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미래에셋대우 재무건전성

글로벌 증시 폭락에서 시작된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이슈가 미래에셋대우의 재무건전성 우려로 옮겨붙었다. 미래에셋대우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코로나19로 호텔·항공·부동산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통큰 베팅에 나선 분야다.

미래에셋대우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5800억원), 미국 최고급 호텔 인수(1조8000억원),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4899억원)….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하반기 핀테크·항공·호텔 등에 쏟아부은 투자금액이다. 모두 합해 2조8699억원으로, 지난해 말 미래에셋대우 자기자본 9조1900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32.3%에 달하는 금액이다. 핀테크·호텔·항공·부동산 등으로 투자처를 넓히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추진한 투자 결과물이었다.

미래에셋대우의 ‘박현주식 통큰 베팅’을 두고 시장에선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는데, 미래에셋대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금 회수 후 신규 투자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도 증권업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는 게 근거였다. [※ 참고: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순자본비율은 1770.3%로 업계 평균인 559.1%보다 3배 이상 높다.]

미래에셋대우의 설득력 있는 반박에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는 사그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뜻밖의 복병이 나타나자 상황이 다시 반전됐다. 발단은 1조원 규모의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이슈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자 글로벌 주요 증시가 폭락했다.

파장은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밀려들었다. ELS의 기초자산이 해외지수였기 때문이었다.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마진콜을 납부했다. 그중엔 미래에셋대우(1조원 규모)도 있었다. 당연히 미래에셋대우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다시 떠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 폭락이 추가로 발생하면 증권사는 마진콜 마련을 위해 예금·채권·주식 등의 자산을 매매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증권사의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에 유동성 문제는 아킬레스건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미래에셋대우의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 참고: 시장 안팎에 미래에셋대우와 관련한 소문이 떠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이었다. 마진콜에 따른 유동성 경색으로 4899억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에도 “재무건전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ELS 마진콜 위험이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가 아니다”면서 “대형 증권사라는 이유로 우려를 산 것으로 따져보면 마진콜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향한 시장의 유동성 경색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오죽하면 1분기 공시 전에 현금성자산이 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겠느냐”고 반박했다.

문제는 미래에셋대우를 둘러싸고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가 이뿐만이 아니란 점이다. 무엇보다 1분기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1분기 미래에셋대우의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1420억원) 대비 9.5% 감소한 1285억원으로 전망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682억원의 반토막 수준인 824억원을 예측했다. 코로나19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IB) 부문의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변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0일 미래에셋대우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 역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 조정의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악화와 자본여력 감소다.

호텔·항공·부동산 투자 독 될까

더 큰 문제는 미래에셋대우의 투자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대우가 투자한 프랑스 마중가타워(Tour Majunga)는 셀다운(재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엔 미국 호텔 인수건과 관련, 미래에셋대우가 안방보험에 거래 연기를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미래에셋대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참고: 미래에셋그룹은 미국 호텔 인수 계약금으로 7000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금난으로 계약을 취소할 경우 7000억원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지난해 마중가타워의 셀다운이 불발된 것은 맞다”며 말을 이었다.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한 마중가타워 지분은 약 3000억원 수준이다. 그중 1400 억원가량은 셀다운에 성공했다. 나머지 물량에선 매년 8%의 배당을 받는다. 올 1분기에도 70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받았다. 마중가타워의 임대계약이 향후 10년간 만료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가 곧 손해’는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 호텔 인수가 연기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여전히 딜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기한을 정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거래 연기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 인수하겠다는 목표는 변함없다”면서 “인수 자금 대출 문제도 현지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대우를 향한 시장의 우려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호텔·항공·부동산 업종이 가장 큰 피해를 보자 관련 부문에 투자한 미래에셋대우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국내 주요 증권사가 미래에셋대우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대우의 우려스러운 점은 투자자산의 불확실성 그 자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관광산업의 업황이 최악인 데다 회복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자산으로 세계 각국에 있는 호텔과 리조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관광산업 투자 위험에도 노출돼 있어 코로나19 이슈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를 키운 통큰 투자가 위기 상황에선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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