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청년주택 입주자
 “2월 제기한 민원 답변도 못 받아”

“역세권 청년주택의 입주민들은 IPTV 이용료, 호텔용 침구 사용료, 객실 청소비 등을 더 내야 한다(2020년 4월 베니키아 호텔)”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시는 사업자와 협의해 이 옵션비용을 없었던 일로 했다. 서울시 측은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재발 가능성을 막았다”며 자찬했지만 남은 문제도 있었다. 베니키아 호텔 문제 이전에 입주한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논란이다.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세권 청년주택의 옵션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사진=뉴시스]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세권 청년주택의 옵션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사진=뉴시스]

똑같은 제품을 샀는데, 다른 서비스를 받는다면 가만히 있을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기업이 사업 초기단계에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하는 건 기본이다. 기준이 흔들리면 불이익을 받는 소비자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부실한 기준 탓에 소송으로 비화하거나 불매운동의 단초가 된 사례는 숱하다. 

그래서 공적 영역은 기준이 더 분명해야 한다. 정부ㆍ지자체ㆍ공공기관의 정책에 따라 웃고 우는 사람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정책은 혼선과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은 ‘낙제점’이란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지하철역 근처에 저렴한 가격의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호평을 받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빈 부분’이 너무 많다. 설익은 상태로 테이프부터 끊은 탓에 결정을 뒤엎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 

2019년 5월 서울시는 종로구 베니키아 호텔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허락했다. 리모델링을 거친 후 1인 청년가구나 신혼부부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에서였다. 하지만 계약이 진행되던 지난 4월 문제가 생겼다. IPTV 이용료, 호텔용 침구 사용료, 객실 청소비 등 월 임대료에 추가로 내야 할 돈이 30만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가구ㆍ전자제품 등 필수 옵션 비용이 저렴한 원룸의 월 임대료에 육박하자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진전된 부분은 없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진전된 부분은 없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발 빠르게 민간사업자와 협의해 “필수 옵션 비용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재발 가능성도 일축했다. “2019년 11월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혁신방안을 발표해 세탁기ㆍ냉장고 등 기본가전제품 설치기준을 만들어 옵션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막았다.” 2016년 발표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수정해 나가면서 2019년 말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설익은 정책의 역효과 

하지만 더스쿠프 취재 결과, ‘변경된 기준’이 모든 곳에 적용된 건 아니었다. 여전히 피해가 남아 있는 곳이 있었는데, 역설적이지만 첫번째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인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충정로 어바니엘)’이었다. 

이곳은 베니키아 호텔보다도 앞선 지난 2월에 입주가 시작됐다. 기본 가전제품 설치 기준이 만들어지기 전에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발표한 보완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입주자들은 2월부터 “기본가전제품인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등은 렌트하거나 구입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입주 안내 현장에 있던 서울시 관계자는 “가전제품이 설치돼 있지 않은 부분은 렌트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입주자들로선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서울시도 완고했다. 

그렇다면 충정로 어바니엘 입주민들은 기본 가전제품 설치기준이 보완된 걸 알고 있을까. 2개월 만에 찾아간 충정로 어바니엘 입주민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되레 서울시가 자신들의 민원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입주민의 말을 들어보자. “렌털비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2월 말 일부 주민이 서울시에 민원을 넣어 렌털비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서울시는 이 민원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서울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누가 민원을 넣었다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공고문에 ‘신발장ㆍ싱크대ㆍ인덕션이 빌트인 가구로 제공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읽었다면 냉장고나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거다. 렌털비 문제도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충정로만 가전제품 옵션 관련해 따로 남은 상황인 걸 (우리도) 인지하고 있다. 아직 가시화한 결과물은 없지만 노력 중이다. 해결하기 위해 사업주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8년씩 임대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도 기본가전제품이 구비된 다른 청년주택과 비교해 주택 품질이 떨어진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은 계속해보겠다는 거다. 

‘충정로 어바니엘’ 민간사업자인 롯데자산개발 측은 “정확한 시점은 아직 협의 중이기에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협의가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는 얘기다. 

협의가 끝나도 남는 모순들

하지만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일부 입주민은 기본 가전제품을 렌트하거나 구매해야 한다는 초기 안내를 듣고 제품을 구입했다. 협의가 진행된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2월 입주한 주민은 “냉장고와 세탁기를 렌트해서 1만5000원을 내며 사용하고 있다”며 “나는 렌트를 선택했지만 다른 주민은 가전제품 구입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청년주택사업을 서둘러 진행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숱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측은 해결책을 잘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입주민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는 알 수 없다. “렌트 문제가 해결된다면 렌트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잘 됐다고 생각할 거다. 이미 구매를 해버린 사람과는 입장이 다를 테니까.” 입주민의 얘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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