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빚은 카네이션

초등학생때 어버이날 썼던 편지의 첫 문장은 늘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엄마,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열심히 돈 벌고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리가 크고 나선 편의점에서 카네이션을 사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무심하게 식탁위에 올려놓은 카네이션 바구니는 다음날 집에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져있곤 했습니다. 막상 아빠가 되보니 그때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 

봄비에 떨어진 분홍 철쭉꽃과 벚나무 잎이 카네이션을 만들었습니다. 비에 젖고 세찬 바람이 불어도 자리를 절대 뜨지 않겠다는 듯 바닥에 꼭 붙어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식 생각하는 부모 마음 같습니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셨나요? 그렇다면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사가지고 가는 건 어떨까요? 좀 늦었더라도 괜찮을 거예요. 카네이션의 꽃말은 ‘사랑, 감사, 존경’이니까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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