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IoT 비즈니스 지수 살펴보니 …

신기술이 그리는 미래 전망은 대체로 장밋빛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기대치를 밑돈다. 사물인터넷(IoT)도 그랬다. 2010년 중반만 해도 혁신기술로 꼽혔지만, 정작 투자를 통해 효과를 본 기업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단순히 기술 도입 수준을 벗어나 IoT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IoT 시장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이런 변화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수많은 기업들이 IoT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많은 기업들이 IoT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분석하는 지표는 많다. 그중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조사하는 ‘IoT 비즈니스 지수’는 꽤 권위 있는 지표로 꼽힌다. 흥미로운 건 EIU가 IoT 시장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7년간 조사해오면서 IoT 기술에 투자를 하고도 성과를 체감한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2020년 조사 결과에선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많은 기업이 IoT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구축했고, 이를 통해 수익 창출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EIU의 조사를 연도별로 분석하면 시장의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령, EIU는 2017년 보고서에서 “이제 막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3년이 흐른 2020년 보고서에선 “IoT의 미래가 완전히 변했다”고 총평했다. EIU의 2020년 조사에는 연간 매출 5000억 달러(약 613조원) 이상의 글로벌 대ㆍ중소기업 850개사가 참여했다. 결과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2020년 EIU 조사에선 이전보다 훨씬 많은 기업이 IoT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IoT 적용 기업의 성격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는 IoT 기술을 기업 내부 의사결정에 적용해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내재화한 기업이다. EIU의 설문조사 대상기업 중 22.0%가 여기에 해당했다. 이 수치는 2013년 조사에선 5.0%에 불과했고, 2017년에도 6.0%에 그쳤다. 올해 IoT를 내재화한 기업들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면서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둘째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 경영 외부에 IoT를 적용한 기업이다. 올해는 13.0%의 기업이 광범위한 외부 IoT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응답했다. 2013년 5.0%, 2017년 8.0%과 비교하면 응답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들 기업은 “IoT 덕분에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IoT 투자에 따른 전체적인 만족도도 높아졌다. 2017년 조사에선 20%가량의 기업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지만, 올해 조사에선 그 숫자가 두배(41.0%)로 상승했다. 특히 제조업ㆍ헬스케어ㆍ전력ㆍITㆍ자동차 부문에 속한 기업이 IoT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랐다. 이들 산업군의 기업 3분의 2는 “IoT가 디지털 전략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기업이 IoT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와 달리 IoT 시장의 투자자본수익률(ROI)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 기업 중 절반 이상의 기업(57.0%)이 “IoT의 투자 수익률이 예상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현장의 이런 반응은 IoT 투자 규모가 점차 늘어날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향후 3년간 IoT 투자를 11.0~50.0%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7년 조사에서 “1.0~10.0% 투자 증가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공지능(AI)과 IoT를 엮는 기업도 점점 늘고 있다. 그만큼 IoT 기술의 활용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IoT 투자를 계획 중이거나 초기 단계의 IoT를 구축한 기업 중 80.0% 이상이 “IoT 기반 데이터가 AI 비즈니스 전략 구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oT를 이미 광범위하게 구축한 기업의 90.0%는 “IoT 네트워크로부터 얻은 데이터가 AI 비즈니스 관련 계획에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과거엔 IoT 투자에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2013년 조사에선 전체 기업의 25.0%가 “IoT 투자에 회의적”이라고 답변했지만, 2020년 조사에선 이 비중이 6.0%에 그쳤다. 과잉투자로 치부되던 IoT 시장에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는 얘기다. 

과거엔 IoT 기술을 두고 회의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엔 IoT 기술을 두고 회의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IoT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그렇다고 아무 기업이나 IoT 투자를 통해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초기에 IoT를 구축하거나 이미 광범위한 IoT를 구축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했다. “IoT로 향상된 데이터 통찰력을 통해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중요 키워드, 데이터와 보안

IoT를 이용한 혁신은 단순히 불량률과 생산단가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 IoT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경쟁사보다 먼저 혁신할 수 있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3분의 2는 “데이터를 잘 활용해야만 성공적인 IoT 투자 사례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oT 기술을 구축할 때 보안을 중점에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IoT를 광범위하게 구축한 기업의 절반 이상은 내부에 보안 전문가를 따로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IoT를 둘러싼 기업 환경은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EIU 조사기업의 30.0%는 “IoT가 내부 혁신을 촉진했다”고 말했고, 22.0%는 “IoT 도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켰다”고 언급했다. IoT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앞서나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지금도 IoT 도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미 늦은 건지도 모른다. 

수지 니엔 Arm IoT 부문 디렉터 | 더스쿠프

정리=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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