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4] 주택-건설경기 상관관계

길가에 이불 펴고 잠 잘 수 있는 배짱이 있다면 세상 모든 공간은 집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철근을 세우고 시멘트를 발라 주택을 ‘건설’해야만 비로소 우리가 사는 ‘집’이 완성된다. 그러니 집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둔화되면? 건설경기도 당연히 꺾일 수밖에 없다.

▲ 주택거래 둔화는 필연적으로 건설업의 침체를 부른다. 사진은 공사가 중단된 극동건설의 아파트 건설현장.

주택경기 침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거래 실종으로 유동성 위기가 오고, 이는 경제산업 전반으로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거품이 많았던 주택가격이 정상가로 수렴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주택경기 둔화가 ‘건설업’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는 점만큼은 이견이 없다.

건설업계는 지금 위기 중의 위기다. 대한건설협회에서 10월 4일 발표한 ‘2012년 워크아웃•법정관리 건설

 

기업 현황자료’에 따르면 100위권 내 건설업체 중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회사는 21개로 드러났다. 워크아웃 중인 업체가 11개, 법정관리 중인 업체가 10개다.

해당 기업의 사업성향을 살펴보면, 주거용 건축 비중이 다른 건설사에 비해 높은 업체들이다. 9월말 현재 법정관리 중인 건설업체는 벽산건설•풍림산업•우림건설•LIG건설•삼환기업•극동건설•동양건설산업•남광토건•남양건설•범양건설 등이다.

집을 짓기 위해 건설사들은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한다.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금융권은 대규모의 건설자금을 지원한다. 이른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다. 그러나 근사하게 집을 지어도 분양이 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현재 미분양물량의 증가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국토해양부가 9월 24일 발표한 ‘미분양 주택 현황자료’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511호로 전월(6만7060호) 대비 2451호 늘었다. 2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수도권 미분양물량은 더욱 두드러진다. 8월말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주택물량은 2만9997호에 이른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올해 4월 이후 4개월 연속 늘어났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존 누락분 반영과 계약해지 등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물론 주택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도 있다. 대한주택보증(이하 대주보)이 10월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움직임이 2년 연속 확대되고 있다. 올해 1~9월 대주보의 분양보증 실적은 25조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집계된 21조7355억원보다 약 15% 늘어난 수치다.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이다.

분양보증실적이 커졌다는 건 분양계획 물량이 늘었다는 얘기다. 또한 국토해양부의 주택건설 인허가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38만7000가구였던 전국 주택인허가 건수는 2011년 54만9594가구로 42% 증가했다. 두 사례 모

 

두 주택거래 활성화의 표징이다. 이는 건설경기의 부활을 알리는 청신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낙관론을 제기하긴 아직 이르다”고 주장한다. 대주보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양을 미뤘던 업체들이 사업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물량을 방출하는 경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불황이 분양계획 물량을 되레 늘려놨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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