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의 속셈

마힌드라 그룹이 올해 초 내놨던 쌍용차 2300억원(한국 정부에 요청한 지원금 포함 5000억원)의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코로나19 등으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쌍용차는 충격에 빠졌다. 그러자 마힌드라는 며칠 후 다시 400억원이라는 생계형 지원책을 내놨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듯하다. 마힌드라는 위기의 쌍용차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에서 손을 떼고 철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그룹 사장.[사진=연합뉴스]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에서 손을 떼고 철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그룹 사장.[사진=연합뉴스]

“마힌드라의 속내는 과연 무엇인가.” 최근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그룹(인도)의 행보를 두고 이런 얘기가 나온다. 올해 1월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그룹 사장(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한국을 방문해 “쌍용차가 살아나려면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다”면서 “2300억원을 투자할 테니 산업은행과 정부가 나머지 27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4월 3일 마힌드라는 이런 투자 계획을 느닷없이 철회했다. 눈여겨볼 점은 며칠 뒤인 4월 12일 투자 계획을 철회했던 마힌드라가 다시 400억원의 단기 지원책을 내놨다는 점이다. 대체 뭘 하려는 걸까. 

마힌드라의 의도를 유추해보려면 먼저 짚어볼 사안이 있다. 먼저 “나머지 2700억원 지원해 달라”는 마힌드라의 요청을 우리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느냐다. 그렇지 않다. 정부로선 지분이 1%도 없는 쌍용차에 투자할 명분이 없다. 혹자는 산업은행이 한국GM도 지원하지 않았느냐고 말하지만 그건 산업은행이 한국GM의 주주였기 때문이었다. 

마힌드라의 주장처럼 5000억원을 투입한다고 쌍용차가 살아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살아나려면 적어도 2~3개 신차를 개발해야 하고 노후설비도 교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5000억원은 결코 큰돈이 아니다. 

게다가 쌍용차는 세단이 없는 자동차 제조사다. 쌍용차가 생산하는 차종은 SUV와 디젤에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등 미래차 연구개발(R&D)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경쟁사에 비해 매우 취약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마힌드라의 난데없는 400억원 단기지원책은 이런 환경에서 나왔다. 일부에선 “마힌드라의 결정으로 쌍용차의 유동성 불안이 해소되고, 마힌드라의 한국시장 철수 우려도 잠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우선 400억원은 연간 인건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직원들 한달치 월급에 불과하다는 거다. 유동성 해소와 철수 우려를 잠재울 수단으로는 부족하다. “400억원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단지 쌍용차 임직원들의 바람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마힌드라는 뭘 하고 싶은 걸까.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한국 정부에 투자를 요청한 뒤 투자를 철회함으로써 공을 한국 정부에 넘기려는 게 아닐까”라는 것이다. 마힌드라가 대규모 투자를 철회하고, 이후 판매·생산까지 감소하면 지금껏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노사관계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노사관계가 악화하면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들에 비해 ‘노동자 프렌들리’에 가깝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에도 이미 발을 담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결국 마힌드라가 투자계획 철회 등을 빌미로 정부 개입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필자의 추론이다.

쌍용차의 자구 노력이 필요할 때다.[사진=연합뉴스]
쌍용차의 자구 노력이 필요할 때다.[사진=연합뉴스]

물론 너무 앞서갔을 수는 있다. 마힌드라의 의도가 그런 게 아니길 바란다. 마힌드라의 입장도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 개선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겠는가. 쌍용차가 글로벌 제조사가 아니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러니 무작정 투자를 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 때문에 쌍용차의 자구 노력이 더 긴요해졌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쌍용차가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 한동안이라도 버티는 게 중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고 공고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낭비 요인을 줄이고, 현금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

현재의 고난을 자력으로 헤쳐나간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위탁생산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경우 저비용은 물론 일정한 품질까지 확보해야 한다. 쌍용차의 위기 극복은 ‘내부’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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