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서 살아보기」
신중년 16인이 탐색한 지역살이

낯선 곳에서 일정 기간 살아보기가 유행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낯선 곳에서 일정 기간 살아보기가 유행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달 살기’ ‘일년 살기’. 낯선 곳에서 일정 기간 ‘살아보기’ 붐이 일고 있다. 여행의 연장선에서 시작했을 유행이지만 인생 후반을 맞이하는 중년들은 남다르게 느꼈을지 모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수십만명 퇴직자가 매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언제든 물러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는 나이는 들었으나 아직까진 왕성하게 활동하는 5060세대를 말한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이자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모두 겪은 세대다. 여전히 기회와 도전을 기대하는, 은퇴란 말로 물러나기엔 아까운 이들이기도 하다. 인생 후반에 접어드는 오팔 세대가 ‘살아보기’를 재도전의 무대로 생각한다면 어떨까. 

「남원에서 살아보기」는 2019년 9월 16명의 신중년이 3박 4일간 남원에서 지내며 기록한 이야기다. 여행처럼 가볍게 떠나와 잠깐 살아보는 것부터 지역살이 체험까지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책을 엮은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는 퇴직 전후의 장년층(만 50~64세)을 대상으로 인식전환, 일·활동 지원 등을 통해 50+세대의 풍부한 경험을 사회활동으로 전환함으로써 제2의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2014년부터 ‘인생이모작’ ‘50+’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실현해왔다. 그중 하나가 글 좀 쓰는 50+와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과 문화를 읽어내는 사업이다. 

“20ㆍ30대 자유 여행자들의 인스타 감성여행 못지않게 50+세대의 삶과 경험이 녹아든 여행 리뷰도 충분히 매력적일 거라 생각했다.” 이형정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센터장은 멀리 떠나지 않고 일상 가까이에서 50+ 시선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원, 지리산’ 경험을 계기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패스파인더가 함께 기획해 준비한 끝에 책의 모태가 된 ‘50+, 남원ㆍ지리산에서 길을 찾다’ 과정이 만들어졌다. 남원을 여행하며 알게 된 것들을 글로 엮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남원, 가실래요?” 선발된 지역살이 기록가들은 여행과 글쓰기에 관심 많은 16인의 5060 신중년이다. 직장인, 간호사, 호텔리어, 학원 강사, 연극인, 디자이너, 약사, 주부 등 인생 후반을 맞이한 이들이다. 살아온 인생은 각기 달랐지만 바라는 인생의 모습은 비슷했다. 

귀촌인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실상사 도법 스님, 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남원시 공무원들, 그리고 이미 남원에 정착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리산을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 집을 지어 식당을 열거나 에어비앤비를 하는 사람 등을 찾아 들은 일거리ㆍ할거리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많은 지자체가 ‘지역 소멸’을 우려하며 인구 늘리기 정책에 집중하는 지금, 신중년 오팔 세대가 지역에 돌아와 새로운 도전을 해본다면 어떨까. 지역도 살리고 스스로의 인생도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세 가지 스토리 

「내 집에 갇힌 사회」
김명수 지음|창비 펴냄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매진하는 시대, 과연 ‘투기꾼’은 따로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더 이상 ‘투기’는 특정 소수의 행위가 아니다”고 지적한다. 내 집 마련을 통해 자신의 가족과 생계를 지탱하는 한국인 특유의 ‘생존 주거전략’을 파헤친다. 복잡다단한 한국 도시민의 투기 열망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스틸니스」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흐름출판 펴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지도자, 사상가,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바로 ‘스틸니스(still ness)’다. ‘내면의 고요’가 성공의 열쇠라는 거다. 저자는 스틸니스가 분노를 이겨내게 하고,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으며, 위대한 통찰력을 갖게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우리 안의 고요를 끄집어내고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조언이다.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부키 펴냄   


‘생각이 너무 많아서’ 피곤한 아이들이 있다. 사회는 이들에게 ‘자폐증’ ‘ADHD’와 같은 딱지 붙이기에 바쁘다.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이같은 사회를 비판한다. 그는 비전형적이고 복잡한 사유의 방식을 ‘정신적 과잉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생각이 많은 아이들의 뇌는 다르게 작용할 뿐이며, 그들의 사유 방식과 행동 양상을 이해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일침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