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자유」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기

이 책은 배움의 자세라 할 책의 효용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 책은 배움의 자세라 할 책의 효용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나는 로자라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녀의 「축적론」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라는 그녀의 말이 너무 좋아서 책의 제목을 지어보았다.” 문학평론가 김인환은 저서 「타인의 자유」 도입부에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을 인용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가 좋아서’였단 그의 설명은 ‘이 책이 왜 쓰였는가’에 대한 대략의 답을 추측하게 한다.

신간 「타인의 자유」는 문학을 바탕으로 인문·예술 전반에 걸쳐 읽기와 쓰기를 지속해온 김인환의 산문집이다. 쉽게 읽히는 산문집에 비해 천천히 시간을 두고 따라가야 행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호흡을 길게 조절하지 않는다면 깊이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고, 첫 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 수고로움을 반복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공부의 부족함을 실감하게 만든다. 묵직한 의미를 품은 문장들은 우리로 하여금 ‘모름지기 인간의 진정한 교양이란 걸 배워보고 가져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사람이 각각 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시끄럽게’ 풀어낸다. 자기 생각을 떠들려면 깊은 논리적 근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 논리는 끊임없이 공부란 걸 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 저자의 공부 궤적은 남달라 보인다. 이는 그의 저서들에도 잘 나타난다. 「언어학과 문학」 「비평의 원리」 「문학과 문학사상」 등을 통해선 문학의 원론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부의 깊이’를, 번역서인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 「주역」 「수운선집」 등을 통해선 문학에 여타 학문의 맥락에 더한 ‘공부의 넓이’를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는 어떤 책의 하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자연과 사회의 주인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결코 명료할 수 없는 게 책의 경계라 가정한다면, 주인의 덕목인 주체성을 중심에 두고 공부의 안팎을 넘나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독자들은 저자가 풀어낸 텍스트 안에서 배움의 자세라 할 책의 효용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됐다. 독서, 동학, 성찰, 중세철학, 천사, 인문학, 음양, 법, 황현산, 팝, 라캉 등 장마다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맥락이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맥락의 독서는 시작에서 시작으로 이어지는 놀이가 된다. 독서는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창조적 놀이다(독서의 가치).”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고 스님은 시를 사는 사람이고 평론가는 시인과 스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람이다(자정의 성찰).” “욕망은 언제나 공백과 싸우고 있으며 시는 이 공백에 이름을 지어주려는 욕망의 실험이다(랭보와 모던 팝).”

읽고 지나간 문장들을 되찾아 밑줄을 그어가며 남겨도 좋겠다. 깊고 넓은 공부 속에 펼쳐진 사유의 문장들이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온다. 

세 가지 스토리

「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조붕구 지음|시공사 펴냄


피해 중소기업 900여개, 공식 발표 피해액 3조원. 2008년 발생한 키코 사태는 금융계의 탐욕으로 멀쩡하던 수출기업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한국 경제 역사의 불행으로 기록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금감원이 지난해 피해기업 4곳에 은행의 배상을 권고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지난 10여년간 키코 사태가 왜 해결되지 않았는지, 제2의 키코 사태를 막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알베르토 사보이아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대부분의 신제품이나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실패한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반성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실패의 룰’을 깨트릴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될 만한 아이디어’를 설계하는 데 있다고 꼬집는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과정’보단 ‘될 만한 놈’을 찾는 검증 과정에 달렸다는 거다. 검증 전략의 핵심으로 ‘프로토타입(prototype)’ 기법을 제시하고 사례들을 소개한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은행나무 펴냄   


이탈리아는 코로나19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전염병이 불러온 현상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그는 지금을 ‘전염의 시대’라고 진단하고, 우리가 왜 오늘에 이르렀는지, 사태의 이면을 읽어낸다. 일상이 산산조각 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변화를 맞을지 고민한다. 아울러 저자는 인세 수익을 이탈리아 의료·구호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