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저귀 대전에선 쿠팡 승리
이마트 SSG닷컴, 자존심 회복할까

2016년 유통업계에선 ‘기저귀 대전’이 벌어졌다. 쿠팡이 주부를 잡기 위해 기저귀를 최저가에 판매하고 ‘로켓배송’을 해주면서다. 고객을 빼앗긴 이마트는 ‘최저가 정책’을 선언하고 맞불을 놨다. 승자는 사실상 쿠팡이었다. 소비자의 공산품 구매 채널이 이 대전을 기점으로 온라인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후 4년, 쿠팡은 이제 신선식품을 노리고 있다. 이번엔 이마트의 자회사 SSG닷컴과의 ‘대전’이 불가피하다. 

쿠팡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확대하고 있다.[사진=쿠팡 제공]
쿠팡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확대하고 있다.[사진=쿠팡 제공]

“로켓프레시 당일배송과 같은 전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이겠다(4월 14일ㆍ김범석 쿠팡 대표).”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1조1280억원에 이르던 영업적자를 지난해 7205억원으로 줄였다. 반면 매출액은 1년 새 64.2% 증가한 7조1530억원을 기록했다. 흑자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팔수록 적자’란 꼬리표는 살짝 떼어낸 셈이다. 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실적을 내놓은 쿠팡은 올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쿠팡은 4월 29일 “로켓프레시 당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쿠팡은 유료 서비스인 로켓와우(월 2900원) 고객이 신선식품을 밤 12시 전 주문시 새벽 7시 전에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제 오전 10시 전 주문시 오후 6시까지 신선식품(8500여종)을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당일배송’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쿠팡 측은 “최소 주문 금액이 1만5000원으로 국내 업계 최저 수준이다”면서 “전국 어디든 로켓배송 서비스 지역이라면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쿠팡이 신선식품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지자 업계 안팎에선 SSG닷컴과의 경쟁에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모회사 이마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SG닷컴은 신선식품 분야에서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다.

[※ 참고: 신선식품은 그동안 대형마트의 ‘최후의 보루’이자 이커머스 업체의 ‘약점’으로 불려왔다. 신선식품의 경우 품질이 천차만별인 탓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냉장유통을 위한 콜드체인 시스템 등 물류 인프라 투자가 많고, 재고 관리가 까다롭다는 점도 이커머스에 유리하지 않다.] 

실제로 SSG닷컴 매출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법 높다. SSG닷컴 내 이마트몰의 경우, 매출의 75%가량(이하 하나금융투자 추정치)이 식품에서 발생하고 이중 약 35%를 신선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쿠팡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식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2018년ㆍ업계 추정치)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쿠팡으로선 신선식품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카테고리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식품은 ‘매일 먹고 마시는’ 소비재로 시장 규모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소비재 시장의 4분의 1가량을 식품이 차지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다”면서 “특히 다른 품목에서 우위를 차지한 쿠팡으로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선식품으로 영역을 넓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 시장이 활짝 열렸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신선식품(농축수산물)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3.7% 증가했다. 전체 품목 중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신선식품 온라인 시장이 부쩍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신선식품을 두고 벌이는 쿠팡과 SSG닷컴의 경쟁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무엇보다 이마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SSG닷컴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의견이 많다.

쿠팡 승부수 던지자 업계 꿈틀  

임일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신선식품의 경우 물류 인프라가 전제 조건이다”면서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와 물류시스템을 공유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쿠팡의 경우 아직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수요가 증가할 때까지 적자를 버텨야 한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고 꼬집었다.

SSG닷컴은 모회사 이마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사진=SSG닷컴 제공]
SSG닷컴은 모회사 이마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사진=SSG닷컴 제공]

바잉파워 면에서도 이마트를 등에 업은 SSG닷컴이 앞선다는 분석이 많다. SSG닷컴은 이마트 상품을 함께 판매하거나 자체적으로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4월 23일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후 직접 판매를 지시한 ‘해남 왕고구마’의 경우, 이마트가 매입한 전체 물량 300톤(t) 중 213t은 이마트에서, 7t은 SSG닷컴에서, 12t은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판매했다.  

그렇다고 쿠팡의 경쟁력이 뒤지는 건 아니다. 쿠팡의 전국 단위 배송망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쿠팡과 SSG닷컴 모두 각각의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어 어디에서든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은 쿠팡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경기도 용인ㆍ김포에 있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1~003을 통해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축구장 14개 크기의 냉장ㆍ냉동 전용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전국에 촘촘하게 들어선 배송망을 바탕으로 로켓프레시 새벽·당일배송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이마트와 쿠팡 사이에 벌어진 기저귀 대전에선 사실상 쿠팡이 승리했다. 이번 신선식품 대전에선 어느 쪽이 승리의 나팔을 불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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