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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 업체 라임의 고전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동킥보드는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인 전동킥보드 공유 스타트업 ‘라임’도 2019년 10월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 이 회사의 기세는 한풀 꺽인 모양새다. 토종 기업들의 견제에 코로나19 사태마저 겹쳤기 때문이다.

라임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라임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라임.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동킥보드를 대여해주는 ‘공유 경제’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타는 재미’까지 갖춘 전동킥보드의 매력 덕분인지 라임은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 교통체증이 심한 도심 지역의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해외 각국에 빠르게 진출했고, 지난해 10월엔 한국 땅에도 발을 디뎠다.

해외에서 겪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라임은 국내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는 듯했다. 급증하는 전동킥보드 교통사고(2016년 49건→2019년 890건·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주차공간·충전소 등의 문제로 전동킥보드가 국내에서 환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라임은 국내 규격에 맞춘 전동킥보드를 공수해 올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 꾸준히 안전 운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난해 11월엔 GS칼텍스와 손을 잡고 충전 서비스도 도입했다.

그렇다면 9개월이 흐른 현재, 라임은 한국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서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고 11월 부산에 진출한 이후론 사업 영역을 넓히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씽씽·고고씽 등 국내 토종기업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운 게 라임의 성장을 막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언어의 장벽’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전동킥보드를 작동할 때 쓰는 앱이 100% 한글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카드 결제가 되지 않거나 중복으로 결제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앱 리뷰란에 “환불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글이 적지 않았던 이유다.

올해 초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도 라임의 발목을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야외활동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로 달라진 생활상을 묻는 질문에 ‘외출을 자제한다’는 답변이 87.4%(복수응답)에 달했다는 설문조사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사람인·4월 기준).

승승장구하던 라임은 세계시장에서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내 21개 주州와 20개국에서 서비스를 잠정 철수한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라임이 전체 직원의 13%에 달하는 80명의 직원을 해고한 것도 이슈가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늘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연히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몸값’도 줄었다. 지난해 4월 24억 달러(2조9457억원)였던 기업가치는 올해 5월 5억1000만 달러(6259억원)로 78.7%나 쪼그라들었다. 야심 차게 국내 시장을 두드렸던 라임의 위용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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