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배달앱의 명암

최근 ‘공공배달앱’이 배민·요기요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광고료·수수료가 ‘0원’이라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주목함은 물론, 각 지자체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자영업자들 역시 ‘빨리 전국 지자체에 도입하길 바란다’며 반긴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이 막강한 마케팅 능력과 자본을 가진 민간 배달앱과 맞붙으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공 배달앱의 명암을 취재했다. [※ 이 기사는 4월 6일 발간된 시사경제지 더스쿠프에 실린 콘텐트입니다.]

공공배달앱이 배민·요기요 등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배달앱의 대항마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배달앱이 배민·요기요 등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배달앱의 대항마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은 지난 1일부터 새로운 수수료 정책 ‘오픈서비스’를 시행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건당 매출의 5.8%를 배민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월정액 광고료 서비스인 ‘울트라콜’에서 일명 ‘깃발꽂기(돈을 낸 업체를 앱 내에 중복 노출하는 것)’라는 부작용이 생긴 탓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5.8%는 전세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이라며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업주나 신규업주는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참고: 바뀐 수수료 정책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 6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이혁재 정의당(세종시갑) 국회의원 후보는 논평을 통해 “수수료가 떨어졌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이를 반박했다. 이 후보는 “울트라콜은 3개의 깃발을 꽂으면 27만원이지만, 오픈서비스는 월 매출 최하 500만원일 때 40만원, 1000만원이면 130만원을 내야 한다”며 “4배를 더 줘야 하는 부담이 있어 사실상 수수료가 인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더불어 ‘공공배달앱’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고비·중개수수료 ‘無’


민간앱의 대항마로 각광받는 ‘공공배달앱’은 지자체가 지역의 소상공인을 위해 직접 제작하는 플랫폼이다. 배달앱의 가장 큰 문제점인 광고비·수수료 등이 아예 없어 ‘착한 배달앱’으로 불린다. 지역화폐·지역상품권과 연계해 지역화폐 이용률을 높인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공공배달앱 론칭 소식이 알려지자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하루빨리 전국에서 시행했으면 좋겠다” “공공배달앱이 자리 잡으면 배민에서 나오고 싶다” 등 환영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현재 공공배달앱을 운영하는 지역은 인천 서구와 전북 군산시다. 인천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역전자화폐인 ‘인천e음’ 앱에서 전화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서구에선 ‘배달서구’ 플랫폼을 통해 앱 내 주문·결제가 가능하다. 인천e음으로 전화주문이 가능한 업체는 322곳, 배달서구에 등록한 업체는 177곳이다(3월 30일 기준). 인천시 관계자는 “배달서구에 입점한 업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인천e음 가입자 수가 99만명에 달하는 만큼 배달서구를 시작으로 인천 전역에서 공공배달앱을 이용할 수 있게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3월 13일에는 전북 군산시가 ‘배달의명수’ 앱을 론칭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체를 모집했지만 잠잠하다가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론칭 이후 2주 동안 업체 700곳이 입점했고, 가입자 수는 1만8000명에 달했다. 광고비와 수수료가 없는 대신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 비용은 업주가 부담한다. 리스트 노출 기준은 이용자와의 거리 순이다.

결제 시 지역상품권을 사용하면 8%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군산시청 관계자는 “입점 신청과 주문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최근엔 울산시 울주군도 배달앱 개발 계획을 밝혔다. 5월 중 예산(1억7000만원)을 편성해 플랫폼 개발에 착수하며 이르면 내년 1월 중 론칭한다. 

이런 공공배달앱은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크다. 정의당은 정책 공약으로 “지역별 공공배달앱 등 구축 및 지원을 위한 ‘공공온라인 플랫폼 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임형택 익산시의회 의원, 조형철 민생당(전주시을) 국회의원 후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안양시만안구) 국회의원 후보, 박수현 더불어민주당(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국회의원 후보 등도 각 지역구에서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이 ‘배민 패밀리’가 평정한 배달앱 시장의 대안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숱하다. 무엇보다 공공배달앱 성공의 관건은 거래량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 거래량 확보는 공공배달앱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개발·운영에 수억원대의 세금을 투입한 만큼 지자체엔 앱을 활성화할 의무도 있다. 지자체가 가장 고민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인천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공공배달앱이 많이 쓰이려면 이용자와 업체 둘 다 확보해야 하는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는 문제와 같다. 업주는 이용자가 없으면 들어오지 않으려 하고, 이용자는 업체가 적으면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소비자는 기존 사업자 앱에 익숙해 눈높이가 높다. 앱을 계속 손보고 있지만, 단기간에 민간 배달앱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공공배달앱이 성공하려면 가격 등의 메리트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공공배달앱이 성공하려면 가격 등의 메리트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공공배달앱이 배민과 같은 탄탄한 ‘배달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구교현 라이더 유니온 기획팀장은 “공공배달앱이 민간앱을 대체하려면 배달기사가 일정한 콜 수를 보장받을 만큼 거래량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달업체가 관심을 가질 만큼의 거래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구 팀장은 “공공배달앱은 공익성도 있고 지자체의 다른 사업과도 연계할 가능성이 있으니 배달기사의 소득만 보장해준다면 민간앱보다 참여의사가 높을 것”이라고 짚었다. 

소비자를 끌어들일 추가적인 요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화폐로 7~8 %대의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최소주문금액이나 배달요금이 동일한 데다 프로모션까지 적은 공공배달앱을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어서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과) 교수는 “선악의 구도를 세워 소비자에게 공공배달앱을 쓰도록 강요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마케팅으로 승부해야지, ‘착한 소비자는 공공앱을 써야 한다’는 식으로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오랜 시간 소비자 친화적인 마케팅을 펼친 배민을 넘으려면 지자체가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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