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에 쌓인 문제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운전면허를 따야 하고, 당연히 도로를 달려야 한다. 그런데 속도는 시속 25㎞ 이상 낼 수가 없다. 바퀴가 작은 구조상 안전 문제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운전자라면 어떻겠는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전동 킥보드에 탄 사람도 위험하지 않겠는가. 전동 킥보드의 가장 큰 문제가 법령과 현실의 괴리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다. 
 

전동 킥보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구시대적 제도가 성장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퍼스널 모빌리티가 인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건 전동 킥보드다. 휴대하기 편하고, 타는 방법도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전동 킥보드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최근 부산에선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승용차에 치여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필자는 2년여 전부터 칼럼이나 방송 등을 통해 “미국이나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가 급증하고 있으니 국내에서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해왔다. 산업 부문을 자문할 때에도 한국형 선진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귀담아듣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물론 제도 마련 노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법률을 총체적으로 준비하기보단 국회의원 각자가 단편적으로 입법안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유관 부서가 모니터링을 통해 제도 정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 성장세와 견주면 더디기 짝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선제적인 조치보다는 사후 약방문식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된 후에야 뭔가 제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ㆍPandemic) 상황에서 검사키트를 빠르게 준비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이 된 경험을 갖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에서 발 빠른 대응을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현재 전동 킥보드의 가장 큰 문제는 관련 법령과 현실의 괴리다. 현행법은 전동 킥보드를 ‘원동기장치자전거(배기량 125㏄ 이하 오토바이)’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자동차 운전면허나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헬멧 등 보호 장구도 착용해야 하고, 도로 위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동 킥보드의 제한속도는 시속 25㎞ 미만이다. 구조상 바퀴가 작은 전동 킥보드의 구조를 감안해 제한속도를 둔 건데, 이 속도로 도로를 달리라니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전동 킥보드가 보도를 올라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는 임의로 제어장치에 손을 대 시속 70㎞까지 높이기도 한다. 
 

법령과 현실의 간극은 이뿐만이 아니다. 언급한 것처럼 전동 킥보드를 타고 싶다면 면허를 꼭 따야 하는데, 문제는 전동 킥보드를 타는 게 너무 쉽다는 점이다. 면허를 딸 수 없는 17세 이하 청소년들이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처럼 타는 이유다. 그렇다고 보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속 근거는 약하다. 자동차를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단속 근거와 벌칙 조항이 부실해 눈앞에서 헬멧을 안 쓴 운전자가 전동 킥보드를 탄들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선 속도제한은 필수다. 현행법으로도 속도제어 장치를 임의로 건드려 속도를 높이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이런 불법개조 행위는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아갈 수 있는 만큼 엄격한 벌칙조항을 둬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예외 없는 단속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고 속도를 시속 20㎞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동 킥보드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바퀴가 작기 때문에 빠른 속도는 사고 위험만 높일 뿐이다. 그 이상의 속도를 필요로 한다면 전기 바이크나 초소형 전기차 등을 이용하면 된다. 물론 글로벌 시장은 최고 속도를 시속 25㎞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가 선제적으로 규제속도를 하향조정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법과 현실 괴리가 문제

다음은 헬멧 착용 의무화다. 다른 안전보호 장구는 운전자가 선택적으로 해도 무방하지만 헬멧은 착용 여부에 따라 사고 시 생명이 좌우된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동 킥보드가 면허가 필요한 오토바이에 속하는 만큼 헬멧 착용 의무화는 당연하다. 

운행방법에 있어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이동수단인 만큼 너무 강한 규제는 산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고, 너무 약한 의무부과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단은 도로에서만 운행해야 한다는 규정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혼잡한 도로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도 안전을 위협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에 가장 취약한 전동 킥보드로 도로를 달리라는 건 목숨을 내걸고 타라는 거나 매한가지다. 그러니 한산한 도로에서는 운행이 가능하도록 해주고, 자전거 전용도로에서의 운행도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전동 킥보드가 보행자에게 위협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따라서 전동 킥보드의 유연한 운행을 위해서는 ‘철저한 보행자 중심의 보호제도 마련’이라는 전제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사고가 났을 때는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는 자동차의 ‘비보호 좌회전’처럼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보행자를 대상으로 사고를 냈을 때에도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운전자격 부여 방법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행법을 고집하면 실상과의 괴리를 피할 수 없다. 전동 킥보드는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는 레저수단이자 이동수단이다. 그러니 면허증을 기본으로 삼는 것도 좋지만, 실제 상황을 고려한 운전자격 부여 조건을 마련하자는 거다. 

정부의 개선 의지가 중요

그런 점에서 청소년들이 많이 타는 만큼 ‘운전면허증’이 아닌 ‘운전교육증’ 정도로 고민해보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운전교육 안에 도로상의 규정이나 안전한 운행방법 등을 철저히 배우도록 하면 13시간 만에 발급받는 운전면허 시스템의 안전교육 허점을 메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보험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부가 보험사와 논의해 관련 보험을 다양하게 구축하고, 의무화해야 한다. 아직 오토바이조차 종합보험이 거의 없는 실정이니 쉽지는 않겠지만, 꼭 필요한 과정인 만큼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전동 킥보드 외에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퍼스널 모빌리티 총괄 관리법’을 구축하는 걸 고려해봐야 한다. 관련 정부 부처의 정리와 관련 법률의 정리는 물론 총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거다. 지금처럼 여러 개의 부처가 각자 모니터링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는 변화를 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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