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성장한 기업들

코로나19가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감소, 소비위축으로 돈 벌 구멍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업의 한숨이 길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극심한 침체 가운데서도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런 기업을 찾아봤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의 파급효과로 기업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수출길이 막힌 데다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월 6일 올해 반도체·자동차·일반기계·디스플레이 등 15개 수출품목의 수출이 전년(4259억1200만 달러) 대비 7.8% 감소한 3928억2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품목은 일반기계로 감소율이 22.5%에 이른다. 선박류와 디스플레이의 수출 감소율도 각각 1.75%에 달할 것이라고 전경련은 우려했다.

소비감소세도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은 전기 대비 1.4% 감소했다. GDP 성장을 끌어내린 건 전기 대비 6.4% 감소한 민간소비다. 음식·숙박·오락문화는 물론 자동차·의류 소비까지 줄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이 줄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와 수출이 부진하니 기업의 이익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22곳의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15조6087억원, 11조4267억원이었다. 하지만 이 전망치는 4월 16일 각각 9조1190억원, 6조2350억원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영업이익 전망치는 41.5%, 순이익 전망치는 45.2% 줄어든 셈이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의 한숨이 길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악재를 이겨내고 올 1분기 실적 성장세를 기록한 기업은 없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더스쿠프(The SCOOP)가 4월 23일까지 1분기 실적(잠정치)을 공시한 기업 39곳의 실적보고서를 살펴봤다. 이 가운데 스펙상장사(하이골드8호) 1곳과 영업이익·순이익을 공시하지 않은 기업 8곳을 제외했고, 영업이익이 순이익보다 적은 기업 6곳도 분석대상에서 뺐다.[※참고: 영업이익의 규모가 순이익보다 큰 것이 일반적이다.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많다는 것은 투자수익이나 자산 유동화 등의 요인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분석 대상에서 관련 기업을 제외한 이유다.]

선정 과정을 거쳐 남은 기업은 총 24곳(코스피 14개·코스닥 10개)이다. 24개 기업 중 올해 1분기 실적이 증가한 곳(전년 동기 대비)은 모두 11곳(코스피 7개·코스닥 4개)이다. 이중 5개 기업(CJ씨푸드·신세계I&C·삼성바이오로직스·심텍홀딩스·에스에너지)은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라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내놨다. 코로나19의 반사이익과 실적 모멘텀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누린 기업을 살펴보자. CJ씨푸드는 1분기 영업이익 16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어묵·햄·소시지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간편식 등의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기업 실적도 감소

코스닥 시장에선 메모리 모듈용 인쇄회로기판 제조 전문기업 심텍홀딩스가 반사이익을 발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궜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253억원, 당기순손실 232억원 등을 기록했던 이 회사는 1분기 영업이익 131억원, 당기순이익 81억원으로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실적 반등엔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이 한몫 톡톡히 했다. 경쟁사인 중국기업 공장이 코로나19의 여파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확산의 반사이익이 컸고, 비대면 트렌드와 함께 서버용 메모리 인쇄회로기판(PCB) 수요가 증가했다”며 “일본 자회사의 게이밍 그래픽용 수요 증가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실적 모멘텀을 확보해 코로나19 국면을 돌파한 기업이다. 코스피 시장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날개를 달았다. 이 회사는 1분기 매출액 2071억원, 영업이익 625억원, 당기순이익 3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1253억원) 대비 65.2%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3억원, -384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은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공장의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살아났다. 최근엔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용 항체 공급계약 체결에도 성공했다. 이 때문인지 회사의 주가는 4월 23일 이전 고가(60만3000원) 수준인 60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글로벌 의약품위탁생산(CMO) 업계에 공급부족이 나타나고 있다”며 “추가적인 대규모 수주에 성공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의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에선 태양광 전문기업 에스에너지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중국 태양광 기업의 저가 공세를 뚫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29억원, 당기순이익 21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14억원·당기순이익 -34억원) 대비 각각 43억원, 55억원 증가했다.

에스에너지가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해외시장이다. 유럽·호주 등 주요국에서 태양광 EPC (설계·조달·시공) 계약에 성공한 것이 실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에스에너지 관계자 “세계 각국에서 주택용·수상·루프톱 태양광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건축자재 유통기업과 54㎿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도 흑자전환한 기업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실적 성장에 성공한 기업은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1분기 실적 성장의 기쁨이 2분기에도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코로나19의 확산 속에도 1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한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2분기 실적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익 감소 조정 속도가 여전히 가파르다”면서도 “IT·커뮤니케이션·건강관리 등은 안정성이 돋보이는 섹터”라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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