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공포

온라인으로 전시회를 보고, 온라인으로 개학하는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여러모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삶을 파고드는 언택트(Untact) 문화는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다. 누군가는 지금보다 더 소외되고, 또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한다. 언택트 바람이 사회의 약한 부분이나 밑단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언택트 문화가 확산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언택트 문화가 확산했다.[사진=뉴시스]

불청객처럼 찾아온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글로벌 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만 여겼던 재택근무가 곳곳에서 시행됐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쇼핑은 말할 것도 없다. ‘온라인 전시회’ ‘온라인 공연’ ‘온라인 개학’이라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감염 확산 우려로 대면對面보다는 비대면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더 선호하게 됐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월 두달간 드라이브 스루 주문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차량정보를 스타벅스 선불식 충전카드와 연동시킨 ‘마이 디티 패스(My DT Pass)’ 주문 건수도 30% 증가했다.
금융권에선 비대면 계좌 개설이 증가세를 띠고 있다. 2018년 920만건이던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721만건을 기록했다.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하면서 올해 더 증가했을 거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에 언택트 문화가 확산할 거라고 내다본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은 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온라인 쇼핑, 영상회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부문에서 언택트 경제가 도입됐다”면서 “이후엔 생산 활동과 체험영역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언택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온택트(Ontact·언택트+연결)’ 시대가 열린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를 겪기 전엔 언택트가 적용되는 수준이었다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온택트로 발전했다는 거다.


정보취약계층 어쩌나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앞서 말한 스타벅스의 마이 디티 패스 서비스는 심심찮게 정보 도용 문제가 등장한다. 간혹 시스템이 차량번호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때 종업원이 꼼꼼하게 차량번호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타인이 개인정보를 도용해 결제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비대면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를 도용당하면 본인도 모르게 상품이 해지되거나 현금이 인출될 수 있다. 이밖에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온라인 수업이 증가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노년층은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많은 불편을 느낀다.[사진=뉴시스]
노년층은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많은 불편을 느낀다.[사진=뉴시스]

언택트 기술이 늘어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 현상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노년 계층에서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 실시한 정보취약계층 디지털 정보화 수준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100%라고 했을 때 장노년층은 63.1% 수준에 머물렀다. 

유호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연구실장은 “지금도 많은 노년층과 장애인들이 키오스크(무인주문기계)를 이용할 때 불편을 느낀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택트 사회를 맞이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더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공포가 어느 정도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서비스 업계선 상담 업무의 비대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하자 일부 업체들은 콜센터 상담직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였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스템 구축, 보안 문제 등만 해결하면 굳이 전통적인 콜센터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거다. 실제로 최근 상담업무를 본격적으로 디지털화한 곳은 숱하다. DB손해보험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영상상담서비스를 도입했다. 가벼운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직접 현장으로 출동하는 대신 직원이 영상통화로 안내하는 서비스다. 신한카드도 3월 ‘디지털 ARS’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객은 상담사의 안내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스스로 업무를 처리한다. 신한카드 측은 “기존 상담사를 통해 처리하던 업무의 90% 수준까지 대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언택트 바람은 고용취약 계층인 프리랜서·특수고용자 등의 일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 코로나에서 출발한 언택트 바람이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부터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소수정예 PT 강사로 일하는 민수경(가명·35)씨는 “최근 ‘홈 트레이닝’ 앱이나 온라인 개인관리 서비스의 인기가 높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그래도 운동은 사람에게 직접 관리 받아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안일했다”고 토로했다. 민씨는 지금 어떤 특기를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코로나19로 일자리 감소 가속화

사회의 변화에 일자리를 잃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무인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진행 중이었지만 코로나로 가속화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일자리 창출은 단기적인 해결책이고, 대부분 저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만큼 숙련된 노동자를 만들 수 있는 평생교육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앞으로 새로 생기는 기업들이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정부도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경제의 가속화에 대비하고 있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를 주축으로 ‘한국형 뉴딜’ 정책 수립에 돌입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일자리’ 창출에 관해 김 선임위원은 “10명의 노동력이 필요한 일을 2~3명이 하는 데다 접근 대상이 청년층으로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다소 모순적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언택트 흐름에 휩쓸려가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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