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로3길 200m 르포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홍대 ‘걷고싶은거리’에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회복’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홍대의 좁은 뒷골목엔 여전히 침체가 흘렀다. 2개월 전만해도 영업하던 가게 중 문을 닫은 곳이 수두룩했고, 정부 지원이 못 미치는 틈도 많았다. 조금씩 늘어나는 사람들로는 역부족인 듯 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홍익로3길 200m를 걸어봤다. 

코로나19 확진자 상승세가 꺾인 4월 홍익로3길 200m를 걸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코로나19 확진자 상승세가 꺾인 4월 홍익로3길 200m를 걸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홍대에 자주 가는 사람들은 ‘홍익로3길’을 ‘곱창골목’이나 ‘걷고싶은거리 옆 뒷골목’이라고 부른다. 별칭대로 곱창식당이 여러개 몰려있고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호미화방’도 있다. 

홍익로3길을 찾아갔던 건 사실 2개월 전이었다. 2월 18일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인 31번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주말이 지나고 찾아온 2월 마지막주 월요일의 ‘홍익로3길’은 한산했다. 상인들에게 상황을 물었다. 주말 매출이 반으로 꺾였다는 안타까운 말들이 쏟아졌다. 홍익로3길 입구에 있는 닭꼬치집의 사장은 왼편으로 보이는 ‘걷고싶은거리’를 가리켰다. 

“살짝 풀리는 줄 알았는데 31번 그 사람 이야기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주말에도 사람이 없고 지금도 없어요. 저기 보세요. 원래 저기(걷고싶은거리)에서부터 여기까지(뒷골목) 사람이 쭉 차서 밀려온다고요. 지금은 없잖아요. 사람이. 주말에나 조금 있었는데, 대학교도 문을 안 여니까 애들(대학생)도 없고.”

2월 24일 월요일 오후 6시. 닭꼬치집 사장에게 기자는 이날 6번째 손님이었다. 오전에 만든 탕후루는 사간 사람이 없어 새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이날의 취재는 기사로 나가지 못했다. 대구 신천지의 집단감염이 현실화하며 심상찮은 조짐이 엿보이자 회사가 재택근무에 돌입했기 때문이었다. 르포는 중단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홍대 ‘뒷골목’에 갈 일은 없었다. 

그 뒷골목을 다시 오게 된 건 2개월 만인 4월 네번째 주였다. 우리는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상권의 현주소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200m씩 걸어보기로 했고, 기자는 다시 홍익로3길에 섰다. 길 안쪽으로 20m. 2개월 전 갔던 닭꼬치집 앞에 섰다. 문은 닫혀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액세서리 가게에 들어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주말에는 문을 열었는데 평일부터는 닫혀있더고요. 완전히 장사를 그만둔 것은 아니지만.”

두달 전 이야기를 나눴던 가게 대부분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홍익로3길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홍대 ‘뒷골목’을 가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거리의 건물들은 번화한 상권의 상가와는 조금 다른 형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인기상권인 것은 맞지만 가게의 크기는 크지 않다. 가게의 입구도 지면에 붙어 있지 않고 반층 내려가거나 반층 올라가야 한다. 납작한 직사각형 상자를 세워놓은 듯한 1~2층짜리 건물의 1층엔 한 가게만 있는 게 아니다. 

칸칸으로 나뉜 공간에 여러 가게가 둥지를 틀고 있다. 가게가 촘촘하게 있다 보니 지번은 하나인데 간판은 3개가 되는 일이 빈번하다. 지번이 하나이다 보니 실제 주소지로 사업자 등록을 해놓은 가게도 대부분 하나다. 다른 상점들은 다른 곳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대출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을 지원해줘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거다. [※ 참고: 주택에도 비슷한 형태가 있다. 고시원이다. 부동산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 뒤로 밀어두니 정작 긴급한 상황이 왔을 때 정책이 못 미치는 경우가 숱하다.] 

홍익로3길을 121m까지 걸었다. 길을 걷기 시작한 후 가게 앞에 손님이 서있는 것을 처음 봤다. 와플 가게였다.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현수막도 함께 붙어 있었다. 젊은 손님 두명이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홍익로3길을 빠져나갔다. 여기는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걸까. 질문을 던지자 가게 깊숙이 앉아있다가 일어선 사장은 “손님이 90%가량 줄었다”며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고 힘없이 말했다. 

볼멘소리가 아니다. 홍대 상권의 유동인구는 코로나19 탓에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홍대입구역(2호선ㆍ경의중앙선)에서 하차하는 승객은 2019년 12월 일 평균 10만8000명에서 2020년 3월 4만40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손님 90%가량 줄었어요” 

와플 가게를 지나쳐 조금 더 걸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을 때 대부분의 사장은 인건비를 줄이게 마련이다. 코로나19가 번질 때부터 확산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4월까지도 아르바이트생을 자를 수밖에 없다는 기사가 자주 나왔다. 홍익로3길도 같은 상황이었을까. 그길 153m에서 튀김가게 아르바이트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어요. 하지만 가게에서 잘린 사람은 없어요.” 인건비를 버티는 곳도 있다는 거다.

2개월 만에 찾아간 ‘홍대 뒷골목’은 평일 장사를 포기한 곳도 있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개월 만에 찾아간 ‘홍대 뒷골목’은 평일 장사를 포기한 곳도 있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어느덧 198m다. 200m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저 멀리 닭꼬치집이 보였다. 손님들이 제법 오가는 듯했다. 매출이 회복됐느냐는 말에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예를 들어볼게요. 가령 코로나19 전에 100만원을 벌었다고 치면, 20만원 수준으로 꺾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30만~40만원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최저치와 비교하면 이걸 회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게 아닌 것처럼 말이에요.” 

200m 르포가 끝났다. 2월과 비교하면 거리를 걷는 사람은 분명 늘었다. 홍익로3길을 빠져나올 때 골목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통화하는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IMF 더하기 메르스야. 완전.” 자영업자에겐 힘겨운 시절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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