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개정 논란

3월말 시행된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쪽에선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렇지 않다며 맞받아친다. 양쪽 입장이 너무 팽팽해 당장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논쟁을 펼칠 땐 펼치더라도 민식이법을 계기로 운전문화를 성숙시키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 법적 미비점을 개선하는 건 다음 과제다. 

민식이법과 무관하게 우리가 바꿔야 할 운전제도와 문화도 많다.[사진=연합뉴스]
민식이법과 무관하게 우리가 바꿔야 할 운전제도와 문화도 많다.[사진=연합뉴스]

일명 ‘민식이법’이 3월 25일 시행됐다.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탄생한 법이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의 핵심은 두가지인데, 첫째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호시설을 강화하는 것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신호등ㆍ무인과속단속카메라ㆍ과속방지턱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어린이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구역으로 만든다는 거다.

둘째는 운전자 처벌조항 강화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운전자가 안전운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ㆍ상해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거다. 어린이가 다쳤을 경우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어린이가 사망했을 경우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호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건 매우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민식이법’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민식이법’이 운전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주장이 많다. 규정 속도를 준수하고, 주의를 기울여 운전했더라도 사각지대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을 면하기 쉽지 않아서다.

예컨대, 모든 안전수칙을 다 지키면서 운전을 했는데, 갑자기 횡단보도로 돌진하는 어린이를 못 봤다면 어쩌느냐는 것이다. 특히 ‘민식이법’에 규정된 가중처벌의 경우, 다른 형사처벌 조항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전운전 의무를 어겼을 경우’에 가중처벌이 매겨지기 때문에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민식이법’의 형평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쪽에선 문제가 있는 항목을 개선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높고, 다른 한쪽에선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간단하다. 첫째,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모든 신경을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사고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허술한 운전면허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교육 및 제도적 개선 없이 단속만 하는 시스템으론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셋째,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불법 주정차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주정차 차량이 운전자 시야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사고 발생 시 주정차 차량 소유주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도 방법이다. 

민식이법이 미칠 여파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민식이법의 과도한 처벌조항을 문제 삼는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도 숱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식이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이 20만명을 넘어선 것도 눈여겨 봐야한다. 하지만 갑론을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민식이법’을 우리의 운전문화가 성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은 잊어선 안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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