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말, 글, 영상… 삶의 맥락 안에서 탐색해야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문자보다 이미지, 읽기보다 보기에 익숙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문자보다 이미지, 읽기보다 보기에 익숙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언가 궁금할 땐? 왠지 심심할 땐?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 지식검색이 대세였다. 지금은 어떤가.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상황은 사뭇 다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보다 ‘만능’ 유튜브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과제를 할 때 책이나 사전, 검색엔진보다 유튜브를 먼저 찾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염려의 눈길을 보낸다. ‘짧은 동영상’에 빠진 어린 세대들이 책을 읽지 않아 ‘리터러시(문해력文解力)’가 부족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리터러시’는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자료를 활용해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이다.” 유네스코가 내린 ‘리터러시’의 정의다. 신간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리터러시를 이야기한다. 문화연구자 엄기호와 응용언어학자 김성우가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등을 대담 형식으로 논의한다. 

저자들은 지금의 리터러시 상황을 ‘위기’라고 부르는 평가가 정당한지, 미디어 환경 변화는 인간의 몸과 사고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리터러시를 경쟁 도구가 아닌 공공의 인프라로 만들 방법은 없는지를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눈다. 

리터러시의 정의는 시대마다 조금씩 다른 개념으로 사용됐다. 이 책은 리터러시를 둘러싼 지금의 환경을 심도 있게 살핀다.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책보다 먼저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문자보다 이미지, ‘읽기’보다 ‘보기’에 적응돼 있다. 읽고 쓰는 교육을 주로 받은 기성세대 때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그럼에도 리터러시를 평가하는 잣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익숙한 이미지·동영상이 아니다. 여전히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문자 매체에 기반해 교과서나 시험을 통해 이뤄진다. 저자들은 이런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리터러시를 정의하고 평가하는 권력을 특정 세대, 특정 계층이 독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리터러시가 계급적으로 분배되거나 무기처럼 휘둘리는 것을 우려한다. “경제·문화자본이 풍부한 가정의 자녀들은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며 정보 습득, 학습, 엔터테인먼트 등을 위해 좋은 콘텐트를 선별해 활용하지만, ‘방치된’ 아이들은 웹을 떠돌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라는 설명이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세대에 따라, 성에 따라, 서로에게 ‘난독증이냐’며 비아냥대는 댓글을 다는 등의 현상도 지적한다. 리터러시가 있고 없음이 특정 집단의 지적 능력을 비하하거나 혐오를 정당화하는 무기로 쓰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이 가장 강조하는 바는 ‘삶을 위한 리터러시’다. 말과 글, 영상의 효과와 가치를 삶의 맥락 안에서 탐색하는 것, 사람들 사이에 소통의 기반이 되는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모든 이가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환경적 인프라를 갖추고 각자가 자기 삶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리터러시 경험이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인다. 

세 가지 스토리 

「나의 기억을 보라」
엘리 위젤ㆍ아리엘 버거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기억입니다.” 2016년 타계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이 남긴 말이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홀로코스트에 가족을 잃은 그는 비통한 기억이 어떻게 평화와 희망이 되는지 몸소 보여줬다. 자전적 소설 「밤」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드러냈고,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비극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이 책은 그가 생전 보스턴대에서 매주 학생들과 토론한 내용을 정리했다.

「더는 태울 수 없어서」
이재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학창시절에는 입시에 매달렸고, 대학생이 돼선 취업을 못 할까봐 전전긍긍했다. 입사 후엔 일에 치여 쉬지 못했다. 그렇게 서른살이 된 1990년생 이재은은 독일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가 만난 건 지킬 건 지키면서도 자유분방한 사람들이었다. 베를린의 기억을 스물일곱개의 글과 50여장의 사진으로 묶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저자의 말은 ‘현생’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 에듀니티 펴냄   


일본의 교육자인 저자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교사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에 치중하고 있는 두 나라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그러면서 코로나19처럼 무엇이 닥칠지 모르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살아남는 힘’을 길러주는 방법을 고민한다. 교사의 자율성과 권한이 중요한 이유, 정치가가 교육정책을 입안해선 안되는 까닭  등의 교육 이슈도 이야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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