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끊긴 히트제품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등을 보유한 웅진식품은 지난해 대만의 유니프레지던트 그룹에 인수됐다. [사진=연합뉴스]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등을 보유한 웅진식품은 지난해 대만의 유니프레지던트 그룹에 인수됐다. [사진=연합뉴스]

웅진식품은 음료시장의 조용한 강자다.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등 메가히트 브랜드로 시장을 지켜왔다. 문제는 이들 브랜드를 떠받칠 ‘새로운 제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5년 이후 사장껌, 부장껌, 자연은 요거 등 신제품을 내놨지만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웅진제품은 언제까지 스무살이 훌쩍 넘은 제품들로 버틸 수 있을까. 

# “햇살 아침햇살~ 아침~ 햇살~”이라는 CM송으로 유명한 ‘아침햇살’은 국내 최초의 쌀 음료다. 쌀이란 낯선 재료와 독특한 맛으로 음료시장을 개척했다. 아침햇살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빛났다. 특히 베트남 소비자들이 아침햇살에 열광했다. 베트남 시장에서 아침햇살 2016 ~2018년 3년간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100% 를 넘기도 했다. 

# 2000년 음료시장에 보리차가 등장했다. 100% 국산보리로 만들었다는 ‘하늘보리’였다. 한편에선 ‘집에서 끓여먹는 보리차가 통하겠는가’라면서 부정적 전망을 내기도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론칭 초기부터 대박을 치더니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웅진식품은 참 흥미로운 회사였다. 제품군이 다양하진 않지만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한 제품으로 시장을 번번이 흔들었기 때문이다. 아침햇살(1999년), 하늘보리(2000년)는 웅진식품의 특색을 엿볼 수 있는 제품 중 하나다. 따져보면 두제품만이 아니다. 가을대추(1995년), 초록매실(1999년), 자연은 790일 알로에(2004년) 등도 웅진식품의 브랜드다. 

집집마다 빈병이 하나씩 있을 법한 추억의 음료들로, 이중 쌀 음료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은 자타공인 베스트셀러이자 효자상품이다. 전통의 제품을 발판으로 웅진식품은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이후 4년간 매출 및 영업이익도 비슷한 수준을 지켰다. 웅진식품 측은 “주스(자연은·가야농장) 시장서 버티고 있는데다 하늘보리 등 꾸준히 팔리는 곡물 음료 덕분”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이지만 웅진식품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침햇살·초록매실·하늘보리 등의 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크지 않은 곡물음료시장에 경쟁업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면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2017년 출시된 ‘블랙보리(하이트진로음료)’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블랙보리는 출시 첫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당시 시장점유율은 30%를 웃돌았다. 빅히트 제품 하나가 곡물음료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2017년 기준 웅진식품의 차음료 매출(하늘보리 포함)은 405억원이었다. 물론 웅진식품 측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경쟁업체가 많아지면서 보리차 시장 자체가 커졌다는 점은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하늘보리의 지난해 매출도 20% 이상 증가(전년 동기 대비)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났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제품 경쟁력도 약하다. 실제로 웅진식품은 ‘자연은 요거(2018년)’ ‘이온더핏(2018년)’ ‘사장껌·부장껌(대영식품)’ 등을 출시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식품의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지속성장의 기틀이 흔들린 것 같다”면서 “2015년 이후 변변한 히트제품이 없는 건 이를 방증하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웅진식품의 주인은 세번(표 참조)이나 변경됐고, 그 과정에서 제품 포트폴리오가 섞이기도 했다. 

일례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한앤컴퍼니(사모펀드 운영사)는 제과업체 대영식품을 인수해 음료가 아닌 ‘제과시장’에 진출했지만 큰 바람을 일으키진 못했다. 대만 유니프레지던트그룹이 웅진식품을 인수(2019년)한 이후 새로운 시도로 최근 빙과류 제품인 아침햇살 아이스크림, 초록매실 아이스크림을 출시했지만 별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웅진식품 측은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해 또 하나의 메가브랜드를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웅진식품의 신제품 중 그나마 인기를 끈 건 5년 전 출시한 탄산수 빅토리아다. 단일제품을 히트시키는 것도 어려운 과제란 얘기다. 웅진식품은 스무살 먹은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의 아성을 이을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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