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렁스

던킨 맥밀란의 연극 ‘렁스’가 국내서 첫선을 보인다. [사진=연극열전 제공]

“우리는 좋은 사람일까?” 한 커플이 아기를 갖는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쇼핑하다가 문득 ‘아기를 갖자’고 말하는 남자 때문에 여자는 크게 당황한다. 아기를 낳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서다. 여자는 아이 한명의 탄소발자국이 무려 이산화탄소 1만톤(t)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에펠탑 무게만큼의 탄소발자국을 발생시킬 아이를 낳을 정도로 두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고민한다.  

연극열전이 8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첫번째 작품으로 연극 ‘렁스(Lungs)’를 선보인다. 영국 작가 던킨 맥밀란의 대표작 렁스는 2011년 워싱턴 초연 이후 미국·영국 등 전세계에서 공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인다. 던킨 맥밀란은 입밖으로 꺼내기 불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낯설지만 불편하지 않은 방법으로 다뤄왔다. 

렁스는 매사에 진지하고 사려 깊게 고민하고, 행동하려면 좋은 의도를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커플이 쉼 없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2인극이다. 기후 위기와 가치소비란 시의성 있는 화두를 효과적으로 풀어낸다.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무대장치, 의상, 조명 등 미장센 사용을 최대한 절제했다.

오로지 두 배우가 주고받는 대사와 호흡만으로 일생의 희로애락이 펼쳐진다. 렁스의 국내 초연은 연극 ‘오만과 편견’, 음악극 ‘태일’,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폭넓은 장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박소영 연출이 맡았다. 

‘남자’는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왔지만 사실 상대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데 서투르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시라노’ 등으로 호평을 받은 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이 남자 역으로 첫 연극에 도전한다. 연극 ‘오만과 편견’ ‘어나더 컨트리’ 등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이동하와 뮤지컬 ‘샤이닝’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으로 탄탄한 연기를 선보인 성두섭도 남자를 연기한다.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인생의 거대한 순간에도 부딪치며 성장하는 ‘여자’ 역엔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뮤지컬 ‘그날들’에서 활약한 이진희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VIP’ 등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곽선영이 맡았다. 개인의 신념에서 지구의 문제까지 두 사람의 호흡만으로 이끌어가는 연극 렁스는 7월 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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