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불붙는 온라인 쇼핑시장
롯데온 가세로 경쟁 본격화
134조원 시장 누가 잡을까
이커머스 4社 4色 분석

134조원(2019년) 규모의 온라인 쇼핑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불씨를 지핀 건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한 롯데쇼핑이다. 한발 앞서 진출한 SSG닷컴도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입으면서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포털의 강점을 지닌 네이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췄다. 여기에 ‘팔수록 손해’라던 쿠팡이 적자폭을 줄이면서 출구 없는 경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커머스 업체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봤다. 

온라인 쇼핑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서로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온라인 쇼핑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서로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이커머스 업계를 흔들만한 굵직한 뉴스가 쏟아진 건 연초부터였다.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쿠팡이었다. 쿠팡이 “1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업계의 전망을 보란 듯 뒤엎었기 때문이었다. 쿠팡이 4월 14일 발표한 2019년 실적 자료를 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2% 증가한 7조15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1조1280억원에서 7205억원으로 36.1% 감소했다.

실적 발표 전까지만 해도 쿠팡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매출이 커질수록 손실도 불어나면서 누적 적자가 3조원(2014~2018년)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쿠팡에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해온 ‘큰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마저 잇따른 투자 실패로 휘청였다. 하지만 쿠팡이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추가적인 투자 유치 가능성도 높아졌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동자산(1조8690억원) 대비 유동부채(2조1510억원)가 많은 쿠팡으로선 올해 재무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면서 “손실폭을 줄인 만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쿠팡’을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우리 쿠팡이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물류효율화가 가능해지고 마켓파워가 커졌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 7조1531억원은 롯데마트(6조3310억원ㆍ2019년)와 홈플러스(6조4101억원ㆍ2018년)의 매출액을 웃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유통업체로서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면서 “물류센터(168개) 확충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운영비용 증가세도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용 부담이 큰 직매입 구조에서 탈피해 오픈마켓 형태의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한 게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해 왔다. 입점 업체에 10% 안팎의 판매 수수료를 받는 마켓플레이스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해졌다는 거다.

쿠팡 측은 “지난해 마켓플레이스 입점 업체 수는 전년 대비 100%, 연매출 1억원 이상 업체 수는 1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지난해 마켓플레이스 거래액이 7조9000억원대를 기록하면서 쿠팡의 총 거래액이 14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마켓 시장점유율 1위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 16조원(2019년 추정치)과 견줄 만한 실적인 셈이다.

그렇다면 쿠팡의 나홀로 질주가 이어질까. 낙관하긴 어렵다. 경쟁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을 등에 업은 롯데쇼핑이 드디어 이커머스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호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쏘아 올렸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오프라인 성공 방식을 모두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쿠팡을 언급했다.

그는 “매년 1000억엔(약 1조원) 적자를 내고도 주주에게 보전 받는 기업과 경쟁하지 않겠다”면서 쿠팡을 겨냥하기도 했다. 쿠팡과 달리 내실을 다지면서 온라인 사업을 키우겠다는 거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올해 백화점ㆍ대형마트ㆍ슈퍼 등 700여개 중 비효율 점포 200여개를 폐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4월 27일엔 오프라인 점포까지 정리하면서 사활을 걸고 만든 결과물도 공개했다. 롯데쇼핑 7개 유통 계열사(백화점ㆍ마트ㆍ슈퍼ㆍ닷컴ㆍ롭스ㆍ홈쇼핑ㆍ하이마트)의 쇼핑몰을 통합한 플랫폼 ‘롯데온’이다. 롯데온은 롯데멤버스를 통해 보유한 3900만 소비자 데이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개개인에게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거다. 

롯데쇼핑은 4월 계열사 통합 쇼핑몰 롯데온을 론칭했다.[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은 4월 계열사 통합 쇼핑몰 롯데온을 론칭했다.[사진=롯데쇼핑 제공]

하지만 쿠팡과 같은 출혈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물류센터에 투자하지 않고 전국 각지에 있는 1만5000여개 점포를 기반으로 한 물류를 선보이겠다는 거다. 조영제 롯데e커머스사업본부 대표는 “소비자가 점포 반경 5㎞ 이내에 있으면 2시간 안에 배송할 수 있다”면서 “쿠팡이 가장 많이 쓰는 게 물류비용인데 우리는 이를 최소화함으로써 이익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액 20조원을 달성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롯데온보다 한발 앞서 출범(2019년 3월)한 SSG닷컴(이마트 자회사)도 이커머스 시장을 노리는 신흥세력 중 한곳이다. SSG 닷컴은 신세계와 이마트 온라인 사업을 통합한 신설법인으로 그룹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장보기’가 확산하면서 신선식품을 강점으로 내세운 SSG닷컴은 수혜를 누렸다. 2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0%, 3월 매출액은 45% 증가했다.

소리 없는 강자도 많다. 특히 막강한 이용자 트래픽을 강점으로 내세운 네이버도 칼을 꺼내 들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는 포털의 강점을 바탕으로 올해 거래액 24조원(SK증권 전망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리 없이 강한 네이버

특히 지난 4월부터는 CJ대한통운과 파트너십을 맺고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쇼핑 입점 업체가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겠다는 거다. 예컨대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LG생활건강의 제품을 구입할 경우 CJ대한통운 허브 물류센터에서 출고돼 24간 내에 전국으로 배송되는 식이다. 

쿠팡처럼 물류센터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대형 물류업체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강점을 무기로 내세운 업체들이 등판하면서 이커머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진검승부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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