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티브로드 IPO 실패와 태광 이호진의 ‘황제 엑시트’
[단독] 티브로드 IPO 실패와 태광 이호진의 ‘황제 엑시트’
  • 김다린 기자
  • 호수 385
  • 승인 2020.04.21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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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 세무조사 왜 받고 있을까

국세청이 지난 2월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회사 측은 “정기세무조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국세청의 중수부’란 별칭을 갖고 있는 조사4국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설왕설래가 적지 않다. 특히 이 세무조사의 이유를 2014~2017년 ‘티브로드 상장 실패 과정’과 연관 짓는 시각도 적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티브로드 IPO 실패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 엑시트’의 상관관계를 단독 취재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티브로드 지분 매각을 통해 쏠쏠한 이득을 봤다.[사진=뉴시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티브로드 지분 매각을 통해 쏠쏠한 이득을 봤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 국내 케이블TV업계 2위 업체이자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티브로드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이 투입됐다. 조사4국은 비정기조사(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주로 기업 탈세ㆍ비자금 관련 혐의나 첩보를 받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올해 초 세무조사가 진행된 건 맞지만, 정기세무조사로 확인됐다”고 선을 그었지만 분명 심상치 않은 행보였다.

이 세무조사의 배경을 2014~2017년 ‘티브로드 상장 실패 과정’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 참고: 티브로드는 2014년 상장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그럼에도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은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시계추를 그해 2월로 돌려보자. 당시 티브로드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했다. 지갑을 연 곳은 사모펀드 IMM PEㆍJNT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IMM 컨소시엄)이었다. 티브로드는 먼저 1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고 IMM 컨소시엄에 팔았다. 

동시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지분(24.47%) 중 11.96%를 IMM 컨소시엄에 1000억원을 받고 넘겼다. 이 전 회장은 티브로드의 최대주주 태광산업(59.05%ㆍ2013년 말 기준)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았지만, IMM 컨소시엄에 지분을 넘긴 뒤엔 3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IMM 컨소시엄이 2대 주주(20.13%)가 됐다.

프리IPO는 IPO 이후 지분 매각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다. 실제로 티브로드는 2015년 11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주간사 선정 등 상장 절차를 밟았다. 늦어도 2016년 2월까진 완료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몸값이 문제였다. IMM 컨소시엄이 투자원금을 회수하려면 티브로드의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티브로드 지분 20% 2000억원 기준)’이어야 했는데, 시장 상황이 나빴다. 당시 케이블TV 산업은 이통3사 인터넷TV(IPTV)의 저가공세와 모바일ㆍ인터넷 결합상품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는 추세였다. 2016년엔 IPTV 매출(2조4277억원)이 사상 처음 케이블TV 매출 규모(2조1692억원)를 뛰어넘기도 했다. 

마침 티브로드의 매출 역시 2014년 7733억원, 2015년 7626억원, 2016년 7250억원, 2017년 7076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6년 9월엔 오너 리스크까지 터졌다. 이호진 전 회장의 ‘황제 보석’ 논란이었다. 이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혐의로 4년 6개월의 징역형과 1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고도 정작 수감된 기간은 60일 남짓이었다. 각종 질환으로 병보석을 받았는데, 그가 멀쩡히 돌아다니는 장면이 포착됐던 것이다. 

이렇듯 차일피일 미뤄지던 티브로드의 IPO는 끝내 무산됐다. 양측의 계약은 2017년 말까지였는데, IMM 컨소시엄은 급할 게 없었다. 티브로드가 상장에 실패하면 태광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해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을 되사는 조건이 포함됐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컨소시엄은 태광그룹 지분 79.73%를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태광그룹은 콜옵션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컨소시엄의 지분 20.13%를 3000억원에 사들였다. 이 지분을 매입한 주체는 티브로드였다. 자사주 형식으로 품었다. 자, 이제 이 거래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보자. IMM 컨소시엄은 2000억원에 지분을 사들여 3000억원에 되팔았다. IPO엔 실패했지만 투자 5년 만에 50%가량의 수익률을 올렸다. 훌륭한 성과를 거둔 엑시트(투자금 회수)였다. 

‘IPO 실패’의 리스크는 티브로드가 떠안았다. 2014년 신주 10%가량을 발행해 1000억원에 팔았는데, 4년 뒤엔 지분 20%를 3000억원에 되샀다. 다시 손에 쥔 지분 절반가량은 이호진 전 회장의 구주 지분이었다.

이 전 회장은 2014년 IMM 컨소시엄으로부터 1000억원을 받고 이 거래에서 손을 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상장을 조건으로 매각한 이 전 회장의 지분을 회사가 다시 돈을 들여 회수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 쉽게 말해, 이 전 회장은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반면, 티브로드 측은 2000억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이런 거래는 흔한 일일까. M&A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IPO에 실패할 경우 콜옵션ㆍ풋옵션 조건을 거는 거래는 많다. 상대방의 신속한 IPO 압박을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신주로 발행한 주식을 팔았다가 회사 측이 되사는 구조다. 이미 팔렸던 대기업 경영진의 구주까지 회사가 되사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기본적으로 비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괜한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곤란한 비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은 목적과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면서 “회사의 재무구조를 훼손할 염려가 있고, 특정 주주의 출자를 회사가 환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비상장사의 자사주 취득내역은 과세당국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콜옵션 매입 주체를 개인주주가 아닌 회사가 사도록 조건을 걸어서 사모펀드는 손해를 보지 않게끔 짜인 구조”라면서 “이미 구주 일부를 현금화한 이 전 회장 입장에선 티브로드-SK브로드밴드 합병으로 엑시트를 수월하게 완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브로드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사진=뉴시스]
티브로드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사진=뉴시스]

현재 티브로드는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이다. 올해 초 과기부는 양사의 합병을 두고 조건을 부과해 최종 허가ㆍ승인했다. 올해 상반기 중엔 합병법인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도 이 전 회장이 얻는 수익은 상당하다. 

합병법인의 지분구조를 보자. SK텔레콤 74.4%, 태광산업 16.8%, 재무적투자자(FI) 8.0% 등이다. 합병 비율은 75(SK브로드밴드) 대 25(티브로드)로 산정했다. 나머지 주주가 보유한 티브로드 지분은 FI가 사기로 했다. 이호진 전 회장이 IMM 컨소시엄에 팔고 남은 지분인 10.79%와 그의 장남 지분 7.08%, 그룹 계열사 지분 7.91% 등이 대상이다. 

FI는 미래에셋대우가 선정됐다. 이 전 회장이 지분을 팔고 얻는 현금은 16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장남과 계열사 지분 매각 대금을 합하면 이 몫은 더 커진다. 이 전 회장에게만은 티브로드가 알짜배기 곳간이자, 쏠쏠한 투자처였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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