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서 대선 열려
범여권 vs 범보수세력
중간지대 없이 싸울 가능성 높아
양측 공약은 벌써부터 충돌

21대 총선. 위성정당이 판을 쳤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편, 미래통합당 편으로 두동강 났다. 소수정당을 국회에 더 많이 입성시키자는 애초 취지 따윈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결과도 그렇게 끝났다. 범여권이 압승했고, 그 나머지를 미래통합당 세력이 차지했다. 소수정당은 입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진 21대 국회에선 ‘대선’이 치러진다.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우리가 공약을 감시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봤다.  

21대 국회에서도 진영논리가 판을 친다면 민생은 또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사진=뉴시스]
21대 국회에서도 진영논리가 판을 친다면 민생은 또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 안 만든다 하지 않았나? 왜 말을 바꾸나?”
[황교안 미래통합당 종로구 후보]


“미래통합당은 직접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부로부터 참여를 제안받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난 6일 방송 토론회에서 나눈 토론 내용이다. 많은 미디어에서 두 사람을 대한민국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라고 띄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에 맞지 않는 토론이었다. 왜일까.

이 발언의 쟁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 제도는 거대 양당 중심으로 움직여온 국회에 소수정당이 입성할 기회를 넓혀주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12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끔 손을 봤다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마련된 선거제도는 고작 몇개월 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미래통합당이 먼저 비례대표 의석을 더 가져가겠다면서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선거법 개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대의를 지킬지, 실리를 지킬지 고민하다 ‘남의 손’을 빌려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 잡음이 생기면서 열린민주당까지 하나 더 생겼다.

누가 먼저 꼼수를 폈느냐를 두곤 따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두 정당 모두 각자의 이익만 챙기려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상대가 잘못했다면서 서로 비난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곳곳에서 “민주화 이후 대놓고 꼼수를 부린 최악의 선거” 등의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통해 이득을 봤다.

문제는 이런 ‘최악의 선거’를 통해 구성될 21대 국회는 범여권과 그들을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범보수세력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위성정당을 만든 목적도 그렇다. 더 큰 문제는 21대 회기 중에 대통령 선거(2022년)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꼼수표를 챙긴 양당은 ‘이것이 민심’이라며 호도할 것이고, 소수의 목소리는 사라질 게 뻔하다.

여야가 유례없을 정도로 거칠게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 사실 21대 총선 정당별 공약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미래통합당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약들은 텍스트만 봐도 ‘대척점’에 서 있다. 국민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진영논리가 공약으로 둔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대 양당의 공약을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은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노동자 권리를 인정하고,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도 노조 활동의 권리를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탈원전 정책에 탈석탄까지 더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더욱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탄소세 도입도 검토한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시간제 근로 확대와 노동시장 유연화, 강성노조 무력화를 꾀하는 공약들을 내놨다. 법인세ㆍ상속증여세ㆍ부동산 보유세 인하를 비롯한 감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서울지역 재개발ㆍ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공약들도 있다. 탈원전 정책 전면 폐기와 동시에 태양광발전 사업 비리에 관한 국정조사를 벌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두당간 통일ㆍ국방ㆍ외교 공약에 관한 괴리는 말할 것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정상 합의를 통해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남북경협도 재개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9ㆍ19 남북군사합의서 폐기는 물론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물론 두당엔 비슷한 공약도 있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 강화나 간이과세자 부가세 부과 기준 상향 조정 등의 공약이 있다. 방법은 달라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은 취지가 비슷하다. 가정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는 거의 같은 공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맹점이 있다. 거대 양당이 진영 논리에 매몰돼 정쟁에 휩싸이면 같은 곳을 지향하는 공약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대 국회가 식물국회 혹은 동물국회가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총선 이후 모든 국민이 능동적이고 철저한 감시자를 자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시견 역할을 게을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좋은 예가 있다. 지난 4월 1일 법률소비자연맹은 20대 총선 당시 선거공약 1만1303개의 이행성적을 조사한 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의원들의 공약이행 평균성적은 58.33점에 불과했다. 학생으로 치면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인데,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머물렀다는 얘기다. 당시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공약 이행을 못하면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번 21대 총선에 재등장했다. 

‘최악의 선거’ 후엔 대통령 선거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을 잘 지켰다는 건 아니다. 지역별 평균 공약 이행률을 보면 경상남북도가 가장 낮고, 그다음 낮은 지역이 전라남북도였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이 양당의 주요 지지기반이라는 걸 감안하면 공약 이행률은 도토리 키재기였다는 얘기다.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던 그들은 또다시 국민 위에 군림할 것이다. 거대 양당의 진영으로 늘어선 그들은 공약보단 ‘편가르기’에 매몰될 공산이 크다. 위성정당이란 ‘꼼수차’에 올라탄 이들이 국회에 무혈입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더구나 2년 후엔 ‘대권판’이 열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21대 국회에서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는 ‘감시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김정덕ㆍ최아름ㆍ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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