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변경 6개월 후 주가 살펴보니 …
기껏 바꿨더니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혹은 나빠진 이미지를 일신하기 위해 사명社名을 바꾸는 기업이 많다. 특히 역사가 짧은 코스닥 기업이 사명을 바꾸는 건 흔한 일이다. 간혹 사명변경이 주가 상승을 부추기기도 한다.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반대 사례가 더 많다. 사명변경보다 중요한 건 기업의 내실이라는 방증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사명변경 6개월 후 주가 추이를 살펴봤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사명을 변경한 기업은 108곳에 달했다.[사진=뉴시스] 

사명은 기업의 가치관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수단이다. 사명을 통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사명을 바꾸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명변경 기업(코스피·코스닥·코넥스 전체)은 2015년 106개에서 2017년 121개로 15개나 늘었다. 2018년 106개로 감소했던 사명변경 기업 수는 지난해 108개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 사명을 변경한 기업도 36개(4월 16일 기준)에 달했다.

사명을 변경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에 매각된 CJ헬로비전은 올해 초 사명을 LG헬로비전으로 변경했다. SK네트웍스에 매각된 AJ렌터카도 사명을 SK렌터카로 바꿔 달았다. 대주주 변경 등을 겪으면서 기업 이미지를 일신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새롭게 추진하는 신사업을 부각하기 위해 사명을 변경하는 예도 숱하다. 실제로 2018년 바이오 열풍이 불자 바이오만 붙이는 방식으로 사명을 바꾼 상장사가 증가하면서 ‘무늬만 바이오 회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명을 변경한 기업의 주가는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사명을 변경한 144개(2019년 108개+2020년 36개) 기업 중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136곳)를 먼저 추렸다. 이중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한 걸 감안해 올해 사명을 변경한 기업은 제외했고, 6개월 이상 주가 흐름을 볼 수 없는 기업도 뺐다. 이런 단계를 거쳐 남은 총 68개(코스피 21개·코스닥 47개) 사명변경 기업의 주가 흐름을 살펴봤다.

전체적인 주가 흐름은 하락세였다. 우선 코스피 사명 변경 기업 21개 중 사명을 바꾼 날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14개였다.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6개, 보합을 보였던 기업은 1개다. 사명변경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명변경일 대비 변경 일주일 후 주가 등락률은 평균 -1.16%로 나타났다. 사명변경 기업의 주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1개 기업의 주가 하락률이 사명변경 1개월 후 -5.47%에서 2개월 -8.08%, 3개월 -12.67%, 4개월 -17.52%, 5개월 -16.18%, 6개월 -18. 53% 등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은 국내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였다는 걸 감안해도 사명변경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참고: 지난해 201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4월 2248.63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후 미중 무역전쟁 격화 가능성으로 8월 1946.98포인트로 하락한 뒤 상승해 2197.67포인트로 1년을 마무리했다.]

사명변경에도 주가는 하락

코스닥 사명변경 기업 47곳의 주가 흐름도 비슷했다. 사명변경 1개월 후 -9.83%를 기록했던 하락률이 변경 6개월 후 -25. 19%로 떨어졌다. 지난해 669.37포인트(1월 2일)에서 시작해 669.83포인트(12월 30일)로 마감한 코스닥 지수의 방향성과는 대조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사명을 변경한 코스닥 기업 47개 기업 중 10개가 거래정지 상태이거나 지난해 거래정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한류타임즈(2019년 6월 20일), 행남사(2019년 7월 3일), KD(2019년 3월 13일), 팍스넷(2020년 3월 19일), 코너스톤네트웍스(2020년 3월 19일), 럭슬(2020년 2월 12일) 등이 2019~2020년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자본잠식에 빠진 코드네이처도 거래정지 상태다. 이들 기업은 거래정지 기간에 사명을 변경했지만 이미지 개선에 성공했는지는 미지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의 경우 잦은 대주주변경, 실적부진, 경영진의 횡령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사명변경 사유를 살피는 등 투자자들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사명변경 이후 주가가 상승한 기업도 있다. 코스피 시장의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포스코대우에서 대우를 떼고 인터내셔널을 붙였다. 글로벌 종합상사로서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기존 철강사업에 LNG사업을 덧붙이자 실적이 상승세를 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053억원으로 전년(4726억원) 대비 28%나 증가했다. 이 회사의 주가가 사명변경일(2019년 3월 28일) 1만7600원에서 6개월 뒤인 9월 27일 1만9150원으로 8.8% 상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6월 사명을 변경한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도 같은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사명변경 6개월 후 주가가 3.37%(2019년 6월 13일 12만500원→2019년 12월 13일 12만5000원) 올랐다.

코스닥 사명변경 기업 가운데는 키네마스터의 성장세가 독보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22일 사명을 넥스트리밍에서 키네마스터로 변경했다. 모바일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에서 벗어나 동영상편집 앱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회사가 출시한 동명의 동영상편집 앱 ‘키네마스터’는 지난해 글로벌 1억 다운로드(1월 기준)를 돌파한 이후 그해 12월 2억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사명변경 이슈 아닌 모멘텀 봐야

가파른 성장세에 키네마스터의 주가도 사명변경일 1만1750원에서 6개월 후 1만2900원으로 9.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사명변경 기업의 평균 주가 등락률이 -18.36%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전문가들이 기업의 사명이 아닌 실적과 모멘텀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는 “사명변경 등의 이슈가 주가를 움직이는 건 한순간에 불과하다”며 “이름을 변경해도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낮고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자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거나 유행하는 산업에 편승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기도 한다”면서도 “아무리 사명을 바꾸고 이미지를 개선해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는 상승세를 탈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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