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서 선임대 후분양 가능할까 

재건축 시장의 과열을 식히기 위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다. 고가 주택 사업자들은 ‘후분양’이나 ‘임대 후 분양’으로 눈을 돌렸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여지없이 고강도 규제를 적용했다. 이 틈을 타 어떤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비껴갈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중엔 ‘리츠(REITs)’로 분양가 상한제를 뚫겠다는 구상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사업에 적용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도 쏟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사업에 적용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도 쏟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2019년 9월 정부가 민간사업장에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건축으로 높은 시세 차익을 얻는 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가격을 높일 수 없으니 투기 수요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같은 해 11월 서울의 일부 동이 포함된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발표됐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각종 방안이 쏟아져 나왔다. 

2020년 4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점으로부터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대우건설이 제3의 길을 제시했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에 선분양도, 후분양도 아닌 방식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핵심은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이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이뤄질 땐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주택을 제외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주택에서 일반분양 물량과 의무 공공임대 물량이 배정된다. 재건축 사업의 높은 이익은 대부분 일반분양 물량에서 나온다. 조합원이 분양받는 가격보다 일반인들에게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은 시장 가격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을 통제하려는 이유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게 해주겠다는 대우건설의 제안을 쉽게 풀어보자. 대우건설이 만든 자산관리회사(AMC)인 ‘투게더투자운용’이 리츠를 설립한다. 일반적으로 리츠는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해주는 형태다.

대우건설이 제안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재건축 조합의 일반분양 물량 주택을 돈 대신 리츠에 현물 투자한다. 현물로 투자된 주택은 의무 임대 기간 민간임대주택으로 운영한다. 

임대 기간 나오는 임대료 등 수익은 리츠에 현물 투자한 조합원들이 배당을 받는다. 임대 기간이 끝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가격에 분양할 수 있다. 조합으로선 임대수익과 분양 차익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가능한 일일까. 리츠형 임대주택사업을 제안한 대우건설은 “조합이 일반분양분을 리츠에 현물로 출자하면 ‘주택공급에관한규칙’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임대 의무운영 기간이 끝나면 주택을 원하는 분양가에 파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법리적으로는 문제는 없을까. 하나씩 따져보자. 리츠에 현물출자하는 건 가능할까. 리츠를 설립하기 위해선 최저자본금 70억원이 필요하다. 이 돈이 마련돼 있다면 현물출자를 추가로 하는 것은 가능하다. 현물출자 과세특례 적용기한도 2022년 말까지 늘어난 상태다.

의무임대기간을 지킨다면 분양 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일까. 맞는 이야기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임대 후 분양을 위해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한꺼번에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경우).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사업장 역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을 한번에 임대사업자에게 넘길 수 없다. 

대우건설 측의 생각은 다르다.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하는 것과 리츠형 임대주택 사업은 다르다. 리츠는 일반분양 물량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물 출자’를 받는 거다.”

그렇다면 ‘리츠로 분양가 상한제를 뚫을 수 있다’는 구상은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을까.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선을 긋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선임대 후분양 방식으로 우회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거다.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선례도 있다. 서울시는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에서 ‘매각 후 선임대 후분양’ 방식이 논란을 일으켰을 때 다음과 같이 정리한 적이 있다.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비계획에 임대사업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선임대 후분양은 할 수 없다.”

아울러 ‘통매각’ 방식과 형태만 다를 뿐 결과는 같다는 점도 서울시의 허가를 따내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대우건설 역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리츠형 사업 관련 내용으로 조합이 정비계획변경 접수를 하기 전에는 서울시가 관련 내용을 검토할 필요도 없고 협의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리츠 방식을 활용해 ‘분양가 상한제’를 뚫겠다는 구상은 법리적으로 별문제가 없다. 재건축 시장과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업 방식인 것도 틀림없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건설사와 서울시 등 인허가권자 사이에 ‘법적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단 얘기다. 더구나 대우건설처럼 AMC를 갖고 있는 건설사는 숱하게 많다. 리츠를 둘러싼 법적·행정적 기준을 사업성과 이권이 구체화하기 전에 명확하게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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