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외벌이 부부 재무설계 中

사람들은 ‘보험’에 이상한 환상을 갖고 있다. 돌발상황에 대비한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이다. 그렇다면 보험 역시 효율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보험에 쓸데없는 보장항목이 숱하다는 점이다. 김승태(가명·39)씨와 양희나(가명·39)씨 부부 역시 월 70만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었는데, 다이어트해야 할 게 많았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30대 외벌이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만기가 지나치게 긴 보험은 다시 살펴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기가 지나치게 긴 보험은 다시 살펴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승진해 월급이 오른 김승태(가명·39)씨. 김씨는 이 여윳돈으로 해결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1억원·연이율 2.4%)을 빨리 갚아 빚 없는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만큼 노후를 대비하는 일에도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아내 양희나(가명·39)씨는 김씨와 생각이 다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를 위해 학원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 집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김씨가 지금보다 더 싼 전셋집(현재 2억3000만원)을 알아보고 있는 반면에 양씨는 전셋값이 오르더라도 지금의 신축 아파트에서 살길 원한다. 여윳돈을 전세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월급 인상분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두고 다투던 부부는 재무상담을 통해 고민을 해결하기로 했다. 지난 상담에선 부부의 소득과 지출을 상세히 살펴봤다. 부부의 월 소득은 560만원으로 사무직 일을 하는 김씨가 혼자 돈을 벌어온다. 지출은 소비성 지출 415만원, 비정기 지출 연평균 49만원, 금융성 상품 40만원 등 총 504만원으로 부부는 월 4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 상담에선 생활비(140만→90만원)와 김씨의 용돈(40만→30만원) 등 총 60만원을 줄였다. 그래서 4만원 적자도 56만원 흑자로 바뀌었다. 어느 정도 자금에 여유가 생겼지만 이번 상담에서는 대대적인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돈이 새나가는 지출 항목이 곳곳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부의 의견 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이 가장 논쟁을 벌인 부분은 자녀 교육비다. 현재 김씨 부부는 매월 100만원을 9살 첫째의 학원비와 교재비로 쓰고 있다. 둘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 교육비가 더 늘어날 게 뻔한 상황. 김씨는 학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지원하고 싶은 양씨의 의지가 확고하다.

필자는 양씨에게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교육비를 조절하지 않으면 나중에 지출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두 사람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특히 첫째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때는 사교육비 지출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인데, 50대가 된 부부가 이를 감당하기는 매우 벅찰 것이다.

긴 논의 끝에 부부는 재무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비상금 마련→대출금 상환→부부 노후 준비→자녀들 교육비 마련 순이다. 지출 목록에도 이 순위를 반영하기로 결정, 자녀 교육비를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줄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자녀들을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부모가 과도한 지출로 노후준비 시기를 놓친다면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자녀들에게 큰 짐을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씨 부부가 지출을 확 줄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내 양씨는 맞벌이를 할 생각이 없다. 첫째를 가질 당시 회사에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은 탓에 다시 직장생활을 하길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소득 수준으로 재무 이벤트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얘긴데, 가장인 김씨에겐 상당한 부담이 된다. 더구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문화생활비·여행비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김씨 부부가 여유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큰 산을 넘었으니, 다른 지출 항목도 확 줄여보자. 먼저 보험료(70만원)다. 4인 가구의 보험료 치고 액수가 꽤 크다. 사정을 들어 보니 보험설계사를 하는 친척과 지인의 권유로 마지못해 든 보험이 많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씨의 보험료가 32만원, 양씨 20만원, 자녀 18만원인데 고칠 곳이 많았다.

김씨가 가입한 생명보험(15만원)은 만기가 되면 환급 없이 쌓아둔 보험금이 소멸되도록 설정돼 있다. 양씨와 자녀들 보험료도 문제가 있다. 각각 90세·100세 이후에 보험금 환급이 가능하다. 그때 보험금을 환급받아야 할 일이 있을까. 김씨 부부는 실비, 건강보험 등 꼭 필요한 보장항목만 남기고 전부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보험료는 70만원에서 34만원으로 36만원 줄었다.

통신비(28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부부는 최근 LTE에서 5G 요금제로 갈아탔다. 그러면서 요금제도 오르고 5G 전용 스마트폰 기기값도 낸다. 데이터 사용료를 조사해보니 굳이 5G를 쓸 이유가 없었다. 김씨는 회사에서, 양씨는 집에서 와이파이로 스마트폰 데이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해지한 보험금을 활용해 스마트폰 할부금을 전부 내기로 했다. 요금제도 기존 8만원 5G요금제에서 6만원대 LTE 요금제로 바꿨다. 따라서 통신비는 28만원에서 14만원으로 14만원 절감됐다.

정수기 렌털비(3만원)도 손봤다. 다행히 정수기 약정 기간이 지나서 해지가 가능했다. 지금 김씨 부부는 온수 기능을 탑재한 정수기를 쓰고 있는데, 평소에 거의 쓸 일이 없다고 한다. 정수 기능만 있는 정수기로 교체하고 렌털비를 3만원에서 2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휴가비를 연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여 비정기 지출을 4만원 줄였다(49만→45만원). 김씨 부부가 사는 동네 주변엔 꽤 괜찮은 공원이 많다. 한동안은 여행보단 인근 지역에 놀러 가기로 했다.

김씨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두사람은 자녀 교육비(30만원), 보험료(36만원), 통신비(14만원), 정수기 렌털(1만원), 휴가비(4만원) 등 총 85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부부의 여윳돈도 56만원에서 141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제 효과적인 재무 솔루션을 짜는 일만 남았다. 비상금·전세자금·자녀 교육비 등 부부의 재무 목표는 대부분 1~2년 안에 돈을 모아야 하는 단기 플랜에 속한다. 이런 목표를 가진 부부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주식이나 펀드 같은 고수익·고위험 재테크를 활용한다. 단기간에 자금을 불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은행 예금밖에 모르는 ‘재테크 초보’다. 어떻게 해야 두사람이 안정적으로 돈을 불려 나갈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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