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개인 간의 갈등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엔 직장 내 괴롭힘이고, 어떤 경우엔 개인 간 갈등일까. 그 미묘한 기준을 살펴봤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대상이 직장 내 모든 갈등인 것은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대상이 직장 내 모든 갈등인 것은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팀장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회사 가기가 싫어.” 직장인 A씨는 B팀장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심한 질책을 받았다. A씨는 B씨 탓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일까. A씨가 인격 모독이라고 느낄 만큼 과도한 질책을 당했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질책을 당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B팀장의 질책이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다른 팀장들도 팀원들에게 B팀장처럼 행동해 왔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규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세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이어야 한다. 예컨대 가해 근로자가 상급자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상급자가 아니더라도 사실상 관계의 우위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이는 가해 근로자가 피해 근로자보다 나이, 근속연수, 업무역량, 직장에서의 영향력이 우위에 있는 경우다. 

둘째, 업무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대상은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업무상 지시ㆍ주의ㆍ명령에 불만을 느끼더라도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업무상 필요하더라도 폭언 등 적정범위를 넘어서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하는 행위여야 한다. 이 경우, 피해가 눈에 띌 필요는 없다. 피해 근로자가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졌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상황별 예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3자가 함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폭언ㆍ욕설ㆍ험담(언어적 행위)을 늘어놔 피해 근로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 공개된 상황이 아닌 ‘1대1’ 대화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복적인 폭언ㆍ욕설은 피해 근로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해치고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 가능하다.

집단 따돌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의도적인 무시나 배제 등은 당연히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근로 계약시 명시한 업무와 무관한 일을 근로자의 의지와 관계 없이 상당 기간 지속시키고, 그 지시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피해 근로자가 자신이 당한 상황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건 어렵다. 필자가 혼자 속앓이를 하기보다는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 직장갑질119 노무사, 변호사 등과 상담해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은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괴롭힘을 참고 견디다가 결국 퇴사까지 하고 나서 뒤늦게 신고한다면 전문가도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피해 근로자 대부분은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로 퇴사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은 고통대로 겪고, 책임을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부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지금 용기를 내시기 바란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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