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 듯 말 듯 상승세만 주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이 하락하던 시기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IMF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침체하면 부동산 가격은 내려간다. 정석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세계 경제까지 흔들리자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제 3개월째다. 집값은 움직였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분석해 봤다.

고가 아파트는 가격 하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저가 아파트 시장은 다르다.[사진=뉴시스]<br>
고가 아파트는 가격 하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저가 아파트 시장은 다르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3개월. 서울 내 강남 아파트는 거래가 끊겼다. 치솟는데 익숙하던 부동산 가격도 하락세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휩쓴 3개월간, 아파트 거래는 줄고 가격은 정말 내려갔을까.

서울부터 확인해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2019년 11월 1만건을 넘긴 뒤 1월까지 꾸준히 그 상태를 유지했다. 2월 들어서며 1000여건이 꺾여 9522건을 기록했다. 약 10%가 감소했다. 분기별로 비교해봤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3만2000여건이었던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는 2020년 1분기 2만2000여건으로 31% 줄었다.

거래 건수가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그럼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였을까.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0.06%였던 서울의 매매가격지수변동률은 2월 0.04%, 3월 0.03 %로 떨어졌다. 민간업체의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부동산 매매가격 변동률은 1월 0.36%, 2월 0.16%, 3월 0.12%로 꾸준히 하락했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분명히 식었다. 하지만 매매가 변동률만으론 가격 변동의 폭을 느끼기 어렵다. 상승세가 꺾였다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까. 

좀 더 살펴봤다. 강남구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19년 4분기 1607건에서 2020년 1분기 444건으로 70% 감소했다. 하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상승세만 약간 주춤했을 뿐이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19년 12월 5362만원(이하 3.3㎡당)이었던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2020년 3월 5484만원으로 뛰었다.


2020년이 시작된 후에는 매월 1% 이하의 변동률을 보였다. 가격은 상승세만 살짝 꺾인 수준이었다.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았다는 거다.

거래량이 되레 늘어난 곳도 있었다. 강북구였는데, 25개 구 중 유일했다. 이곳 아파트 매매는 2019년 4분기 624건에서 2020년 1분기 672건으로 소폭 늘었다. 강북구의 경우 외지인 매입이 줄고 강북구 내에서만 거래된 비중이 39.7%에서 42.2%로 상승했다. 가격은 같은 기간 1633만원에서 1752만원으로 올랐다.

2020년 3월 기준 가장 높은 거래 건수(2283건)를 기록했던 노원구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노원구 외 서울 지역 거주자의 부동산 매입이 두드러졌다. 2019년 12월 거래 100건 중 28건은 노원구 외 서울 거주자 거래였지만 2020년 2월에는 40%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노원구 내에서 일어난 거래는 44%에서 39%로 떨어졌다.

 

가격도 움직였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19년 12월 1768만원이었던 노원구 아파트 가격은 2020년 3월 1881만원을 기록했다. 3개월 새 6.4% 오른 것이다. 3월로 접어들며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폭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반대되는 흐름이다.

풍선효과가 있었던 경기도는 어떨까.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경기도 아파트 매매는 5만9876건이었고 2020년 1분기 6만3977건으로 6.85% 늘었다.

조금 더 쪼개 살펴봤다. 2019년 12월 43 80건에서 2020년 2월 1만381건으로 매매가 늘어난 수원시를 보자. 지난 2월 수원시 외 경기도 거주민이 수원 아파트를 매매한 비중은 56%를 기록했다. 2019년 12월에는 44%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수원시 내부 매매는 33%에서 29%로 줄었다. 외지인의 거래 횟수가 크게 늘었다. 3월 한달 수원 외지인 거래만 따져도 5800여건이다. 2019년 12월 전체 거래보다도 많은 수다. 가격은 2019년 12월 1211만원에서 지난 3월 1389만원으로 뛰었다. 2020년 들어 월평균 5%씩 오른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로 부동산 침체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치와 실제 지역의 흐름은 달랐다. 강남 가격에 빗대 ‘서울 가격이 꺾인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지만 강남 3구만이 서울은 아니다. 고가 아파트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가격이 떨어졌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아파트 가격 변동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코로나19로 국내 경기가 침체하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br>
코로나19로 국내 경기가 침체하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물론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이런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부동산 시장도 결국 경기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게 분명하다. 이를 역으로 돌려보면, 강남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 급등세가 꺾인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도 낮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풀리면 강남 부동산부터 들썩일 게 뻔하다. 더구나 지금은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 시대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은 “접근이 어려운 고가 아파트 시장과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 시장은 상황이 달랐다”며 “시장을 길게 봐야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 시장은 고가 아파트만큼의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고 경기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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