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빛과 그림자

전날 밤에 주문하면 아침 밥하기 전에 식재료가 문 앞에 도착해 있다. 온라인 식료품 업체 마켓컬리(컬리)가 2015년 새벽배송 시장의 문을 열면서 달라진 변화다. 마켓컬리의 뒤를 이어 대형 유통업체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마켓컬리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적자의 늪도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마켓컬리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2015년 마켓컬리가 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새벽배송 시장이 열렸다. 사진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연합뉴스]
2015년 마켓컬리가 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새벽배송 시장이 열렸다. 사진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연합뉴스]

“컬리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컬리의 뒤를 따라오실 줄은요.” 2015년 국내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마켓컬리(컬리)는 지난해 10월 대기업 유통업체를 겨냥한 광고를 내보냈다.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을 시작한 이후 GS프레시(2017년 8월), 롯데슈퍼(2018년 2월), SSG닷컴(2019년 6월), 쿠팡(로켓프레시ㆍ2019년 10월) 등이 줄줄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새벽배송 원조’임을 당차게 밝힌 마켓컬리는 그에 걸맞은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누적 가입자 수는 390만명을 넘어섰고, 출고량(박스 단위)은 2300만건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7배, 2.9배씩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도 껑충 뛰었다. 컬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4289억원으로 전년(1571억원) 대비 2.7배 증가했다. 사업 첫해 매출액이 2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영업적자(2019년 986억원)가 쌓이는 게 문제란 지적도 있지만 컬리 측은 “선제적 투자가 단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라고 보긴 어렵다”고 맞받아친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물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손실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켓컬리는 지난해 물류센터 3곳(김포ㆍ화도ㆍ죽전)을 확대한 데 이어 올해 김포에 물류센터 한곳을 더 추가할 방침이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초기 마케팅과 인프라 투자는 필수적이다”면서 “이젠 네트워크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켓컬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영업적자를 딛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반’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납품 업체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은 마켓컬리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설문조사 결과(2019년 12월)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가장 자주 이용하는 새벽배송 서비스’ 순위 1위(39.4%)를 차지했다. 쿠팡(35.8%), SSG닷컴(16.4%)을 앞지른 셈이다.

고객의 재구매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가입고객의 재구매율이 61.2%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홈쇼핑ㆍ이커머스 업계의 평균 재구매율 28.8%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마켓컬리가 납품업체와 동반성장을 추구한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켓컬리는 상품을 100% 직매입 판매해 업체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고 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등 상생을 꾀하고 있다. 마켓컬리 입점업체 관계자는 “판로 개척이 쉽지 않은 요즘 같은 때에 마켓컬리의 전략은 큰 도움이 된다”면서 “제품을 제값에 납품하고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마켓컬리를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마켓컬리 물류센터를 방문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많은 유통업체들이 납품 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켓컬리의 모델은 소비자ㆍ생산자ㆍ협력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마켓컬리의 사업방식이 성장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마켓컬리가 경쟁력으로 내세운 샛별배송(전날 밤 11시 전 주문, 다음날 아침 7시 전 배송)은 인건비 부담이 크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반배송 대비 새벽배송은 인건비가 1.5배가량 더 든다”면서 “결국 적자 해소를 위해선 독점적 사업자가 될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쉽지 않은 싸움이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마켓컬리는 새벽이라는 특별한 시간대를 개척했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가능 지역이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수도권 외 지역은 택배 배송으로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컬리 관계자는 “고객이 증가하고 주문 건수가 증가하면서 물류 효율화를 이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계는 또 있다. 마켓컬리의 주력 품목이 신선식품이어서 재고나 폐기율 관리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마켓컬리는 이런 단점을 메우기 위해 중간유통과정을 없애고,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24시간 내에 풀콜드체인(Full Cold-Chain) 시스템을 활용해 배송하는 전략을 택했다.

제품을 대량 구매하고, 저장했다가 판매하는 대형마트와는 다른 길을 간 셈이다. 결과적으로 폐기율을 1% 안팎으로 유지했지만 상품 품절이 잦다는 점은 숙제로 남았다. 마켓컬리가 전국 단위 서비스로 확대해야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송상화 인천대(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마켓컬리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벽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면서 “하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선 전국 단위의 샛별배송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판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마켓컬리로선 향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비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새벽배송 시장을 열어젖힌 마켓컬리는 전국을 아우르는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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