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위기의 태블릿PC

10년 전, 널찍한 화면으로 무장한 태블릿PC는 작은 휴대전화 액정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그 때문인지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죠. 하지만 현재 태블릿PC 시장은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사이에서 차별화에 실패한 게 역성장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함’이 슬픈 대가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더스쿠프(The SCOOP)에서 태블릿PC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공개 당시 태블릿이 PC를 대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사진=뉴시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공개 당시 태블릿이 PC를 대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사진=뉴시스]

“5년 후엔 태블릿이 데스크톱을 대체할 것이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2010년 ‘아이패드’를 공개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렇듯 불과 10년 전만 해도 태블릿PC는 노트북·데스크톱을 대체할 만한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넉넉한 화면 크기와 준수한 성능을 뽐내는 태블릿PC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불편함을 느끼던 소비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죠. 포문을 연 건 애플의 아이패드였습니다. 태블릿PC의 개념조차 모호하던 시절, 아이패드는 출시한 지 1년 만에 1500만대가 팔리면서 태블릿PC 시장을 휩쓸었죠.

아이패드가 ‘대박’을 치자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뒤이어 태블릿PC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태블릿PC 시장도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죠. 2014년엔 전세계에서 무려 2억3010만대의 태블릿PC가 출하되면서 인기의 정점을 찍기도 했습니다(시장조사업체 IDC). 이때까지만 해도 태블릿PC가 스마트폰과 함께 IT기기 시장의 한축을 맡게 되리란 걸 의심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년 후인 2015년 세계 태블릿PC의 출하량은 1억7480만대를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10.1%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출하량도 1억4410만대에 그쳤습니다. 불과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37.3%나 줄어든 셈입니다.

태블릿PC의 인기가 빠르게 식은 원인은 무엇일까요? 시계추를 2014년으로 돌려봅시다. 2014년 9월 애플은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6’를 출시했습니다. 애플이 고수해 오던 4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4.7인치로 늘리면서 마니아층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7150만대가 팔리면서 같은 기간 전작인 아이폰5S의 판매량(5500만대)을 크게 웃돌았죠.

삼성전자도 이듬해 8월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5’를 출시했습니다. 5.7인치의 큰 화면을 자랑하는 모델인데, ‘갤럭시’ 시리즈의 역대 히트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업계에선 큰 화면의 스마트폰이 흥행에 성공한 게 태블릿PC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지면서 디스플레이 크기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태블릿PC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겁니다.

태블릿PC에 밀려날 것으로 예상했던 노트북의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도 태블릿PC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휴대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LG전자의 ‘그램(2016년·980g)’, 삼성전자 ‘갤럭시북S(2020년·961g)’ 등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의 상당수는 1㎏이 채 되지 않습니다. 아이패드11(12.9인치·643g)이나 갤럭시탭(10.5인치·420g) 등의 태블릿PC보다는 여전히 무겁습니다만, 태블릿PC를 압도하는 성능이 이를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스마트폰의 역습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일찌감치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었던 제조사들도 하나둘 손을 떼는 눈치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입니다. 지난해 6월 구글은 새로운 태블릿PC 2종의 개발을 취소하고 데스크톱PC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G패드’로 시장에 진출했던 LG전자도 비슷한 입장인 듯합니다. 지난해 ‘G패드 5’를 출시한 이후 별다른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업계 관계자들은 태블릿PC의 ‘모호함’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성능은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밀립니다. 스마트폰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강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상 스마트폰 대비 큰 화면이 태블릿PC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머지않아 그 장점마저 잃을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을 출시하면서 더욱 넓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태블릿PC의 한계는 또 있습니다. 40만~50만원대에 형성돼 있는 가격대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태블릿PC를 스마트폰 같은 필수기기가 아닌 영상 시청을 위한 보조기기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태블릿PC만의 강점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태블릿PC도 변신을 꾀하며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공개한 ‘갤럭시 탭 S6 라이트’는 화면을 터치해 사용하는 ‘S펜’을 탑재했습니다. 스마트폰 ‘갤럭시노트’에 들어가는 S펜보다 크고 반응속도도 빨라 마치 실제 연필을 쓰는 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애플도 신작 ‘아이패드 프로 4세대’를 출시하면서 ‘매직 키보드’를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키보드와 트랙패드(손가락으로 터치하면서 마우스처럼 사용하는 기기)를 합친 것인데, 이를 통해 태블릿PC를 노트북 대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장점 애매모호해

하지만 이런 노력이 시장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미 친숙한 S펜이나 탈부착이 가능한 키보드를 ‘혁신’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여전히 비쌉니다. 특히 아이패드 프로 4세대는 10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미 100만원대 스마트폰 기기값을 내고 있는 소비자들이 태블릿PC를 선택할지 의문입니다.

IT기기 시장의 혜성처럼 등장했던 태블릿PC.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중간에서 우왕좌왕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요? 결과는 이미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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