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으로 그려본 서울 가상지도 

“지역을 바꾸겠습니다.” 21대 총선에서도 ‘지역발전’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런 유형의 공약은 대부분 부동산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한국의 가장 큰 도시인 서울에 출사표를 던져 국회 입성에 성공한 49명의 당선인 역시 저마다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놨다. 우리 동네, 바뀌긴 바뀌는 걸까. 정말 바뀐다면 어떤 계획이 진행되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1대 총선 공약을 근거로 ‘서울 가상지도’를 새로 그려봤다. 

서울 지역구 49명의 당선인은 지역 개발 공약을 쏟아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철도의 도시  =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단연 철도다. 공약에서 언급된 철도만 서울 동남부(강남권역)를 제외하고 10개(고양선ㆍ신분당선 서북부 연장ㆍ신안산선ㆍ신구로선ㆍ서부광역철도ㆍ동북선 도시철도ㆍ목동선ㆍ강북횡단선ㆍ면목선ㆍ서부경전철)다. 이중 4개선(강북횡단선ㆍ면목선ㆍ목동선ㆍ서부경전철)은 서울시의 재정사업으로 지정돼 이미 탄력을 받고 있다.

지하철과 멀리 떨어져 있어 광역철도교통망이 부족했던 도심 외 강북엔 동서남북을 횡단하는 새로운 노선이 생긴다. 서울의 서쪽과 동북지역을 잇는 강북횡단선이다. 

양천구 목동역에서부터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지하철 불모지였던 종로구 세검정ㆍ평창동 일대를 지나 성북구ㆍ청량리역으로 이어진다. 강북횡단선을 조기 착공하거나 가까운 곳에 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은 강서(한정애 더민주), 은평(박주민 더민주), 서대문(우상호ㆍ김영호 더민주), 종로(이낙연 더민주), 성북(김영배 더민주), 동대문(장경태 더민주) 총 6개 지역구에 걸쳐 나왔다. 

강북횡단선은 2021년 착공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지만 상당수 후보가 조기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예비타당성 조 결과의 발표 시점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강북 지역을 동서로 가르는 철도와 함께 남북에도 새로운 철도가 생긴다. 북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지형 탓에 도심ㆍ강남과의 접근성이 좋지 못했던 노원구에서부터 강북~성북~동대문~성동구로 이어지는 ‘동북선 도시철도’ 관련 공약도 후보들의 주메뉴였다. 

동북선은 이미 2019년 10월 착공을 시작해 2025년 개통이 예상된다. 공약의 핵심은 연장선이다. 도봉구(오기형 더민주)와 노원구(김성환 더민주) 당선인은 상계~마들~방학역으로 이어지는 동북선 연장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실현될 경우 동북선은 우이신설선과 연결된다. 도봉구청이 방학역 연장을 위해 서울시에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는 없다. 

상대적으로 교통 소외 지역이었던 서울 서남부에도 공약이 쏟아졌다. 신월동에서 목동을 거쳐 당산역으로 이어지는 목동선은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영등포갑 김영주 당선인(더민주)이 내놓은 공약은 양평동 일대에 ‘목동선 역사’를 신설하겠다는 거다.

현재 목동선 노선은 목동을 지나 곧장 당산으로 이어진다. 양평동을 지나면서도 멈추지 않기 때문에 그 사이에 역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영주 당선인의 추진력이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서울시의 도시철도 계획에 포함되지 않아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노선도 있다. 신구로선이다. 구로 항동지구에서 양천구청으로 이어지는 신구로선은 2008년 처음 제안된 이후 서울시에 담당 부서도 결정됐지만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서는 빠져있다.

신구로선과 마찬가지로 도시철도망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노선은 또 있다. 이낙연(종로), 강병원(은평을 더민주), 권영세(용산 미통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놓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이다. 해당 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지만 총선 이후로 미뤄졌다. 21대 총선 서울 공약 중 가장 먼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규 노선일 가능성이 높다. 

■ 아파트만 지켜준다면 =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는 송파병(남인순 더민주)을 뺀 모든 지역을 미래통합당이 차지했다. 현 정부가 집값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원을 선택해 아파트 가격을 방어하고 보유재산의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강남3구 특유의 민심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래서인지 강남3구 당선인의 공약도 주택에 집중됐다. 정부가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강남 일대 재건축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많았다. 하지만 공약 자체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아파트정비사업이 적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식이다. 

토지 종 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이고 규제에서 빠져나가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그러나 핵심은 결국 서울시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재건축과 재개발을 허가해줄 수 있도록 지역구 의원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고가주택의 보유세를 높이려는 정부 기조와 완전히 반대되는 공약을 내놓는 후보들도 있었다. 유경준(강남병 미통당) 당선인은 공시가격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 동의 없는 공시가격 인상 반대’를 내세웠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여 같은 땅에 더 많은 주택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21대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유권자들이 정부 부동산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 미래통합당이 내놓은 종부세 인하를 위한 ‘국회 동의’ 조건도 무색해졌다.

재정비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강남 일대에 철도를 더 놓겠다는 약속도 제시됐다. 박성중(서초을 미통당) 당선인은 과천 선바위역에서 서초 양재역을 잇는 지선을 조기 착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발 더 나아가 매헌~내곡~복정을 연결하는 지선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송파ㆍ강남ㆍ서초의 남단을 연결하고 과천까지 이어지는 철도 교통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2개 지선 모두 서울시의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초구는 서울시의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하기 위해 선바위~양재지선 타당성 조사를 추진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꾀하지 못했다. 이 조사는 2019년 6월 연구주체를 찾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있다. 

■ 새로운 땅 = 아무리 뛰어난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맡아도 ‘없는 땅’을 새롭게 만들어낼 순 없다. 서울은 이미 꽉 찬 도시다. 한정된 땅 안에서 공간을 새롭게 사용하려면 있는 건물을 없애는 수밖에 없다. 지역구에서 다선을 노리고 재출마한 의원들이 자랑스럽게 내보인 4년간의 성적표에 ‘부지 이전’이 유독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어 국회에 입성한 당선인들 중 상당수도 강북ㆍ강남을 가리지 않고 기존 시설을 이전해 옮겨 주민 편의시설과 사용할 수 있는 땅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크게 두가지다. 먼저 기존에 있던 대형 시설을 옮기고 남은 부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번에 3선에 성공한 홍익표(중성동갑더민주) 당선인은 2017년 성동구 마장동 한국전력 자재센터 이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홍 당선인은 이어 경찰기마대까지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경찰기마대를 이전해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기마대 이전과 관련한 사업은 계획된 적이 없다. 

최기상(금천구 더민주) 당선인은 금천구의 공군부대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공약집에 넣었다. 금천구청 역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방부와의 협의가 원만하지 못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도로 지하화’다. 서울과 외곽을 잇는 대표적인 도로인 서부간선도로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함께 강남 일대에서는 경부고속도로ㆍ올림픽대로ㆍ탄천동서로를 지하화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시공사가 정해진 상태다. 탄천동서로 역시 잠실 일대 개발 계획과 맞물려 지하화 계획이 잡혀있다. 이미 국회의원 공약이 되기 전부터 추진 중이었다는 얘기다.

유일하게 지하화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경부고속도로다. 서울시가 2030년 이후 검토할 장기 계획으로 잡아둔 상태지만 추진 여부는 안갯속이다. 당선인들은 대부분 도로 지하화 이후 생기게 되는 새로운 부지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2024년 총선 이전에 서울의 녹지 공간이 더 생기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21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5월 30일부터다. 4년 후 서울의 지도는 과연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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