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당신만 그런 건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이 잠자기 전 허기진 배를 잔뜩 채우고는 ‘내일은 꼭 굶고 자야지’ 다짐하곤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이 잠자기 전 허기진 배를 잔뜩 채우고는 ‘내일은 꼭 굶고 자야지’ 다짐하곤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오늘도 실패군.”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허기를 가득 채우곤 이내 한탄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다짐. “내일은 꼭 굶고 자야지.” 신간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이미 결심도 각오도 무너진 지 오래지만, 그런 실패 속에서도 안간힘을 다해 행복해지려고 노력 중인 이들을 위한 책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길을 잃은 듯한 불안함에 가슴 졸이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 박상영이 펴낸 첫번째 에세이다. 우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평범한 30대 사회인 소설가가 꿈이나 목표 같은 것이 사치가 돼버린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안과 응원의 목소리를 담았다. 직장 생활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야식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나머지 다이어트라는 또다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렸다. 

실제로 저자는 잡지사ㆍ광고대행사 등 다양한 업계에서 일하며 단 한순간도 그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란 확신을 가진 적 없었다. 자아실현의 장이 될 줄 알았던 회사살이가 ‘개집살이’처럼 힘들다는 깨달음만 얻은 후 퇴사를 꿈꿨다.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을 때 더 이상 출퇴근은 없을 줄 알았지만 생활고는 개선되지 않았고, 계속 회사를 다니며 글을 썼다. 이 에세이에 담긴 이야기도 그때 쓴 글이다. 현재는 퇴사하고 그토록 원하던 전업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출근보다 싫은 것은 세상에 없다’ ‘살만 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너무 한낮의 퇴사’ ‘내 생에 마지막 점’ 등 저자의 ‘찐’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하며 수많은 밤을 자책과 괴로움으로 보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절절하게 풀어냈다. 

스트레스 가득한 날 배달음식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 잠자리에 누워 내일은 꼭 굶고 자야지 하고 다짐을 되풀이한 적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 혼자만 그러는 건 아니다’라고 다독인다. 이 책은 직장생활의 노고, 퇴사 후의 시련, 일상생활의 고달픔 속에서 기진맥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할지언정, 그런다고 해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려 한다.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하며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다. 비록 오늘 밤 굶고 자는 데 실패해도 말이다.” 

저자는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또 폭식을 했다 하더라도, 우리 자신을 자책하며 몰아붙이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매일매일 실패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그래도 당신은 잘 버티고 있고, 잘 살고 있다”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세 가지 스토리 

「평일도 인생이니까」
김신지 지음|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뭐 했다고 벌써 아홉시야.” 퇴근하고 저녁 먹고 나면 밤 아홉시다. 매일 겪는 일이지만 억울하다. 남들처럼 평일에 공부하고 운동도 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와 체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주말만 기다리는 삶이 되면 안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조금 느긋한 호흡으로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숨 고르듯 천천히 자신만의 여유를 갖게 되는 과정을 신중하게 그린다.

「은밀한 설계자들」 
클라이브 톰슨 지음|한빛비즈 펴냄


모바일 메신저, SNS, 배달앱….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우리의 삶도 달라진다. 프로그램 하나가 생활을 순식간에 바꿔놓지만, 우리는 정작 누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어떤 도덕관념을 갖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을 은밀하게 설계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그들에게 어떤 자질을 요구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은행나무 펴냄   


소설가 이승우의 산문집이다. 저자는 30여년 소설을 쓰면서 깨달은 것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언제 어떻게 영감을 받아서 글을 쓰는지, 작가로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해외문학과 당대 고전으로 남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도 조명한다.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문장들이 어떤 사유에서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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