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직각, 4.7인치, 물리 홈버튼 부활
냉랭하던 소비자 반응할까

2019년 애플은 ‘시련의 해’를 보냈습니다. 앞에선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치고 나가고, 뒤에선 화웨이가 점유율을 야금야금 잠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애플은 ‘버렸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바로 보급형 모델 ‘아이폰SE’인데, 이 제품엔 직각, 4.7인치, 물리 홈버튼 등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것들은 모두 붙였습니다. 살린 건 다 살린 ‘버려진 카드’로 애플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애플이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의 후속작을 출시한다.[사진=뉴시스]
애플이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의 후속작을 출시한다.[사진=뉴시스]

애플.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애플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급성장하면서 애플의 자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화웨이는 15.7%를 기록해 애플(11.9%)을 앞지르고 삼성전자(17.3%)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3등으로 밀려난 애플이 같은해 4분기 점유율 17.1%를 기록하며 다시 화웨이(14.3%)를 밀어내긴 했지만 자존심까지회복하는 덴 실패했습니다.

비단 실적과 점유율만이 아닙니다. 애플의 상징이었던 ‘혁신’ 타이틀도 이젠 내려놔야 할 판입니다. 지난해 10월 25일 출시했던 최신작 ‘아이폰11’이 빼어난 영상처리기술을 뽐내긴 했지만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차별성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3대의 후면 카메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화웨이가 2년 전 모델 ‘P20’에서 트리플 카메라를 선보인 탓에 별다른 화제를 끌지 못했습니다.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혁신의 고삐를 조였습니다. 지난 2월 선보인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은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 디자인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애플에서 삼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위기감이 턱밑까지 차올랐기 때문일까요? 올해 초 애플은 ‘아이폰SE’의 후속작(2세대)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이폰SE는 애플의 보급형 모델로, 2016년 3월에 처음 발매됐습니다. 애플로선 ‘돌파구’를 만들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이폰SE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꽤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애플 마니아들이 이 제품에 열광했습니다. 당시 애플이 출시했던 ‘아이폰6’가 아이폰의 상징과 같았던 사각형 디자인을 버리면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아이폰SE가 ‘사각형’을 택했기 때문이었죠. 물론 399달러(49만원)라는 저렴한 가격도 소비자를 유혹하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SE 이후 소비자들은 애플의 보급형 모델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애플은 제품에 고가의 가격을 매기는 ‘프리미엄 전략’만 고수했습니다. [※ 참고: 애플은 2018년 ‘아이폰XS’란 나름의 저가모델이 내놨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137만원에 달했죠. 이를 보급형 모델이라고 보는 이가 극히 드물었던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보급형 아이폰을 다시 출시하겠다는 애플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프리미엄 전략이 시장에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어서입니다. 이번 후속작에 파격적인 가격을 매긴 것도 이례적입니다. 아이폰SE 2세대의 가격은 399달러(국내 55만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4년 전 아이폰SE의 가격과 동일하죠.

애플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도 골고루 갖췄습니다. 무엇보다 ‘아이폰9’ 시리즈부터 사라졌던 하단의 물리 홈버튼을 다시 살렸습니다. 과거 아이폰을 이용해본 사용자라면 ‘옛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아이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사이즈인 4.7인치입니다. 한손에 쥘 수 있는 크기로 출사표를 던진 셈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최신 모델인 아이폰11에 탑재됐던 AP칩을 적용한 덕분에 최신 아이폰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폰SE 2세대로 애플은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확신보다 의문이 앞섭니다. 보급형 모델은 여전히 애플 정책의 주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에어팟·애플TV 등 스마트폰 외의 사업모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 있다”면서 “아이폰SE 후속 모델로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다소 증가하겠지만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가격 역시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아이폰SE 2세대가 역대급 가성비를 자랑한다고는 하지만,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의 ‘갤럭시A51(40만원대)’이나 샤오미의 ‘홍미노트8T(23만9000원)’의 가격과 스펙도 만만찮습니다. 화웨이의 보급형 모델 Y6s의 가격은 15만4000원에 불과합니다. 도리어 단점이 더 눈에 띈다는 견해도 많습니다. 경쟁 모델(홍미노트8T·갤럭시A51 4000 mAh)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배터리 용량(1821mAh)은 대표적인 단점입니다.

마니아 혹할 요소 다분

애플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지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엔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에서 아이폰SE로 업그레이드하면 좋은 이유’란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선 자신이 가진 구형 아이폰과 아이폰SE 2세대의 스펙을 쉽게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구형 모델 사용자를 아이폰SE 2세대로 유인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타야 할 이유’란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코너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애플답지 않은 마케팅”이란 혹평이 나돌 정도입니다.

애플은 4월 24일 아이폰SE 2세대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선 늘 그렇듯 5월에야 물량이 풀릴 겁니다. 올 상반기 프리미엄 전략 대신 가성비 카드를 꺼낸 애플은 등졌던 소비자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결과는 곧 나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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