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1분기 실적 분석해보니…

지난해 테슬라와의 배터리셀 공급계약 소식은 LG화학에 호재로 작용했다. LG화학은 호재의 실질적인 이득을 좀 봤을까. 아직은 그런 것 같지 않다. 1분기 실적을 보면 ‘테슬라 효과’라고 할 만한 게 잘 보이지 않아서다. 이유가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LG화학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해 그 이유를 찾아봤다.

올해 1분기 테슬라는 영업흑자를 봤지만, LG화학은 테슬라 효과를 보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올해 1분기 테슬라는 영업흑자를 봤지만, LG화학은 테슬라 효과를 보지 못했다.[사진=뉴시스]

“테슬라와의 배터리셀 공급계약으로 이득을 톡톡히 볼 것이다.” 지난해 8월 테슬라 모델3에 LG화학의 배터리셀이 공급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쏟아진 장밋빛 전망들이다. 일부 언론은 “테슬라와 파나소닉과의 독점 관계를 LG화학이 깼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그럴 만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2019년 기준)인 테슬라에 배터리셀을 공급한다는 것만으로도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브랜드 가치는 상승할 공산이 컸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면 만성적자에 시달렸던 LG화학 전지사업 부문의 흑자전환도 가능해 보였다.

실제로 시장점유율은 상승했다. 지난 3월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인 인사이드EV(InsideEV)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월 중국산 테슬라 모델3에 54.39㎿h의 배터리셀을 공급했고(파나소닉이 83.32㎿h 공급), 2월에는 전량(201.92㎿h)을 공급했다. 3월에도 LG화학의 배터리셀이 전량 공급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 덕분일까. 최근 캐나다 시장조사기관 애덤스 인텔리전스(Adamas Intelligence)는 “2월 LG화학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35%(용량 기준)를 차지해 파나소닉과 CATL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LG화학이 ‘테슬라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객관적인 수치들을 토대로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우선 올해 1분기 전지부문 실적을 보자. LG화학의 1분기 전지사업 실적은 매출 2조2609억원, 영업손실 518억원이었다.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다. 물론 전지사업 부문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1479억원)보단 65%, 지난해 4분기(-2496억원)보단 79%나 줄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LG화학 전지사업 부문의 기존 영업손실이 어디에서 기인했느냐다. 증권사 리포트들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1분기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이후 출하물량 감소(약 400억원), 충당금(약 800억원) 등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에도 ESS 화재사고 충당금(약 3000억원)이 영업이익을 줄여놨다. 

반면 올해 1분기에는 ESS 화재사고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폴란드 공장 수율도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의 영업손실 배경이 사라진 셈이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LG화학 중국 생산공장의 가동이 열흘 넘게 중단되기도 했지만, 전지사업 매출은 4분기보다 고작 8.9% 줄었을 뿐 3분기(2조2102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1조6501억원)와 비교하면 오히려 37% 증가했다. 

악재 사라졌는데 왜?

이런 내용들을 종합하면 LG화학의 실질적인 매출은 지난해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지난해 1분기보단 늘었다. 하지만 전지사업 부문 영업손실은 기존 악재가 제거됐음에도 더 증가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테슬라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부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LG화학으로선 ‘테슬라 효과’를 누리지 못한 셈이다. 

이유가 뭘까. LG화학에 전달될 것이란 ‘테슬라 효과’가 부풀려진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LG화학의 전지사업에서 테슬라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LG화학에선 테슬라에 배터리셀을 공급한다는 사실조차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지만, 대략적인 계산은 가능하다. 

LG화학은 2월 생산된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셀 전량(201.92㎿h)을 공급했다. 배터리셀 개수로 환산하면 약 1600만개(모델3 50㎾h 기준)가 들어간 셈이다. 배터리셀 개당 단가를 대략 4000원으로 책정해보면 LG화학은 모델3 배터리 공급을 통해 2월에 약 6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 : 배터리셀 개당 단가는 원래 이보다 3~4배 높지만, 대량 공급 시 이 정도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같은 방식으로 테슬라 모델3에 공급한 배터리셀 판매가격을 계산하면 1월에는 약 173억원이 나온다. 3월에 생산한 모델3에도 배터리셀을 전량 공급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1분기 전체 매출은 1500억원 수준이다. 전체 전지사업 부문 매출의 10분의 1도 채 안 된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사실이 업계의 예상처럼 LG화학에 큰 도움을 준 것 같지도 않다. LG화학의 전지사업 내에서도 ‘전기차(EV) 배터리’ 부문의 1분기 영업손실이 651억원을 기록해서다. 지난해 3분기(4분기 실적 추정치는 없음) 영업손실이 288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손실이 더 늘었다. [※참고 : 테슬라에 공급되는 배터리는 21700 원통형 소형전지다. 따라서 모델3에 공급한 배터리 매출은 LG화학의 ‘전기차(EV) 배터리’ 매출에 속하지 않고 ‘소형전지’ 매출에 속한다.] 

‘테슬라 독배’ 가능성은 여전

혹시 2분기부터라도 LG화학이 테슬라 효과를 기대해볼 수는 있을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테슬라가 올해부터 중국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녹록하진 않을 듯하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LG화학과 테슬라의 공급계약이 2022년까지인 것으로 안다. 그때쯤이면 중국 업체인 CATL이 원통형 전지 생산설비를 갖추게 된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CATL을 제치고 LG화학이 재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 게다가 LG화학의 일반적인 배터리 부문 영업이익률이 9%대인데, 테슬라에는 6%대로 공급하는 것으로 안다. CATL과 경쟁하려면 그것보다 더 낮춰야 할지 모르는데 그런 점에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재계약을 하지 못한다면 고정비 증가로 인해 오히려 화가 될 수도 있다.”

LG화학이 테슬라에 배터리셀을 공급하는 것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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