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밖의 모든 말들」
세상 모든 존재의 기록

사랑을 말하는 것도, 사랑 밖을 말하는 것도, 모든 걸 담아내기엔 부족할지 모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랑을 말하는 것도, 사랑 밖을 말하는 것도, 모든 걸 담아내기엔 부족할지 모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너무 한낮의 연애」의 작가 김금희는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국내 소설가 중 한사람이다.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부터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을 모티브로 한 「경애의 마음」, 지난해 펴낸 「오직 한사람의 차지」까지 매 작품 큰 인기를 얻으며 독자층을 넓혀 왔다. 

신간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은 그가 데뷔 11년 만에 발표하는 첫 산문집이다. 등단 직후 발표한 글부터 올봄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글 중 마흔두 편을 선별해 한데 모았다. 이 책은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해온 저자가 2010년대를 마무리하고 2020년대를 준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유년 시절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때론 흘러갔고 때론 견뎌냈던 날들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당장은 곁에 없지만 어딘가에 분명 사려 깊게 자리하고 있는 존재들’을 불러낸다. 예를 들어 지금은 세상에 없는 할머니, 일년 만에 불쑥 안부를 물어오는 조카, 아스팔트로 덮인 유년의 도랑, 흔적도 없이 사라진 본적지 등 사라졌거나 사라질 것들, 이제는 마음의 눈으로만 보이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요즘 나는 내 글을 읽을 당신이 무엇보다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이 글들이 불러일으킬 당신의 어떤 기억과 마음으로부터도(서문).” 독자를 헤아리는 다정한 마음은 이번 산문집에 나타난 요체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도 몰랐던 내 마음’과 ‘잊었던 내 기억들’을 마주하며 기록한다. 그리고 얼마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문장은 파문 이후 우리를 부드럽게 위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 황홀한 것들, 사랑을 주고 싶은 것들을 가리키는 말은 언제나 부족하다.”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사랑을 말하는 것도, 사랑 밖을 말하는 것도, 모든 걸 담아내기엔 언제나 부족할지 모른다. 저자는 “그럼에도, 적어도 지금은 내가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거기에 있는 상태를 지시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감미롭지만 한편으론 시리도록 아팠던 기억과 풍경 앞에서 저자는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된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삶의 의미를 녹여낸 그의 글은 생생한 시공간을 그리며 위로와 힘이 돼 다가온다. 

‘사랑과 연애’ ‘가족과 친구’ ‘사회와 노동’ 그리고 ‘마음의 풍경’ 등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꼽힌다. 이번 산문집 역시 소설가로서 선보여온 그의 작품세계와 궤를 함께한다. 1부 ‘언제나 귤이었다’에서는 지금의 저자를 만든 유년 시절의 풍경과 가족의 사연을, 2부 ‘소설 수업’에는 그를 작가로서 자리 잡게 한 문학적 내력과 영감을 그려냈다.

3부 ‘밤을 기록하는 밤’은 사랑과 연애에 관한 내밀한 마음 보고서들을, 4부 ‘유미의 얼굴’에서는 사회문제와 노동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저자가 바라본 지금의 대한민국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풀어냈다. 5부 ‘송년 산보’는 내면과 사색의 대상으로서의 풍경을 바라보는 글을 모았다. 

세 가지 스토리 

「천년의 수업」
김헌 지음|다산북스 펴냄 


“질문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서울대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김헌 교수가 학생들에게 매번 던지는 질문이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만족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존재와 죽음, 자존과 행복, 타인과의 관계 등 9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삶에서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또 우리가 인생의 키를 쥘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지혜와 통찰을 제공한다.

「공간의 심리학」
발터 슈미트 지음|반니 펴냄


공간과 사람의 심리를 연결해 분석한다.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왜 그런 행동을 취하는지 공간을 둘러싼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다. 예컨대 ‘앉아 있을 때 더 큰 간격이 필요한 이유’ ‘교회에선 저절로 소리를 낮추게 되는 이유’ ‘남성과 여성이 방향을 가늠하는 방법’ 등의 50가지 사례를 들어 행동과학과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한다. 아울러 독자들에게 자신에게 적합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고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아비지트 배너지ㆍ에스테르 뒤플로 지음|생각의힘 펴냄


이민, 실업, 불평등, 기후변화…. 인류가 처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이상세계의 이론적 모델과 같은 답만을 내놨다. 이 책의 저자들은 “경제학의 역할은 현실로 내려와 실증적 근거를 기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들은 ‘좋은 경제학’을 바탕으로 난제를 해결할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