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세계 1위 음원기업 스포티파이
외국계의 무덤 한국시장서 통할까

한국의 음원시장은 외국계의 ‘무덤’으로 불립니다. 그 유명한 애플뮤직도, 구글의 유튜브 뮤직도 기를 펴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멜론·지니뮤직·플로·네이버 등의 위세가 강합니다. 이런 시장에 최근 또다른 외국계 음원기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음원 차트’ 대신 차별화된 ‘추천 기능’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한 스포티파이(Spotify)입니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기업의 견제를 떼치고 명성을 입증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스포티파이의 가능성을 취재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국내 론칭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스포티파이가 국내 론칭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멜론(melon).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에서 수년째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지난 2월 시장점유율은 38.6%로 1위 자리를 수성했습니다(코리안클릭). 시장의 절반을 점유했던 과거(55.7%·와이즈업 2017년 1월 기준)에 비하면 위세가 약해졌다곤 하지만, 멜론의 입지는 여전히 확고해 보입니다.

멜론의 ‘뒷배’는 거대 기업인 카카오입니다. 2016년 1월 카카오는 당시 멜론을 서비스하던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를 인수·합병(M&A)하면서 멜론을 품었습니다. 1조87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여기에 들여서인지 “멜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곧 잠잠해졌습니다. 지난해 4분기 카카오 음악부문 매출이 2016년 동기(1069억원)보다 43.3% 증가한 1532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의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가 대거 멜론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그렇다고 한국 시장에 멜론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니뮤직(시장점유율 25.7%·2위), 플로(17.3%·3위), 네이버 8.2%(네이버뮤직 3.3%+바이브 4.9%·4위) 역시 탄탄한 뒷배를 두고 있습니다. 지니뮤직은 KT가 서비스 중입니다. 플로는 2018년 12월 SK텔레콤이 야심 차게 론칭한 플랫폼입니다. 네이버뮤직과 바이브는 두말할 필요 없겠군요.

이들 기업의 마케팅 방식은 단순하지만 파급력이 셉니다. 통신사들은 자사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통신사 고객을 자연스럽게 음원 서비스로 유인하는 구조입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이 무기입니다. 카카오톡·네이버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각자의 생태계를 십분 활용해 음원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력한 유인책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1999년 출시해 업력만은 최고였던 ‘벅스뮤직(시장점유율 3.5%·이하 2월 기준)’이 위세를 잃은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는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2016년 8월 야심차게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애플뮤직’의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칩니다. 같은 해 12월 론칭했던 구글의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 덕분에 상황이 그나마 낫다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6.3%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국내 음원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외국기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스포티파이(Spotify)’입니다. 이 회사는 세계 음원 플랫폼 업계의 ‘1인자’입니다. 현재 가입자 수만 2억7100만명에 이릅니다. 세계 인구의 3.5%가 스포티파이에 가입한 셈입니다.

주요 매출원인 유료 가입자 수도 1억2400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45.7%에 달합니다. 충성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인지 지난해 스포티파이는 74억4000만 달러(9조1214억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스포티파이가 주목을 받는 건 몸집과 실적 때문만은 아닙니다. 국내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운영방식도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서비스는 일정 기간 재생횟수가 많은 순으로 음원 100개를 나열하는 차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차트는 주로 플랫폼 메인 화면에 자리 잡고 있어 이용자들이 이곳에 노출된 음원을 먼저 듣습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는 점입니다. 음원 플랫폼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자신만의 재생목록을 만드는 데 공을 기울이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대다수가 공유하는 차트 서비스의 성격과 상반되는 트렌드가 생겨나는 추세라는 거다.”

통계도 같은 말을 합니다. 플로(SK텔레콤)는 실사용자 중 개인 음악 추천목록을 1분 이상 재생한 이용자 비중이 2018년 12월 6%에서 2019년 11월 39%로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포티파이의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만의 재생목록’을 즐겨듣는 이용자들을 위한 고도화된 음원추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순위를 나열해 놓은 차트 대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원을 그날그날 선정해줍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AI)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닙니다.  음악 전문가 집단이 선정한 음원 목록도 함께 제공합니다. 사실상 이 기능이 오늘날의 스포티파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포티파이의 개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라디오를 그대로 옮긴 듯한 ‘오리지널 팟캐스트’ 기능도 주목할 만합니다. 유명 저널리스트나 음악가들이 주로 활동하는데, 수준 높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물론 다른 음원 플랫폼도 음원추천 기능이나 팟캐스트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포티파이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며 “한국 음원 데이터베이스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스포티파이의 서비스 품질은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강력한 음원 추천 기능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스포티파이는 강력한 음원 추천 기능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스포티파이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습니다. 무엇보다 음원 제작사를 겸하고 있는 일부 국내 음원 플랫폼의 견제가 만만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11월 가수 아이유의 신곡 ‘러브 포엠’이 국내 음원 사이트에 동시 공개됐지만 애플뮤직에선 한동안 이 노래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발매 당시 아이유가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M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입니다(현재 이담엔터테인먼트). 같은 소속사였던 박정현의 ‘더 원더(2019년 7월)’, 우효의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2019년 4월)’도 발매 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 “카카오가 애플뮤직을 견제하기 위해 음원 계약을 늦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덴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차별화된 음원 추천

김진우 중앙대(예술대) 교수는 통신사·기업 플랫폼과 연계하지 못하는 스포티파이의 약점을 지적했습니다. “음원시장은 음원을 만드는 공급자가 정해져 있어 콘텐트에서 차별화를 만들기 힘들다. 결국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어떻게 노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스포티파이의 음원 추천 기능만으론 국내 시장에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거나 국내 음원 플랫폼 업체들은 스포티파이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3월엔 한국지사를 설립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기도 했죠. 거대 해외기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국내 시장에서 음원 하나로 성장해온 스포티파이는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국내 기업들의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게 될까요? 시장은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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