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노사 ‘요구’보다 ‘양보ㆍ협력’으로 대타협 이뤄내야
[양재찬의 프리즘] 노사 ‘요구’보다 ‘양보ㆍ협력’으로 대타협 이뤄내야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89
  • 승인 2020.05.18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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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실업 팬데믹
정부 혼자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투자를 끌어낼 제도혁신이 긴요하다.[사진=뉴시스]
정부 혼자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투자를 끌어낼 제도혁신이 긴요하다.[사진=뉴시스]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실업에도 몰아쳤다. 예견된 사태지만, 4월 고용동향이 보여준 코로나19발 실업대란은 심각했다. 실업자 증가 속도가 무섭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7만6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실업충격은 임시ㆍ일용직 등 비정규직 취약계층과 청년층에 집중됐다. 3~4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음식ㆍ숙박ㆍ교육ㆍ관광 등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실업자 급증세가 제조업으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셧다운 여파로 자동차와 석유화학, 휴대전화,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다.  

실업 팬데믹을 차단하는 데 민관이 지혜와 힘을 합칠 때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5월 중 열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둘 다 참여하는 대화는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노동계는 총고용 유지와 해고 금지를 요구한다. 경영계는 고용 및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한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지원하되 90% 고용 유지 조건을 달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요구사항을 고집하기보다 경제위기와 실업대란을 함께 타개하기 위해 무엇을 양보하고 협력할지를 고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발 실업대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은 대부분 비노조원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일자리를 하나라도 지키고 더 만들려면 기업을 살려야 한다. 근무시간과 임금 수준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노사가 협력하고, 정부는 최저임금 동결이나 한시적 인하 등 과감한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1998년 노사정 대타협으로 외환위기를 이겨낸 것처럼 이번에도 노사정이 한 발씩 양보하며 일자리를 지키는 대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법제화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긴요하다. 정부는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인데,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야 정치권은 21대 국회 1호 입법 과제로 심도 있게 논의해 결론 내야 할 것이다.

정부는 ‘55만개+α 직접 일자리 신속공급방안’을 곧 내놓기로 했다. 단기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급한 불을 끄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 일각에서 검토하는 공무원 증원은 경계할 사안이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고, 늘어난 수만큼 인건비와 공무원연금에 들어가는 재정규모도 커져 국가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 알바도 임시ㆍ일용직일 따름이다. 정부가 ‘세금을 쓰는’ 공공 일자리보다 민간에서 ‘세금을 내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이끌어야 국가가 지속 가능하다. 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도록 정부는 규제 등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도 관료사회가 비대한 ‘큰 정부’보다 꼭 필요한 공무원만 있는 ‘작은 정부’가 효율적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 등 ‘디지털 뉴딜’을 통해 경제 방역에서도 글로벌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또한 정부 홀로 뛰어선 이뤄내기 어렵다.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재정 투입과 함께 민간투자를 끌어낼 제도혁신이 긴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민간 주도의 규제샌드박스지원센터가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 개설되자 100여건의 신청이 몰렸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 개발과 상품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 또는 면제하는 제도다. 샌드박스가 이미 부처별로 시행 중인데도 새로 생긴 민간 지원센터에 이렇게 많은 신청이 몰린 것은 규제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번지며 다섯달째 세계 각국의 사회와 경제, 정치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많은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위협을 받는 와중에도 화상회의 서비스 기업이나 온라인 주문배송업체, 코로나 진단키트 생산기업 등은 사상 초유의 흑자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이미 딴 세상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도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개될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물결에 올라타 디지털 강국으로 앞서가려면 신산업에 고속도로를 깔아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와 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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