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ETN A to Z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은 간단한 금융상품이 아닙니다. 절차는 복잡하고, 용어도 쉽지 않습니다. 앞을 내다보는 건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이 상품에 베팅하는 개미투자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국제유가 하락기를 활용한 투자상품으로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상품을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원유ETN의 모든 것을 쉽게 풀어봤습니다.

국제 유가가 출렁이면서 원슈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버스(Inverse), 레버지리(Leverage), 상장지수증권(Exchange Traded Note), 지표가치(Indicative Value), 콘탱고(Contango),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롤오버(만기연장), 괴리율…. 이 용어들의 의미를 아십니까.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생경한 용어들입니다. 언뜻 봐선 의미를 알 수 없는 이 용어들은 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원유ETN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습니다.

원유ETN은 원유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입니다. 원유 가격의 흐름을 예상하고 투자에 나서는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입니다. 하지만 최근 개미들의 투자 열풍이 원유ETN으로 향하면서 고위험·고수익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문제는 원유ETN 투자 광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원유 인버스 ETN(6개 종목)의 4월 27일 거래대금은 1025억53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수십조원이 거래되는 주식시장에서 1000억원의 거래 규모가 크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 전인 지난해 4월 29일 원유 인버스 ETN의 거래대금이 5억6600만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시계를 길게 보면 광풍의 증거는 더 확실해집니다. 1년 평균(4월 27일 기준) 24억원이었던 원유 인버스 ETN의 거래대금은 3개월 평균 84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원유ETN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초 배럴당 61.18달러를 기록했던 서부텍사스유(WTI)는 4월 27일 12.78달러로 79.1%(48.4달러)나 하락했습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 감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가격 경쟁 등이 유가 하락을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투자자는 유가의 반등 혹은 추가 하락에 베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개인투자자의 주목을 받은 것이 인버스입니다. 유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참고: 인버스와 함께 짧은 기간 더 많은 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가 몰리는 상품이 레버리지 기능이 있는 원유ETN입니다. 레버리지 원유ETN은 기초자산 수익률의 두배를 추종합니다. 원유 선물 가격이 100원에서 150원으로 상승할 때 원유ETN은 100원에서 200원이 됩니다. 반대로 원유가격이 100원에서 50원으로 하락하면 ETN은 100원에서 0원이 됩니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레버리지 ETN은 일일 등락폭도 ±60%로 주가 등락폭의 두배입니다.]


문제는 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하루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원유ETN이 나오면서 너도나도 원유ETN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급격하게 늘어난 거래량에 원유ETN의 적정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증권사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증권사가 추가로 발행한 ETN을 시장이 모두 빨아들이면서 기초자산인 원유 선물가격이 아닌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ETN의 가격을 결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원유ETN으로 몰리는 개미


이는 원유ETN의 실제 가치와 가격의 격차가 벌어지는 괴리율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은 4월 22일 771.31%까지 치솟았습니다. ETN의 지표가치는 74.6원에 불과한데 거래된 가격은 650원을 기록했습니다. 쉽게 말해 유가가 100원인데 원유ETN은 870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높은 괴리율은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과 같은 저유가 상황에서 원유 가격이 8배 이상 상승하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이 4월 7일과 23일 두차례에 걸
쳐 ‘WTI원유 선물 연계 ETN, ETF 관련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한국거래소가 원유ETN의 거래정지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참고: 한국거래소는 괴리율이 5거래일 연속 30%를 초과하는 원유ETN의 익일 매매거래 정지, 단일가거래 등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문제는 원유ETN 투자로 발생한 손실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주식은 내려간 가격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주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원유ETN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유ETN은 기초자산인 원유 가격을 변경하기 위해 매월 이전 가격의 원유ETN을 팔고 새로운 가격으로 다시 사들이는 롤오버를 진행합니다. 대개 새로 사들이는 원유선물의 가격이 기존 선물가격보다 높습니다. 이때 새로 사들이는 원유 선물의 가격이 기존 선물보다 높은 것을 콘탱고(선물 고평가)라고 합니다.

유의할 점은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가격 100원이었던 선물(10계좌)을 팔고 110원인 선물로 변경한다고 가정하면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110원짜리 선물은 9계좌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족한 1계좌를 채우는 데 비용이 발생합니다. 롤오버로 10%의 손실을 보는 셈입니다. 이런 콘탱고가 계속되면 반등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손실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치솟은 원유ETN 괴리율

물론 반대의 경우인 백워데이션(현물 고평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자·보관·운송 등의 비용이 드는 원유의 특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처럼 원유ETN은 위험요인이 많은 투자상품입니다. 전문가들이 단기 수익률만 보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입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월 이후 원유ETN의 괴리율이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레버리지 상품은 괴리가 더 심해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투자에 적합하다”며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간 손실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강서구 더스쿠프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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