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건 ‘세 개의 기둥과 하나의 벽’

➊이종건, Three doors(왼), Column pattern(오), 종이에 연필, 29.6×40㎝(왼), 종이에 연필, 과슈, 29.6×40㎝(오), 2020년 ➋이종건, Three Pillars and a Wall, 벽돌, 시멘트 모르타르, 128×128×112㎝, 2020년
➊이종건, Three doors(왼), Column pattern(오), 종이에 연필, 29.6×40㎝(왼), 종이에 연필, 과슈, 29.6×40㎝(오), 2020년 ➋이종건, Three Pillars and a Wall, 벽돌, 시멘트 모르타르, 128×128×112㎝, 2020년

이종건은 한국과 미국에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물에서 시간과 공간을 발견해 왔다. 사적인 공간에서 보편적인 건축 형태를 찾아낸 것이다. 그는 이상화한 자연을 실내 공간에 넣으려 했던 문화 양식을 탐구해 왔다. 지리ㆍ문화와 관계없이 다른 문화권의 건축양식을 적용한 주택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이런 작업을 통해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 점유하는 사람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장소를 탐구한다.

이종건의 두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벽’과 ‘기둥’이라는 건축 기본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갤러리 안 벽 기둥, 아치 기둥, 원통형 기둥을 건축 요소로 치환한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세 개의 기둥과 하나의 벽’이다. 전시관이 작품을 담아내는 ‘화이트 큐브’가 아닌 건축적 특성을 드러내는 대상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작품이 실제 건축의 구조적 기능이나 재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다. 갤러리의 실제 구조인 기둥은 무늬목으로 덮여 견고함이 사라졌다. 아치 형태의 기둥은 구조와 관계없이 문이 잘려 있다. 옆으로 누운 원통형 기둥은 금속 뼈대만 남아 기둥의 원래 기능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동시에 각각의 작품은 형태적으로 유사하다. 벽지에 있는 아치형 창문의 높이는 갤러리 내부 기둥을 세개로 나눈 높이와 같다. 이는 전시작품의 기본 단위이기도 하다. 

➌이종건, Three Pillars and a Wall, 철에 황동 도금, 85×224×85㎝, 2020년 ➍이종건, Three Pillars and a Wall, 화이트 오크 베니어, MDF, 64×64×340㎝, 2020년
➌이종건, Three Pillars and a Wall, 철에 황동 도금, 85×224×85㎝, 2020년 ➍이종건, Three Pillars and a Wall, 화이트 오크 베니어, MDF, 64×64×340㎝, 2020년

작품은 건축 구조에 중요한 재료인 나무ㆍ벽돌ㆍ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벽지나 무늬목처럼 얇고 일정한 패턴으로 존재한다. 재료인지 표면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위치에서 각 요소는 연결되거나  분리된다. 

이종건은 이번 전시에서 본질적인 오브제를 통해 ‘열린 영역’으로서의 공간과 건축을 사유하고 구체화한다. 개인이 점유하는 공간에는 개인의 물건이 있지만 사람이 떠난 자리엔 그 흔적만 남아있다는 식이다. 문화와 삶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 일부가 건축의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구조나 장식은 연결되지 않는 상태로 집에 남는다는 얘기다. 이종건은 이런 요소를 복제하고 반복해 패턴을 만들어 흔적을 남긴다.  피비갤러리에서 5월 23일까지 열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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