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의 건보료 “95원 더 냈다고 상위 30%라니요” 
내 이웃의 건보료 “95원 더 냈다고 상위 30%라니요” 
  • 김다린 기자
  • 호수 384
  • 승인 2020.04.13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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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와 긴급재난지원금 
내 이웃 4명이 말하는
건보료 기준의 문제점

정부도 지자체도 돈을 받아가라고 아우성이다. 코로나19로 민생이 파탄에 빠졌으니, 돈이 필요한 건 맞다. 그중에서도 100만원을 준다는 정부의 제안은 솔깃하다. 대상이 ‘소득 하위 70%’인 만큼 기대감도 많다. 하지만 지원 기준인 ‘건강보험료’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가 보더라도 서민인 내 이웃이 지원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건보료를 조회하고 한숨을 내쉰 4명의 이웃들을 만나봤다.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소득 하위 70% 기준에 들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소득 하위 70% 기준에 들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료(건보료)를 둘러싼 국민 관심이 뜨겁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1400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건보료가 이 기준의 잣대로 선정되면서다. 

지난 3일 정부는 ‘지원금 대상자 선정기준 원칙’을 공개했다. 정부가 밝힌 대상은 ‘올해 3월 건보료 납부액 기준 소득 하위 70% 가구’다. ‘신속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였다. 건보료는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건강보험은 거의 모든 국민(의료급여 수급자 등 일부를 제외한 97%)이 가입돼 있다. 별도의 정부 조사 없이도 지원금 수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을 뭘로 삼든 많은 국민들은 “받을 수 있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더스쿠프가 만나본 평범한 4명의 이웃도 그랬다. ‘70% 이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힘든 삶을 살았다. 하지만 건보료를 조회한 결과, 이들은 지원 대상에서 빠질 공산이 크다. 이들의 사연을 자세히 들어봤다.

■ 직장인 부부의 한숨 = 30대 직장인 최기훈(가명)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한참을 들여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M건강보험’에서 확인된 3월 부부의 합산 건보료는 15만120원.

최씨는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을 훑어봤다. 직장가입자 2인 가구의 경우 ‘15만25원 이하’였다. 최씨 부부는 기준보다 95원을 더 냈다. “고작 100원도 안 되는 보험료를 더 냈다고….” 60만원(2인 가구 기준 지원금)을 눈앞에서 놓친 허탈함이었다.

보통 직장인의 경우 월급의 6.6%가 건보료로 책정된다. 이 가운데 절반은 회사가 부담한다. 개인이 내는 건보료는 약 3.3%다. 예컨대 한달에 100만원을 버는 사람은 3만원, 500만원의 월급쟁이는 15만원이 건보료로 나가는 식이다. 각각 260만원, 220만원가량의 소득을 버는 최씨 부부는 당장의 형편이 곤궁한 건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가계부에 미칠 영향은 점치기 어렵다. 

중소 무역업체에 다니는 최씨의 아내는 3월 중순부터 오전 근무만 한다. 전염병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일감이 끊긴 탓이다. 임금도 70%가량만 지급될 예정인데, 회사 분위기를 보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깎인 월급이 건보료에 즉각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 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된다.

중소 IT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최씨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얼마 전 중견기업이 발주한 SI 프로젝트가 느닷없이 취소됐다. 사장은 “4월 월급이 조금 늦게 지급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당장 매월 100만원씩 나가는 주택담보 대출이 걱정거리가 됐다.

무엇보다 최씨 부부는 자신들이 ‘소득 상위 30%’ 안에 들었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재산이라곤 부천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뿐이었다. 

이곳에서 3년째 거주 중인 최씨 부부는 당시 ‘보금자리 대출(주택금융공사 서민전용 대출상품)’의 소득 기준(부부 합산 6000만원 이하)도 가뿐하게 통과했었다. 최씨는 “여유가 없어 출산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가 상위 30%에 해당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면서 “유리지갑만 손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 대학원생의 한숨 = 수도권 지역 한 대학원의 졸업(박사)을 앞둔 김종현(가명ㆍ34세)는 5년 전만 해도 취업전선에서 힘겨운 싸움을 거듭하고 있었다. 수십개 기업에 지원했지만 최종까지 오른 곳은 1곳, 그나마도 인턴이었다. 중소ㆍ중견기업에도 원서를 넣었지만 불러주는 회사는 없었다. 졸업을 유예하고 재도전한 이듬해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고향인 강릉에 내려갈까도 싶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이번엔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대학원이었다. 진리의 상아탑에서 ‘취업탑’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지만, 김씨가 원한 게 취업이었으니 오히려 더 끌렸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국비로 등록금을 지원하는 학과로 진학했다.

