

중소기업 육성기금으로 저리 융자를 받을 때는 확진피해기업은 1.0%, 직접피해기업은 1.5%, 간접피해기업은 1.8%의 고정금리를 적용받는다. 시중은행 자금은 1%대 이율로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자금지원책과 비교해 가장 큰 장점은 빠른 대출이 가능하다는 거다.

통상 신청부터 대출 승인까지 1개월 이상 걸리지만 코로나19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10일이면 충분하다.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건은 간단하다. 확진 환자가 들렀거나 직ㆍ간접적 차이는 있지만 서울시에 소재한 사업체라면 어디든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육성기금으로는 한 사업체당 5억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땐 7000만원까지 대출 보증을 받는 게 가능하다. 4월 중 대출이 시작되면 5조900억원의 자금이 소진될 때까지 지원이 이어진다. 선착순이라는 얘기다.

물론 예외도 있다. 유흥업이나 금융업, 사치 향락업 등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필수적으로 소비하거나 생산해야 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갑자기 생긴 기준도 아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해당 업종은 중소기업 육성기금으로 융자를 지원받지 못했다.

사치 향락업 정말 제외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들을 걸러내는 그물망이 촘촘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흥업소의 위장 등록 때문이다. 사업장 내에 무대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유흥업으로 등록해야 하는 사업장이 일반음식점 등으로 위장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 참고: 최근에 위장 등록한 유흥주점 문제가 터진 것은 2018년 말 버닝썬 게이트 때문이었다. 이후 정부는 버닝썬처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실제로는 유흥업을 하는 사업장을 찾아내기 위한 단속을 벌였다.]

 

위장 등록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반음식점은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내면 그만이지만 유흥주점은 개별소비세(10%), 교육세(3%)를 더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주택ㆍ도시철도 채권 등의 구매의무까지 더해진다. 수익의 일부를 환원받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렇다면 이번엔 위장등록 업소를 제대로 파악해 낼 수 있을까.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현장 조사의 어려움에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진행할 땐 실제 사업장에 조사원이 찾아가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긴급 자금이 수혈되는 만큼 신청이 몰릴 수 있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현장 조사가 면제된다. ▲1년 이상 영업 ▲신용등급 7등급 이상 ▲보증금액 7000만원 이하일 때다. 시중은행 대출의 경우, 영업기간과 신용등급만 충족되면 현장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력 문제도 있다. 코로나19로 긴급경영자금 지원이 결정되기 전부터 쌓여있는 대출신청 건수만 해도 3만8000여건이다. 서울시는 일단 쌓여있는 대출 건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인원을 보강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4월 중 300명의 심사 인원을 추가해 최대한 빠르게 대출 승인이 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평가 절차가 기존대로 진행되기 어려워 위장업소까지 가려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럼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위장업소가 지원을 받는다면 회수 방안은 있을까. 서울시 관계자는 “나중에라도 자금 지원을 거짓으로 받은 경우 대출금을 포함해 낮은 이자로 얻은 이득까지 모두 몰수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문제는 방법이다.

일단 자금 지원이 실행되면 사후 조사가 필수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고 등을 통해 업종을 위장등록해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되기 전에는 지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거다. 2019년 3월 국세청과 식약처 등 당국은 위장 유흥업소를 찾아내기 위한 단속을 벌이고 이후 정기적인 조사를 위한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1년이 흐른 지금 위장영업을 하는 유흥업소를 솎아내기 위한 협의체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전ㆍ사후조사 없이 이뤄진 대출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탈세 목적의 위장사업장을 가려내야 하는 건 공적 조직의 임무다.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해야 할 일이 또 늘었다. 2019년에 약속했던 걸 지켰더라면 필요 없는 일이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공적조직의 고질병이 또 숙제를 남겼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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