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영업손실 감소에 숨은 의미

쿠팡은 회사 창립 이래 꾸준히 영업손실만 낸 기업이다. 2018년엔 1조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막대한 투자를 받아 여전히 ‘전진 나팔’을 불고 있다. 시장에서 쿠팡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는 이유다. 그런 쿠팡이 지난해 영업손실 폭을 확 줄인 반면, 매출은 키웠다. 시장에선 “잘하면 쿠팡이 흑자기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 관건은 쿠팡이 어떻게 영업손실 폭을 줄였느냐다. 쿠팡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면, 매출이 늘어난 덕도 있지만 지출을 제대로 줄인 효과도 컸다. 마른 수건을 잘 짜냈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해도 수건에서 나올 물이 있겠느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쿠팡의 영업손실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 봤다. 

쿠팡의 영업손실이 줄어들면서 시장에선 “영업흑자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쿠팡 제공]
쿠팡의 영업손실이 줄어들면서 시장에선 “영업흑자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쿠팡 제공]

“희망이 보인다.” 지난 4월 14일 쿠팡의 2019년 실적이 발표되자 시장에선 이런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영업손실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흑자전환을 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수천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는데 뭐 그리 대수냐 싶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쿠팡은 2013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되레 영업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2018년에는 사상 최악(-1조1280억원)을 기록했다. 그랬던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7205억원)이 전년 대비 36.1% 줄고, 매출은 4조3546억원에서 7조1531억원으로 64.3%나 증가했으니, 화제가 됐던 거다. “고정비용 때문에 물건을 팔수록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종전의 시장 예측을 깨고 “매출이 늘어나도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결과이기도 하다. 

원가율 낮춰 영업손실 개선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추진하는 풀필먼트(물류기업이 상품의 입고ㆍ분류ㆍ소분ㆍ재고관리ㆍ품질관리ㆍ배송 등의 전 과정을 일괄처리하는 것)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적자 폭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참고 : 풀필먼트 서비스는 글로벌 물류기업인 아마존이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쿠팡을 비롯한 대형 물류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번 실적만으로 쿠팡의 미래를 밝게만 점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쿠팡의 영업손실 폭이 감소한 건 이익을 늘려서가 아니라 지출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어서다. 먼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쿠팡을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자.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매출 대비 원가율을 떨어뜨린 게 쿠팡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배송 효율 개선,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 상승, 쿠팡의 구매력 상승으로 인한 매입 원가율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런 분석을 내놨다. “쿠팡의 매출 대비 원가율과 판관 비율이 개선되면서 영업손실도 줄었다. 다만 판관비 개선은 ‘규모의 경제’에 따른 효과로 볼 수 있는데, 매출 원가율 개선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배송센터를 전년 대비 두배가량 증설했음에도 영업손실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류비용은 56%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 대비 부담률은 6.2%로 오히려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두가지다. 첫째는 애널리스트들이 쿠팡의 영업손실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매출 대비 원가율 하락(물류비용 감소)을 꼽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원가율 하락의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 쿠팡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자. [※ 참고 : 쿠팡의 감사보고서에는 지출 항목에 관한 별도의 설명이 없다. 쿠팡 측은 ‘내부방침’을 이유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매출 대비 원가율이 하락한 원인을 추측만 할 뿐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지출 비용은 총 7조8736억원이었다. 항목별로 보면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으로 인한 지출’의 비중이 65.3%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인건비(18.1%)’ ‘서비스 이용수수료(5.2%)’ ‘광고선전비(3.7%)’ ‘운반ㆍ임차료(3.3%)’ ‘감가상각비ㆍ무형자산상각비(2. 3%)’ ‘소모품 매입(1.2%)’ ‘세금ㆍ기타(0.9%)’ 순이었다. 

지출 비중이 높은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으로 인한 지출’과 ‘인건비’ ‘서비스 이용수수료’ ‘운반ㆍ임차료’의 증가율(2018년 대비)은 각각 40.8%, 40.8%, 50.5%, 15.2%였다. 쿠팡의 매출 증가율(64.3%)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감가상각비ㆍ무형자산상각비(215.5%), 소모품 매입비(74.4%) 등 지출 비중이 낮은 항목의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64.3%)보다 높다.

종합하면, 쿠팡으로선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으로 인한 지출’ ‘인건비’ ‘서비스 이용수수료’ ‘운반ㆍ임차료’ 등을 잘 조절해 물류비용 하락을 꾀한 셈이다. [※참고 : 그렇다면 이들 지출 항목의 2018년 증가율은 어땠을까. 통계를 내보면 각각 69.5%, 50.5%, 63.5%, 59.5%였다. 2019년보다 28.7%포인트, 9.7%포인트, 13.0%포인트, 44.3%포인트 높다. 이에 따라 2019년 이들 지출 항목의 증가율은 떨어졌고, 이를 발판으로 원가율이 하락했다는 가설은 합리적이다.]

주요 지출 항목의 증가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건 해석해 볼 게 많다. 무엇보다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으로 인한 지출’과 ‘서비스 이용수수료’의 증가율이 줄었다는 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결과로 풀이된다.

회전율을 높여 물류센터의 재고관리비용을 낮췄거나 상품 매입량을 늘려 매입단가를 떨어뜨렸다고 해석할 수 있어서다. 물류시스템(풀필먼트 서비스)을 더 개선하면 실적이 좋아질 거라는 전망은 그래서 유효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인건비와 운반ㆍ임차료 증가율이 떨어진 건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는 쿠팡 협력사나 배송원의 이익이 줄어든 결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쿠팡플렉서(일반인 배송원)의 배송단가가 낮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참고 : 지난해 12월 더스쿠프(The SCOOP)는 ‘쿠팡플렉스 배송단가 왜 떨어졌을까(통권 368호)’ 기사를 통해 배송단가 하락을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든 인건비를 깎았든 쿠팡의 영업손실이 감소한 게 ‘이익 확대’의 영향이 큰 건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에서 보듯, 쿠팡은 지출을 통제해 ‘영업손실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런 맥락에서 쿠팡이 영업손실폭을 더 줄이려면 ‘지출 비용’을 깎아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의문이다. 

현 시점에서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시스템을 놀라울 정도로 혁신하거나 매입비 또는 배송단가를 후려치는 것밖에 없어서다. 더구나 쿠팡이 털어내야 하는 영업손실 규모는 7205억원(2019년 한해만)에 이른다. 

 

쿠팡은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영업흑자를 낸 적이 없다.[사진=뉴시스]
쿠팡은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영업흑자를 낸 적이 없다.[사진=뉴시스]

김익성 동덕여대(EU통상ㆍ한국유통학회장) 교수는 “현재 쿠팡은 시장점유율을 월등히 높여 규모의 경제를 확실히 다져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만약 규모의 경제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유통시장에서 최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우려를 덧붙였다. “비용절감이라는 건 임계점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비용절감만으로 영업실적을 개선하기는 힘들다. 자동화 등을 통한 물류시스템 개선이 필요한데, 이 역시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힘들다. 과연 쿠팡이 더 투자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엔 네이버나 카카오의 온라인 쇼핑 성장세도 가파르고, 이들은 정보도 많다. 쿠팡이 확실한 최강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뿐만 아니라 갈 길도 멀다는 얘기다.” 

이런 지적에 쿠팡 관계자는 “쿠팡도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면서 “섣불리 입장을 내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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