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69억원어치 불태워 폐기
바이오가스 활용법 강구해야

신재생에너지는 향후 화석연료를 대체할 자원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애써 만들어냈건만 사용할 곳이 없어서 버리는 신재생에너지도 있다. 바로 바이오가스인데, 그 폐기량이 연간 369억원에 이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바이오가스에 숨은 문제점들을 취재했다.

바이오가스는 수요처가 마땅치 않아 매년 상당량이 버려진다.[사진=연합뉴스]
바이오가스는 수요처가 마땅치 않아 매년 상당량이 버려진다.[사진=연합뉴스]

신재생에너지를 얘기할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 태양광발전일 것이다. 현재 가장 보편화된 신재생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만 있는 게 아니다. 풍력ㆍ수력ㆍ태양열ㆍ지열ㆍ바이오가스 등 다양하다. 이중 주목을 가장 덜 받는 에너지원 중 하나가 바이오가스다.

바이오가스는 음식물이나 가축의 분뇨ㆍ하수 등 유기성 폐자원을 썩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가스를 정제해 재활용이 가능한 가스로 바꾼 거다. 정제 과정을 거치면 LPG가스나 도시가스와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도,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역적인 제약도 많다. 가령, 태양광 패널만 설치하면 되는 태양광발전과 달리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생산된 바이오가스가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슨 일일까.

바이오가스 생산 현황부터 살펴보자. 환경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7년도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가스화 시설 현황’에 따르면 총 98개 시설에서 총 3억2106만2000㎥(세제곱미터)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참고 : 현재까지는 이 자료가 가장 최신 자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비의 증가로 현재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가스 중 34.3%는 생산시설에서 자체 이용한다. 31.8%는 외부(인근)에 공급하고, 17.4%는 발전용으로 쓰인다. 나머지 16.5%(5303만4000㎥)는 그냥 버린다. 저장시설을 채우고도 남는 가스를 마땅히 사용할 곳이 없다면 태워 없앤다는 거다.

우리나라 1가구당 연평균 도시가스 사용량은 532.4㎥(2018년 기준ㆍ총 가구 대비 단순 평균)로 매년 약 10만 가구(9만9613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스가 의미 없이 사라지는 셈이다. 무게로 변환하면 약 6만6748t(톤)인데, 올해 2월 기준 천연가스 1t당 가격이 445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2970만 달러 (약 369억원)를 매년 태워 없앤다는 얘기가 된다.

수요처 없는 바이오가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바이오가스를 생산해도 수요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발전 시장이 성장한 배경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전엔 태양광발전 단가가 매우 비쌌다. 당연히 한국전력은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살 이유가 없었다. 그러던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도입됐다.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한전과 같은 발전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로 구매하도록 강제한 거였다. 

이후 비교적 손쉬운 설비였던 태양광발전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2009~2011년 연평균 설비용량이 340~360㎿ 수준이던 태양광발전은 2013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8년 기준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2626㎿로 10년 전보다 7.6배 늘었다. 

태양광발전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사진=연합뉴스]
태양광발전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바이오가스에는 RPS와 같은 지원 제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공급자들은 비싼 바이오가스를 살 이유가 없다. 저유가 국면인 최근처럼 LNG 가격이 내림세라면 더욱 그렇다. 바이오디젤도 RPS제도와 비슷한 연료혼합의무화(RFS) 제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가 잉여 바이오가스 활용 방안을 내놓지 않는 건 아니다. 지난해 3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버려지는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수소융복합충전소에 공급하겠다는 방안(시범사업)을 내놨다. 이를 통해 2000여대의 수소전기버스를 굴릴 수 있다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괜찮은 방안처럼 보이지만 논란이 만만찮다. 

무엇보다 바이오가스를 가스 자체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에너지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참고 :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폐자원에너지 인센티브제도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바이오가스를 발전에 이용할 때 에너지효율은 고작 10~27%에 불과하다. 스팀으로 활용할 때는 65% 수준이고, 가스로 사용할 때는 73~87%의 효율을 나타냈다.]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수소융복합충전소에 공급하겠다’는 산자부 방안의 더 큰 맹점은 친환경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수소를 추출할 때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오가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가스는 태양광발전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바이오가스로 전기나 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가 아니라 가스 자체를 사용함으로써 ‘천연가스(화석연료) 수입량 혹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친환경이라는 애초 취지와도 맞다.”

 

일부에서 바이오가스에도 RPS와 비슷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스공급자에게 바이오가스 구매를 의무화하도록 하자는 거다.

실제로 독일ㆍ덴마크ㆍ영국ㆍ프랑스ㆍ네덜란드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수송연료 공급자에게 바이오가스 구매 할당량을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수송용 바이오가스를 사용할 때는 세금도 면제해준다.

환경부는 ‘나 몰라라’

법률사무소 이이의 구민회 변호사는 “현재 RPS제도가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가격 하락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에서 RPS와 비슷한 방식으로 가겠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으면서도 “그럼에도 바이오가스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지원책이 전무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정부 지원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통해 바이오가스 산업 활성화를 이끌어낸 유럽 등과 달리 국내 바이오가스 정책적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면서 “인센티브제도를 마련하는 건 중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친환경 에너지정책의 일환으로 폐자원에너지화 정책을 수립해 바이오가스화 시설 설치 등을 추진했던 환경부가 정작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관계자는 “생산된 자원을 활용하는 건 우리 관할이 아니라 산자부 소관이니 산자부에 문의해보라”며 엉뚱한 답을 늘어놨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