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성급한 상용화 1년 후

‘전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 이통3사가 서둘러 상용화를 선언했다. 그 때문에 초창기 숱한 품질 논란을 빚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5G 이야기다. 지난 4월 3일 상용화 1년을 맞은 5G는 문제점을 해결했을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5G폰에 뜬 LTE 신호만 바라보고 있다. 부족한 기지국 수, 수도권 편중 현상도 여전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5G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올해에도 5G 품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올해에도 5G 품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차세대 무선 이동통신기술’로 각광받던 5G가 상용화된 지 1년이 지났다. 그사이 5G를 쓰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4월 78만명이었던 5G 가입자 수는 올해 2월 536만명을 기록하면서 10개월 만에 6.8배나 증가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 전송속도가 4G(1Gbps)보다 20배(20Gbps) 빠르다는 장점에 이끌린 4G 이용자들이 대거 5G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입자 수의 추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용화(2019년 4월 3일) 이후 첫 3개월간 가입자 수가 월평균 65만6000명이나 늘어난 것에 비해 최근 3개월간(2019년 12월~2020년 2월) 가입자 수 증가량은 월평균 33만6000명에 그쳤다. 4G 이용자가 5552만명(2월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5G의 인기가 식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동통신업계는 5G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이유로 5G의 불안한 서비스 품질을 꼽는다. 5G는 4G보다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가 꺾이는 성질)이 약해 건물이나 벽 등 장애물을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4G 때보다 더 많은 기지국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하지만 1년이 지났음에도 5G는 기지국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월 기준 10만8897개로 상용화 당시(3만5851개·2019년 4월 기준)보단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목표치(23만개)엔 여전히 못 미친다. 과기부는 설치 속도로 미뤄볼 때 올해까지 17만5300개의 5G 기지국이 설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꿔 말하면 5G 소비자는 올해에도 속도 저하, 신호 끊김 등 5G 고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5G 기지국이 서울에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김경진 의원(당시)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5G 기지국 준공 현황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 설치된 기지국 수는 전체의 47.0%에 달했다. 이어 영남권(27.5%)·충청권(11.0%)·호남권(9.7%)·강원권(3.0%) 순이었다. 제주도는 1.8%에 불과했다. 이통3사가 서울 지역의 서비스 품질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결되지 않은 품질 문제

비싼 5G 요금제 역시 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데이터 제공량이 완전히 무제한인 5G 요금제 가격은 적게는 8만원(SK텔레콤)에서 많게는 13만원(KT)으로 상당한 고가에 속한다. 5만원대의 저가 무제한 요금제도 있지만 일정량을 사용한 이후로는 속도가 제한되는 옵션이 붙어 있다. 사실상 ‘무제한’이 아닌 셈이다. 5G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 요금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비싼 요금제를 냈음에도 기지국 문제로 5G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뿔’이 날 만하다. 실제로 이통사에 보상을 요구한 사용자들도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1월 기준 5G 품질을 놓고 통신분쟁조정을 신청한 사용자는 총 12명이었다.

하지만 상당수가 보상금을 받지 못하거나 12만~32만원 등 개인별로 다른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통사에서 명확한 보상책 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통사도 5G 품질에 관해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5G 기지국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참고: 지난해 이통3사 매출(54조4677억원)은 전년보다 4.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3조2040억원→2조9472억원) 줄었는데, 그 이유를 기지국 설치에서 찾는 이도 많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5G 기지국은 4G 기지국보다 더 많은 송수신 장비가 필요하다”면서 “5G 전파 특성으로 인해 5G 기지국의 도달 범위가 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실내에 설치된 기지국 수가 전체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이통사가 기지국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5G 기지국 문제가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형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이통3사의 부담을 소비자가 떠안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5G 불통 현상에 따른 실태 조사와 보상 기준이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올해 5G의 품질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을까. 현재 이통사들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5G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5G 스탠드얼론(SA·Stand Alone)’ 기술이다. 기존 5G 기술은 LTE망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어 데이터 전송속도 외의 5G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SA는 유·무선 구간에서 5G 네트워크만 이용한다. 그 결과, 5G의 지연속도를 최소 1ms(0.001초)까지 줄이고 데이터 처리효율을 최고 3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진짜 5G’인 셈이다. 하지만 SA가 지금의 5G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어디까지나 5G의 지연 문제, 데이터 처리속도에만 관련이 있는 기술이라서다.

SA의 문제는 또 있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기존 5G폰의 대부분이 5G SA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까진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 LG전자의 ‘V60 씽큐’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진 불 보듯 뻔하다. 5G 논란, 올해엔 해소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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