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빛과 그림자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는 등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재택근무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명命 받은 직원이 훗날 구조조정 0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근무형태의 변화가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증가한 중국의 우한武漢, 미국의 뉴욕 등 주요 도시는 마비가 됐다. 지역 간,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됐고, 학교는 개학을 늦추기까지 했다. 올림픽·프로스포츠·공연·여행 등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코로나19가 과거의 일상을 모두 바꾼 셈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어마어마하다. 글로벌 주요 기업의 공장은 멈춰 섰고, 주식시장도 192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가 불러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섰다. 국민들에게 재난소득을 지원하고, 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역시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가 전시戰時 수준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수출감소, 소비위축을 비롯한 경제적 타격은 피할 수 없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사망률이 낮은 등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아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기업과 직장인이 겪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재택근무일 것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1089개)의 40.5%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면 중심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이 틀림없다. 인터넷 속도가 세계 2위 수준에 달하는 등 IT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직장인의 입장에서 재택근무는 장점이 많은 근무 형태다. 무엇보다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불필요한 회의, 일률적인 식사시간, 효율성 없는 야근, 원하지 않는 회식 등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재택근무를 통해서 하루 평균 1시간43분에 이르는 출퇴근 시간(수도권 직장인 기준)도 아낄 수 있다(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로 확산한 재택근무

공간적인 제약에서도 자유롭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업무공간이 된다.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 회사 때문에 주거비가 비싼 서울에서 살아야 할 필요성도 사라진다. 서울과 비교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에서의 삶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는 수도권 집중화로 발생하는 부동산 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업무와 별개로 직장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원 간 갈등이나 오해에 따른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직장인의 81.8%가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휴넷 설문조사).

관건은 재택근무가 기업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느냐다. 직장인에게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재택근무가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재택근무가 기업에 가져다줄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이다. 기업 대부분은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도심에 사옥이나 업무공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정착되면 굳이 비싼 건물을 사거나 임대할 필요가 없어진다. 기존 사무실을 축소해 임대료·시설유지비·관리비 등의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인력이 줄어들면 구내식당과 같은 복지시설도 필요 없으니 복지비도 아끼는 게 가능하다.

비용절감 효과뿐만이 아니다. 인사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건 수월해질 것이다. 학연·지연 등의 인간적 관계를 배제한 객관적 지표로 업무 성과를 판단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가 구조조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 재택근무가 활성화하지 못했던 것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의구심은 크게 흔들리게 됐다.

굳이 출근을 하지 않아도, 직원이 많지 않아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스마트워크·무인화·자동화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을 상근근무자와 재택근무자로 구분할 것이다. 그중 재택근무자 1순위는 의사결정권이 약하고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이 될 것이고, 그 부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억측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업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적은 비용을 들여 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시도가 가져올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재택근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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