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 재무설계 下

저축할 돈은 턱없이 부족한데, 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가 산더미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다수는 “하나라도 제대로 준비하자”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럴 땐 최대한 자금을 분산해 가능한 한 모든 재무목표에 대비하는 게 좋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40대 부부와 함께 ‘짠내’ 나는 재테크를 준비해봤다.

자금을 가능한 한 쪼개 모든 재무 이벤트에 대비하는 건 좋은 습관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금을 가능한 한 쪼개 모든 재무 이벤트에 대비하는 건 좋은 습관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 부도로 갑작스럽게 실직자가 된 윤상현(가명·49세)씨. 급한 대로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지만 3분의 1로 토막 난 급여(450만원→110만원)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아내 한영희(사명·45)씨의 소득(220만원)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윤씨가 직장을 다시 잡기 전까진 월 330만원으로 한달을 생활해야 하는데, 두 자녀를 키우는 윤씨 부부에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월급이 줄자 부부의 다툼은 늘어만 갔다. 말수가 적어진 두 사람은 서로 얼마나 벌고 어디에 썼는지 공유하길 꺼렸다. 지출 내역을 작성해 본 것도 이번 상담이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부부끼리의 재무 관리에서 원활한 소통은 필수인 만큼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작성된 지출 흐름표를 확인해 보니 부부는 매월 386만원을 쓰고 56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 윤씨가 언제 재취업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지출 규모가 계속된다면 윤씨 부부가 맞을 결말은 불 보듯 뻔해 보였다.

그렇기에 이번 상담에선 부부의 적자를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했다. 1·2차 상담에서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한 결과, 윤씨 부부는 소비성 지출 9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고 여유자금 41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정도 금액으론 부부가 세운 목표를 감당하기 힘들다. 부부는 대출자금 상환→전세자금 확보→자녀들 사교육비→노후준비 순으로 자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윤씨는 “자금이 한참 모자라는데 목표를 세분화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소액이라도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는 게 좋다.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개인연금이나 주택청약저축 등 때를 놓치면 혜택이 크게 줄어드는 상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윤씨 부부는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사 비용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했다. 내년이면 부부가 사는 임대주택이 만기를 맞아 좋든 싫든 새 보금자리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자만 갚고 있는 생활비 대출(480만원·연이율 5.8%)도 가능한 한 빨리 상환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41만원을 분배할 수 있을까. 먼저 월 3만원씩 납입하고 있는 은행 적금을 살펴봤다. 이 통장은 한씨가 “앞으로 달라진 삶을 살겠다”는 뜻에서 만든 것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지금까지 빠짐없이 성실하게 납입하고 있다. 앞으로 한씨의 저축습관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생활비 대출금은 CMA통장(월 10만원)을 활용해 조금씩 갚아나갈 계획이다. 이 상품은 고객의 돈을 받은 증권사가 기업어음이나 국공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 뒤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지급한다. 무엇보다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비상금 용도로도 쓸 수도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론 통신사와 연계하는 은행 적금상품(5만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특정 요금제를 쓰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4~6%)를 지원하므로 윤씨 부부처럼 고액의 통신요금제에 가입한 가정에 유리하다. 상품 특성상 납입금액의 제한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윤씨 부부에겐 해당사항이 아니다.

저축은행에도 월 1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도 내에서 안전하게 자산을 모을 수 있다. 월 10만~20만원까지만 납입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조건 충족 시 최고 5%대까지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작은 목돈을 마련할 때 유리하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했던 윤씨 부부의 의견을 반영해 적립식펀드(6만원)에도 돈을 넣었다. 이 상품은 매월 적금처럼 일정 금액을 불입하는 방식으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펀드 중에선 비교적 안전한 축에 속한다. 현재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장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적립식펀드에서 주식을 상당 부분 제외하는 대신 주가가 많이 빠진 원자재 펀드를 채워넣었다.

아울러 안전성이 뛰어난 채권형펀드도 준비해 공격적·안정적 투자법을 두루 갖췄다. 적립식펀드는 장기간 납부해야 유리한 상품이므로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데 쓸 생각이다. 이후 윤씨의 월급 여건이 나아지면 불입액을 늘려 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월 10만원씩 개인연금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부부의 나이가 이미 50대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후 준비를 더 미룰 수 없었다. 늦게 가입할수록 자금을 거치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다는 점도 고려했다. 일단은 최소한의 연금보험에 가입한 후 나중에 추가 납입을 통해 노후를 준비할 예정이다.

윤씨는 파트타임 특성상 소득이 그때그때 다르다. 따라서 110만원 이상의 추가소득분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납입하기로 했다. 이 상품의 특징은 입출금 내역과 잔고 등 통장과 관련된 정보들을 가족들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돈이 모이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테크에 미숙한 윤씨 부부에게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이제 윤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지출 줄이기를 통해 확보한 41만원은 이사 비용(CMA통장·10만원), 전세자금(15만원·저축은행·통신사 연계상품), 자녀 교육비(6만원·적립식펀드), 노후준비(개인연금·10만원)를 위해 쓰였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모든 재무목표를 준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금이 현저히 모자라다 보니 대비 수준이 무척 미흡해 보였다. 윤씨는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는 지인의 연락만 기다리지 않고 그때까지 심야배송이든 대리운전이든 아르바이트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씨도 여행비·미용비 등의 지출을 더 줄여보겠다고 약속했다. 아무쪼록 윤씨 부부가 올해엔 아픔을 딛고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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