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끝없는 논란
식약처엔 문제 없었나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 시험성적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품목허가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 시험성적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품목허가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 메디톡스가 판매 중인 국내 1호 보톡스 ‘메디톡신’의 품목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2012~2015년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제품을 제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서다. 메디톡스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놨지만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문제는 메디톡스를 둘러싼 논란이 한둘이 아니란 점이다. 대부분 의약품 조작 논란이다. 

지난 4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속보(안전성 서한)’를 날렸다. 의약품의 안전성에 이상이 생겨 이를 다급히 알릴 필요가 있었다는 거였다. 속보의 내용은 이랬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일명 보톡스) ‘메디톡신’의 제조ㆍ판매를 중지하고 의료계와 환자들은 사용을 중단하라.”

메디톡신은 국내 최초 보톡스다. 바이오벤처였던 메디톡스가 2006년 국산화에 성공했는데, 현재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두번째로 많이 팔린다. 국내 1위는 아니지만 보톡스 국산화의 문을 처음 열어젖혔다는 점에서 메디톡신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작지 않다. [※참고 : 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리딩하는 미국 앨러간사社의 제품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흔히 보툴리눔 톡신을 지칭하는 대명사로도 쓰인다. 이번 기사에선 편의상 보툴리눔 톡신을 보톡스라고 썼다.]

당연히 식약처가 메디톡신의 제조ㆍ판매를 중단시킨 이유에 이목이 쏠렸다. 흥미롭게도 같은날 청주지방검찰청이 메디톡스와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메디톡스 공장장을 기소한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청주지검 수사결과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2012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허가받지 않은 원액을 사용해 메디톡신을 생산했다. 

언뜻 ‘무허가 제품’을 사용한 문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제약업계에서 말하는 ‘무허가’는 결이 조금 다르다. ‘무허가 원액’을 사용했다는 건 ‘무허가 원액을 허가 받은 것처럼 꾸며’ 원료로 활용했다는 뜻이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제약바이오 업체가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임상시험을 거친 뒤 식약처로부터 “이제 의약품을 제조ㆍ판매해도 좋다”는 의미의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일정 단위(로트ㆍlot)의 의약품을 제조할 때마다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시험성적서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참고 : 로트는 품질 관리를 위해 동일 원료ㆍ동일 공정에서 생산되는 단위를 말한다. 로트별 제조수량은 업체별ㆍ제품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는 방법은 하나다.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식약처에 제출한 다음 승인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청주지검은 메디톡스가 원액 정보와 역가(약효의 세기) 시험 결과를 조작해 총 83회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 제품은 ‘제조판매품목 허가내용 및 식약처장이 정한 역가 허용기준’도 위반했다. 이는 약사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


메디톡스의 주장은 다르다. 메디톡스는 입장문을 통해 “(무허가 원액을 사용했다고 지적받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제조된 메디톡신은 이미 소진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공중위생상의 위해가 있을 수 없다”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이상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는 지난 4월 19일 식약처를 대상으로 메디톡신의 제조ㆍ판매 중지 명령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약사법 71조에 따르면 공중위생상의 위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해당 의약품을 회수ㆍ폐기할 수 있다. 메디톡스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여 정상적인 허가 절차를 밟지 않은 원액으로 만든 메디톡신이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회수ㆍ폐기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약사법 62조엔 이렇게 적혀 있다. “허가ㆍ신고된 내용과 다른 의약품, 식약처장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의약품은 제조해선 안 된다.”

이를 적용하면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기준을 위반한 의약품을 만든 메디톡스는 약사법을 위반한 것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이상이 없어도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행위 자체로 위법이라는 얘기다. 식약처 관계자 역시 메디톡신 시험성적서 조작 혐의는 약사법 62조와 71조 모두 연관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 측은 답변을 피했다. 회사 관계자는 “재판 중이라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면서 “재판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메디톡신 조작 논란을 가볍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메디톡신이 조작 혐의를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서다. 메디톡스는 2017년에도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가 있었는데, 결국 수출용 메디톡신의 품질이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 회수ㆍ폐기 명령을 받았다. 2013년에 품목허가를 받은 메디톡스의 또다른 보톡스 제품 ‘이노톡스’도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3개월간 제조가 중단될 예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메디톡신은 품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부터 갖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제보가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품목허가를 받기 전인 2003~2005 년 임상 중인 메디톡신을 불법으로 유통하고, 2006년에도 멸균조치를 하지 않은 오염된 생산시설에서 제품을 제조했다는 거였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데다,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를 명확하게 밝히진 못했다. 

메디톡스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 조작 이슈만이 아니다. 불법유통, 생산시설 오염 등 얽혀있는 의혹이 많다.[사진=뉴시스]
메디톡스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 조작 이슈만이 아니다. 불법유통, 생산시설 오염 등 얽혀있는 의혹이 많다.[사진=뉴시스]

식약처는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재판 결과나 메디톡스의 항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메디톡신은 물론 국내 의약품 시장을 향한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엔 식약처의 책임도 있다. 철저한 관리ㆍ감독을 통해 기업들의 불법행위를 막는 게 식약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성분 조작 논란이 불거진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메디톡신 시험성적서 조작 논란을 메디톡신만의 문제로 보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다. 국내 의약품 관리ㆍ감독 시스템 나아가 제약바이오 산업, 이대로도 괜찮은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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