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승인절차 살펴보니…

국내 제약업은 30여년간 연평균 7.6%씩 성장해왔다. 시장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는 건데, 그간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있다. 무허가 의약품 문제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의약품 승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국내 식약처의 의약품 승인ㆍ검사엔 어떤 허점이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세계 각국의 시스템과 비교해봤다. 

국내 의약품 심사인력 부족은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였다.[사진=뉴시스]

인보사 사태부터 메디톡신까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국내 의약품 문제가 연이어 터졌다. 매번 발생하는 문제의 공통점은 의약품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성분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라는 거다. 성분이 달라진 것을 정부가 눈치채지 못한 채 허가를 내줬다는 건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의약품 규제가 유달리 약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재발을 막기 위해선 해외의 의약품 허가 절차가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의약품 심사 과정부터 보자. 한국의 경우, 비임상시험→임상시험→심사허가→생산→판매순으로 진행된다. 사후 절차도 있다. 식약처는 신약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시장 출시 이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용될 때 경험을 수집해 평가한다. 승인 이후 6년간이다.

의약산업이 발전하는 만큼 높아진 수준에 따라 유효성을 재검토하는 과정도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순서만 비슷할 뿐 촘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유럽과 비교하면 사후 검사가 이뤄지는 기간이 느슨하고 검사 보고서 이외의 평가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의약품 시장이 가장 큰 미국부터 보자. 신약 판매 허가 승인을 받기 위해선 전임상시험 후 임상시험 1~3상을 거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심사과정을 1~2년 거친다. 신약 판매 승인이 이뤄진 다음엔 ‘시판 후 조사’도 이어진다. 제약업계로선 해당 의약품이 안전하다는 증거를 계속해서 제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독일 보건사회부(BfArM)의 절차는 미국보다 조금 까다롭다. 공통점이 있다면, ‘첫 승인’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해 시장에 출시됐다 하더라도 ‘평균 환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정보’가 없다면 완벽하게 안전한 약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독일의 의약제품법은 의약품 승인 이후에도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용 경험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예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약을 승인받았지만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면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안전성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출시 시점부터는 최초 2년간은 6개월마다, 그 이후 2년간은 1년마다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안전성 보고서 제출 기간은 3년에 한번씩으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독일 보건사회부는 신약에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위험 요소를 파악한다. 

독일 보건사회부가 의약품 변동사항만 보고받는 것도 아니다. 제약업체는 약물감시책임자의 인적사항이 변동된다면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자료도 꾸준하게 배포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매일 약물 감시 분야의 뉴스가 업로드된다. 하루 단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의약품 인허가와 관련한 내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약품 심사와 관련한 내용이 국민 전체에게 공개된다는 거다. 

다른 유럽국가 역시 신약의 승인과 유통 과정을 까다롭게 통제하고 있다. 특정국의 심사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경우, 유럽 시장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의약품 심사 기간은 총 1년으로 위원회 승인 2개월이 추가된다. 여기에 최대 210일이 걸리는 신약 마케팅 승인 신청서 평가까지 필요하다. 승인 신청을 받은 후에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EMA 소속 약물감시위험평가위원회(PRAC)가 모니터링을 시행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일정 주기를 두고 꼼꼼하게 사후 검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식약처는 외국과 우리가 시스템 면에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며 “우리는 기업이 주는 자료만 확인하지만 외국은 의심스러운 부분에는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증빙자료를 또다시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시장 규모 못 미치는 심사 인력

느슨한 절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력도 모자라다. 시장 규모와 비례해 살펴보면 심사인력이 특히 부족하다. 시장 규모 465조원에 달하는 미국은 의약품 심사인력만 5300여명에 이르지만 21조원 수준인 우리나라의 심사인력은 80여명에 머물러 있다. 시장 규모 차이는 20배이지만 인력 차이는 60배 이상이다. 

식약처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때문에 심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2019년 한해만 의약품 심사관 33명이 대거 퇴사하면서 식약처는 인력 관리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력을 확충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허가심사 업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게 인력을 확충해달라”는 내부 직원의 요구에도 보복성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대안은 무엇일까. 잘 보이지 않는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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