공부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돈이 부족할 때마다 아르바이트도 했다. 만반의 준비 끝에 취업시장에 다시 뛰어들려는 찰나. 아뿔싸! 코로나19가 터졌다. 기업들의 취업문이 굳게 닫히면서 김씨는 발만 구르고 있다.

1인 가구라 받을 줄 알았는데…

그나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은 희소식처럼 들렸다. ‘소득 70% 이하’ 기준이라면 그간 아르바이트 몇푼이 소득의 전부였던 김씨가 제외될 리 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학원 동기의 설명은 달랐다. “너 지금 부모님 피부양자로 돼있는 거 아니야? 그러면 부모님 가구에 묶여서 지원금 못 받을 걸….”

김씨는 정부 안내대로 건보료를 조회해봤다.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떴다. “본 서비스는 직장가입자(피부양자)이거나 상실된 지역가입자인 경우 조회가 되지 않습니다.”

김씨는 강릉에 사는 부모님 가구의 피부양자로 편입돼 있었다. 피부양자란 가족 중 직장가입자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을 뜻한다.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건보 가입자와 다른 지역에 따로 사는 자녀도 한 가구로 본다”고 발표했다. 

주민등록 등본상 김씨는 1인 가구로 분류돼 있고 소득이 없음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흙수저 탈출’을 목표로 무작정 취업 준비에 매달린 게 죄처럼 느껴졌다. 30대 중반, 숱하게 많은 자격증과 졸업증명서에도 여전히 ‘경계인’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씁쓸했다.

■ 40대 싱글의 한숨 = 40대 초반, 월급 350만원, 미혼…. 앱 개발자 이현우(가명)씨의 30대는 혹독했다. 야근과 비정상적인 대우에 시달렸고, 메뚜기처럼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녔다. 다행히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복지나 처우가 괜찮은 스타트업의 부서장을 맡게 됐다.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국내 여행 플랫폼 서비스였다. 직장 동료가 회사를 창업하고 이씨를 끌어들였다. 성실히 사업을 가다듬은 끝에 괜찮은 수익모델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충격은 생각보다 셌다. 외국인이 주요 이용자인 탓이었을까. 이곳저곳에서 후속 투자를 유치하던 옛 동료이자 CEO는 힘들게 ‘고통 분담’ 얘기를 꺼냈다. 이씨도 직접 나서봤지만 주변엔 자금난을 호소하는 스타트업만 수두룩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흔드는 코로나

벤처캐피털(VC)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이유에서였다.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전세로 얻은 하남시 오피스텔로 돌아간 이씨는 자신의 건보료를 조회해 봤다. 1인 가구에 40만원씩 지급한다는 정부 지원금이라도 받으면 이 재난 같은 상황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가 올해 3월에 납부한 건보료는 9만6120원. 1인 가구 지원대상인 8만8344원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였다. 이씨는 헛웃음이 났다. 살면서 단 한번도 ‘대한민국 상위 30%’의 삶을 누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다.

■ 프리랜서의 한숨 = 심은형(가명ㆍ36세)씨는 부모님과 함께 산다. 그의 3월 합산 건보료는 21만6070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역가입자 기준은 20만3127원(3인 가구)였다. 심씨는 일찌감치 해당 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

심씨는 앞서 본 3인 직장가입자 사례와는 다르다. 그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심씨는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작은 축제나 지방행사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음향장비를 세팅하는 일을 하는 프리랜서다. 소득이 불분명한 이들에게 정부는 재산(집)ㆍ자동차ㆍ사업소득ㆍ금융소득 등을 종합해 건보료를 매긴다. 그의 3월 건보료 21만6070원은 ‘업무를 위해 산 국산차(2000㏄)’ ‘2억원 규모의 아파트 전세’ ‘2년 전 신고한 소득’ 등이 더해진 보험료였다.

지원금 대상자에서 벗어난 심씨의 한숨은 더 깊다. 본래는 축제로 붐벼야 할 이맘때인데, 코로나19가 성수기를 잠식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봄 축제도 줄줄이 취소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었지만, 건보료에 반영되지 않은 자영업자 등은 관련 소득을 증빙해 신청하면 이를 반영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심씨에게도 해당될지는 미지수다. 일반 자영업자와 달리 심씨는 평소에도 소득이 계절마다 널뛰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심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원래 봄에 많이 벌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이번엔 못 벌었다’는 설명을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과연 믿어줄까요. 코로나19가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판에,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집도 있고 차도 있는 금수저 직장가입자 친구는 뒷돈을 챙기는지 ‘지원대상’이라고 하던데…. 세상 참 아이러니합니다.” 코로나19에 힘들지 않은 국민은 없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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